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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베리드(Buried)] 숨 막히는 공간, 당신은...혼자다.
게시물ID : movie_68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arChief
추천 : 5
조회수 : 8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20 14: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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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벌써 한 여름의 중반, 매미가 울기 시작하는 때가 왔네요. 

오늘도 폭염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온음료, 수분섭취 꼼꼼히 하시고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번엔 봄날은 간다에 이어서 밀실 고립 영화, 2010년도 작, Buried를 리뷰해볼까 합니다.

해당 리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1. 봄날은 간다 -그렇게 가지만, 빛나던 봄날은 또다시 찾아온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316939&s_no=316939&kind=member&page=1&member_kind=bestofbest&mn=640346

날이 더우니 바로 시작할게요.



Buried_movie_poster_UK_Ryan_Reynolds-1.jpg



1. Buried

Buried.
[타동사]
bury의 과거,과거 분사형.

으로 묻히다, 묻다, 매장하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bury의 과거 분사형입니다.


한마디로.

파묻히다 혹은 생매장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마치 땅 속 아래로 내려가는 듯한 움직임을 주는 자막들의 배치와 함께 

칠흑같은 어둠 속, 거친 숨소리로 시작합니다. 

한동안 이 어둠이 계속 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됐는지도 모를 정도 입니다.

영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나무판자를 치는 듯한 소리를 통해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영화 시작 5분여 후나 나타나며, 1초도 안되는 시간 동안 비춰지는 라이터 불빛이 이 영화를 밝혀주는 첫 조명이 됩니다. 



영화는 한동안 라이터 불에 의지해 진행 됩니다. 

이는 영화 주인공, 폴 콘로이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영화를 밝혀주는 유일한 존재인 라이터 불빛, 그마저도 일정하지 않고 불안정한 상태로 일렁이며 어두워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과 갑갑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영화의 무대.

위 영화 포스터에 보이는 것이 영화 무대의 전부입니다. 

1평 남짓해 제대로 눕기도 버거운 저 '나무 관' 안에서 1시간 30여분의 영화가 진행됩니다. 



불안정한 빛, 비좁은 무대.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점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된 것 같이 제한된 시점에서 잡히는 화면은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폴 콘로이가 느끼는 갑갑함과 숨막힘에 이입할 수 있게 합니다.


영화캡쳐1.jpg

영화캡쳐2.jpg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어딘가에 갇혔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즈음에 주인공의 발 언저리에서 핸드폰 진동소리가 들립니다. 

이 핸드폰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과 외부를 연결시켜주는 단 한가지, 유일한 통로가 됩니다.

중동 지역 문자로 설정 되어 있는 (이는 나중에 어느 나라이지 알수 있게 됩니다.) 이 핸드폰으로 주인공은 구조를 요청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전개됩니다.




2. 나에게 절박한 사실이, 타인에게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지금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굉장히 급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몸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공간에 갇혀서 자신의 앞으로의 생사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현실입니다.

사실상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과 같이 관에 갇혀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절박함에 자신을 쉽게 이입할 수 있지만. 주인공의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닙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말그대로 개방된 공간에 생존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절박함이 와닿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전화한 미국의 911은 소위 상황파악을 시작합니다. 

911이 상황파악을 하는 재질문이 반복되지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조 절차를 밟기 위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위함이죠.  
(이 때 주인공이 이라크 인근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911 직원은 물은 걸 또 물으며, 너무나도 차분한 말투로, 마치 장난전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듯 대처를 합니다.
 
물론 갑자기 전화가 와서 이라크 땅속에 묻혔다고 하는 구조 전화가 믿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직원의 태도는 주인공이나 관객 입장으로 속이 터지기 마련입니다.

이에 주인공은 답답함에 전화를 끊고 다시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구조 전화 이후 주인공이 가장 먼저 전화한 지인이지만..

아내는 응답이 없습니다.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음성을 들으며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죠. 


위와 같은 상황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계속 이어집니다. 


FBI로의 도움 요청, 자신이 일했던 회사, 친구와의 전화, 미 국무부와의 전화까지..

전화를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이없다는 식의 재질문, 절차밟기과 전화돌리기로 대응합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일하던 회사는 구조요청번호로 전화하라는 말을 하고 

주인공의 친구는 흥분한 주인공의 말투에 기분이 상해 화를 내기까지 합니다. 



주인공은 영문도 모르는채 죽음을 당하게 됐는데 전화만을 받고 현실이 보이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감정을 이입하지 못합니다. 

캡쳐4.jpg

(주인공은 물리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물리적으로 관속에서 갇힌 것 뿐만 아니라 심리적, 상황적으로도 외부와 완전하게 단절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상항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더 갑갑하고 숨막히게 만듭니다.

영화 속 타인들의 느긋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영화를 보는 이는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것 같이 답답함에 속이 타들어가게 되죠.

잘 보이지 않는 불빛과 숨 막히는 관 안에 갇혔다는 사실만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자신의 유일한 통로인 전화 통화에서 마저 전해지는 상대방의 태연함과 무책임함..

점점 더 주인공의 상황에 자신을 이입하게 됩니다.

계속해서 상황을 알고 있는 관객들은 말 그대로 '속이 터지는' 상황에 처합니다.


미 국무부 산하의 이라크 인질처리반, 댄 브래너와 통화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3. 절망속에서의 손 내미는 희망의 가치.


