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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솔직히 쉴드 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망작입니다
게시물ID : movie_671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대남전사
추천 : 4
조회수 : 62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27 14:27:16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현재 만렙을 찍었고, 정발된 워크 소설들은 아서스 이후 하나 빼고 다 사서 보았으며, 그 이전 소설들도 어떤 경로로 본 워크래프트의 팬으로서 하는 말입니다.
 
진심 영화는 정신줄을 놓고 만들었어요. 게이머를 우습게 보고 만든 것 같습니다.
 
개봉한지 1년이 다 되가는 영화지만 지금도 생각만 하면 던컨 존스 이 XX새끼라고 혼잣말이 나올 정도네요.
 
기존의 역사나 설정을 바꾼 건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사실 워크래프트 역사 자체가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거든요. 지금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연대기라고 하는 책을 새로 내면서 뜯어고치고 있는 게 그 이유죠.
 
살게라스나 킬제덴 같은 티탄을 얘기해봐야 등장시키기도 어렵고, 영화 수준으로 보면 나올 경우 영화판 패럴렉스(반지닦이)나 갤럭투스(판타스틱4-2편) 같은 우주 방구 정도로 나오겠죠.
 
굴단과 지옥마법 자체 정도로 설정하는 건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가 워크래프트 영화를 보면서 주목한 시나리오상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목해보겠습니다.
 
1. 듀로탄
 
응? 듀로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이 오크도 분명 문제가 하나 있어요.
 
오그림과 상의하면서 굴단을 죽이자고 합니다. 굴단의 지옥마법이 모든 걸 죽인다고.
 
그런데 중요한 건 그 시점에서, 듀로탄이 아는 한 드레노어 행성에 있는 오크들을 아제로스로 데려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굴단입니다.
 
굴단을 제외하면 듀로탄이 아는 지옥마법 사용자는 한 명밖에 없어요. 숲에서 마주친 인간 주술사(마법사 메디브)가 지옥마법을 되돌렸으니 아마 쓸 수 있겠다, 라고 추측할 순 있겠죠. 하지만 그가 오크들을 아제로스로 데려오게 해줄 것 같나요? 당장 적으로 만났는데?
 
아제로스에 지금 있는 오크들은 선봉대라고 분명히 집고 넘어가요. 영화 후반부에서도 나타나듯이 수많은 오크들이 드레노어에 남아있습니다. 심지어는 듀로탄 본인의 부족인 서리늑대부족도 다 넘어온 게 아니에요. 전사들만 넘어왔고 드렉타르(공식 소설에 존재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나 다른 노약자들은 남아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굴단을 죽이고 나면 남은 죽어가는 드레노어에 남은 오크들은 식량부족에 허덕이다 죽게될 텐데 이 점에 대해선 고려조차 안 해요.
 
이러니 오그림이 통수를 때렸죠.
 
2. 카드가
 
카드가에 대해선 사실 사소한 불만입니다. 텔레포트 쓸 수 있는데 왜 안 쓰고 그리폰 타고 다니면서 시간 허비하나요? 달라란에서 스톰윈드로 텔레포트를 썼다면 시간에 맞춰서 레인 린에게 메디브에 대한 사실을 알릴 수도 있었을 텐데요? 다만 이건 시간과 거리에 대한 설정은 잘 모르는 지라 제가 오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3. 캘런 로서
 
작위적인 캐릭터입니다. 안두인 로서의 아들인데 그냥 시나리오상 부속품으로서 죽는 게 너무 뻔하게 보여요. 솔직히 가오갤2에서 욘두가 죽는 장면에선 눈물이 조금 나왔는데, 이 녀석 죽는 장면에선 안구에 습기조차 안 차더군요.
 
4. 레인 린과 인간들.
 
인지불가장애인입니다.
 
작중에 21개 군단이 오크에게 박살났어요(지나가는 설명으로 '18개 군단을 잃었다'고 하며 3개 군단을 이끌고 갔다가 모조리 전멸), 그리고 영화상 못해도 세 개의 인간 마을이 사라졌습니다. 도망치지 못한 민간인들은 그의 눈앞에서 오크들에게 무참히 죽었으며, 그의 호위병들은 오크들에게서 그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또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로나에게 '오크와 평화를 이룩해다오'가 유언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상식적으로 오크들이 한 행위는 굳이 놈들이 오크라는 다른 종족이 아니라 그냥 외국의 인간 병사들이라고 해도 용서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잖아요?
 
