*영화의 결말이 포함돼 있습니다.
으헝헝... 어젯밤에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하고 나선, 문득 뭔가 짧은 글이라도 막 써야겠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벨벳 골드마인>, <파 프롬 헤븐>, <아임 낫 데어> 등 매번 인상적인 작품을 발표했던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마도 그 연출의 원숙미가 가장 절정에 달한 작품이 아닌가 싶을 만큼의 완성도에, 마치 고전기 할리우드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우라와 기품을 간직한 케이트 블란쳇과 그에 못지않은 섬세한 감정 표현을 보여주는 루니 마라의 연기가 제법인 영화입니다.
잠시 스치듯 등장할 뿐인 인물의 동선을 죽 쫓아가다 그의 눈이 저 멀리 캐롤과 테레즈를 포착해내며 영화가 시작하는데,
단순히 후반 장면을 미리 당겨 보여주는 기능만이 아니라 마치 외부자의 시선이 두 사람의 관계에 갑자기 틈입하는 느낌으로,
이후에 반복될 장면과는 또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며 테레즈의 감정을 잡아내는 부분이라거나,
백화점에서 서로를 발견하는 장면을 엔딩에 이르러 다른 맥락 속에서 다시 겹쳐놓기도 하는 등,
영화의 구성 요소 어느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듯 이야기와 형식적 미를 적절히 맞물리게 함으로써
더욱 풍부한 느낌과 의미를 자아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여성이 우연하게 인연을 맺은 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시작하지만 원치 않았던 상황으로 잠시 헤어지게 되고,
결국엔 용기를 내어 다시 그 사랑을 이어간다는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그 이야기를 감싸안고 있는 세밀한 영화적 표현들로 인하여 더욱 아름다운 영화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령 둘 사이에 오가는 눈빛 그리고 대화 속 잠시의 머뭇거림과 침묵 같은 것들...
그로 인해 발하는 빛으로 착상되는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있는 이 영화를 보노라면, 무엇보다 그 분위기에서부터 취해버리곤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영화의 엔딩, 결심을 굳힌 테레즈가 캐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장면에선, 시종 일렁이는 화면으로
마치 그 마음의 파동을 따라가듯 하다가 마침내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는 것을 거의 마법과도 같은 순간으로 끌어 올리는데,
처음에 이 엔딩을 보고나선 그 황홀한 느낌에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있네요.
매번 볼 때마다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답고 황홀하고, 앞으로도 두고두고 생각날 적마다 꺼내 보고픈 그런 작품입니다.
케이트 블란쳇 누님... 정말 넘나 고혹적이고 매력적인...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