멋대로 침략해서 병사를 죽이고 마을 태우고 민간인 납치, 살해를 한 놈들인데... 그 놈들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게 인간적인 사고방식입니까? 굴단만 나쁜 놈이고 다른 놈들이 정신지배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녹색 오크들도 멀쩡히 말하고,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들이라고요. 마지막에 블랙핸드는 좀 이해가 안 되지만 삭제장면에는 그롬 헬스크림과 듀로탄이 '대화'를 멀쩡히 나누는 씬도 있어요.
 
한국의 어떤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판 평에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바른 인식'이라고 씨부렸는데, 전 그 반대라고 봐요. 이 영화에서 평화라는 단어 한 마디가 나온 건,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자들과 평화 자체의 개념에 대한 극단적 모욕입니다.
 
예고편에선 '카로스'라는 부관이 이 오크들을 보고 '이들은 짐승입니다. 모조리 죽여야 합니다.'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죠. 아예 증발해버린 장면인데 전 이게 꼭 필요했다고 봐요. 인간들 입장에선 미지의 적이 침공한 겁니다. 그것들이 그들의 형제 자매 부모 자식을 죽였고요.
 
인간 병사들한테선 처절함과 비장함이 느껴졌어야 했어요. 하지만 병사들은 표정조차 보이지 못했죠. 그들이 오크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주요인물만 있고 다른 병사들은 그냥 움직이는 갑옷걸이들이었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너무 비교되는군요. 2편, 3편에서 로한과 곤도르의 병사들이 보여주는 공포심, 막강한 적에 맞서는 처절함. 그런게 없어요. 그저 쳐맞고 날아가는 축구공들일 뿐.
 
5. 가로나 및 후반부 배신
 
가로나가 메디브 딸이고 뭐고 하는 설정엔 별 관심 없습니다. 영화를 끝까지고 보고도 눈치 채기 힘들고 소설까지 봐야 되는데, 거기에 신경써야 되는 이유가 뭔가요,
 
가로나가 완전한 오크가 아니라서 오크들 사이에선 차별 받았으며 그 때문에 인간들이 따뜻하게 대해주니 마음이 흔들린다는 설정은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묘사, 보여주는 장면이 감옥 씬 하나를 제외하면 딱히 없어요. 주요 인물과의 대화는 좀 있지만 인간 전체의 종족,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하는 장면은 없어요. 그냥 가로나는 인간을 도와주고 또 인간들은 그 가로나를 신뢰합니다.
 
영화 전체에서 블랙홀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가로나의 배신입니다.
 
가로나가 레인 린 왕을 배신한 건 오크의 승리에 어떤 기여도 하지 못했어요. 스톰윈드 군대는 한줌밖에 나오지 않았으며 블랙핸드, 아니면 다른 오크들 중 하나가 레인 린을 죽였을 겁니다.
 
반면 가로나는 협곡에서부터 배신한 게 들켰을 것이며 최후반 전투에서도 스톰윈드 군대 갑옷을 입고는 열심히 동족들을 죽였습니다. 오크들이 장님이 아니라면 보았겠죠.
 
그런데 고작 뒷치기 한 번 했다고 영웅대우라뇨?
 
따지고 보면 다른 오크가 '명예로운 결투'로 상대의 부족장과 싸울 기회마저 뺏어간 건데요?
 
백번양보해서 사면은 해준다 해도, 도로 노예로 돌아가면 돌아갔지 무슨 호드의 일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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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워크래프트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에 두근거렸고, 친구들한테는 꼭 보라고 셀프알바급 광고를 하며, 평점이 나왔을 때는 평론가들이 깐깐한 걸꺼야, 쉴드를 쳐줘야지. 이런 마음이었죠.
 
보고나서는 저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마지막 블랙핸드 고간 자르기로 마무리하는 걸 보곤 심정이 참담했죠.
 
뭐가 문제였는지 저로선 파악할 방법이 없군요. 블리자드가 속시원히 사정을 다 얘기해주었으면 하는데 영화에 대해선 말을 애초에 거의 꺼내지도 않더군요. 자기네들도 부끄러운 걸 아는 거죠.
 
배급사인 레전더리도 후속작에대한 건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 감독인 던컨 존스만 신나게 트위터로 입 털고 있습니다.
 
후속작을 쓰랄 얘기 하고 싶다...
 
로서의 얼라이언스와 굴단의(또는 오그림이 중심이 된) 호드의 싸움을 마지막에 예고해놓고, 쓰랄 얘기를 하겠다는 건 어쩌겠다는 건지...
 
나레이션으로 얼라이언스가 이겼다 하고 넘어가면... 그건 진짜...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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