국무부가 연결해준 이라크 인질처리반의 브래너는 영화 속에서 희망을 심어주는, 거의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고 더이상 답답한 상황파악용 재질문이나 책임회피용 전화돌리기 없이, 능숙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줍니다. 

굉장히 능숙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시키고 대처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으로 미뤄보아 이런 일들이 이전부터 발생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도 소위 '입장'을 중시합니다.
 
인질범이 요구한 비디오를 녹화하지 말라고 하는 등 아무래도 생사가 걸린 주인공의 입장보단 자신이 일하는 정부 차원의 상황을 더 중요시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탐탁치 않지만, 적어도 그는 영화 안에서 주인공에게 가장 호의적인 인물입니다. 

주인공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보를 계속적으로 전달해주며 주인공을 안심시키고 지속적으로 희망을 가져다 줍니다. 

군대가 가고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며, 이전에 이런 일을 당한 사람들 중 살아있는 사람을 물어보는 주인공에게 

마크 화이트라는 인물을 예를 들어 주인공에게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죠.



관 안 에서 라이터와 같이 있던 야광봉이나 고장난 플래쉬가 그를 밝혀줬다면,

댄 브래너라는 인물은 관 밖에서 그를 잡아주고 밝혀주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흥분한 주인공의 욕설섞인 말도 잘 받아주며 최대한 안심시켜 주려고 애를 쓰기도 하는 그는 

자신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걸 강조하면서도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들을 전해줍니다.

끊임없이 자동응답기로 연결시키는 아내보단 더 도움이 되는 인물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위로해주는 것은 희미한 빛, 핸드폰, 간이 술통에 담긴 술과 그의 약, 그리고 구조담당자 댄 브레너와 마크 화이트의 존재가가 전부입니다. 


캡쳐3.jpg

(희망의 한 가닥, Mark White의 존재)


4. 몰아세워지는 주인공과 관객들.


영화 초중반에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은 이라크에 파견된 트럭 운전사이며 운전 도중 피습되어 관에 묻혔습니다. 

핸드폰 등등은 그 납치범이 넣어놓은 것들일 것입니다. 

납치범은 몸값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이가 녹록치 않자 미 정부를 압박할 방법으로 주인공에게 전화해 동영상을 찍도록 강요합니다. 

이를 거부하는 정부와 그 입장을 전해준 주인공에게 자신의 동료가 위기에 처한 사진을 보내 재차 협박합니다.


이에 못이겨 주인공은 인질범이 미리 넣어놓은 대본을 읽으며 동영상을 찍게 되고 이로 인해 댄 브래너에게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는 책망을 듣게 됩니다. 

심신이 지친 주인공은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지만,

어머님은 치매로 인해 아들의 목소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주인공은 몇 안되는 위로 받을 수 있는 통로마저도 잃게 됩니다. 


몰아세우기의 절정은 이후부터입니다. 


갑작스럽게 뱀이 나타나고 간신히 이를 퇴치해 급격히 지친 주인공에게 하나의 미디어 파일이 전송됩니다. 

이는 인질범으로 부터 전송된 파일이었으며,

주인공의 동료였던 파멜라 루티의 사망 영상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주인공은 급격한 쇼크에 빠지고 이전보다 더 절망에 하게 됩니다.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던 그는 이 영상으로 그가 고립되어 있는 상황을 다시 한 번 인지하게 되고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댄 브래너에게 전화해 상황을 철저하게 비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한 미군이 공습을 가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관에 균열이 생겨 모레가 새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인공과 관객들은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서게 됩니다.
 
이젠 단순히 납치범이 정해준 시간이나 핸드폰의 잔여 배터리정도가 아닌, 직접적으로 생사를 결정짓는 시간 문제까지 발생해 버렸습니다. 

주인공이 당황하며 모래를 막기 위해 대처하는 와중에 마침내 CRT(주인공이 일하는 회사의 이름)의 직업 감독관에게서 전화가 옵니
다.
 

최악의 상황에서 걸려온 전화.

이 전화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주인공을 그대로 벼랑 아래로 밀어버립니다. 


주인공의 상황을 파악한 후에 통화 내용을 녹음한다는 말부터 불안한 징조를 보이며,

역시나 회사는 주인공을 해고하고 이후에 지어지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직업 감독관은 주인공과 파멜라 루티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언급을 합니다. 

주인공과 파멜라 루티의 부적절한 관계를 근거로 사규에 나와있는 이른바, 사내연애금지 규정을 위반해 해고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주인공은 억울한 듯 그저 친구 사이일뿐이라고 호소합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사이였을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주인공의 말대로 [그들은 정말 친구 사이였을 것이다.] 입니다.


영화 초반에 911으로 전화 한 뒤 주인공은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런 다급한 상황에서 사람은 심리적으로 가장 강하게 연결 되어 있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취하기 마련입니다. 

파멜라 루티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면, 멀리 떨어져있는 아내에게 구조요청을 하기보단 가깝고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파멜라 루티에게 먼저 구조를 요청했어야 더 타당했을 것 입니다. 

이 당시 주인공은 파멜라 루티도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차후에라도 그녀에게 구조요청을 안하고 오히려 별로 친하지 않은 듯한 미국의 친구에게 연락해 감정만 상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주인공과 파멜라 루티는 심리적으로 그리 가깝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잇습니다. 


그럼 직업 감독관은 왜 둘 사이를 부적절한 관계라고 했을까요.


감독관은 파멜라 루티 사망 후 주인공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 전엔 이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후 벌어질 '골치아픈' 상황들에 대해 자신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꼬리를 자르고 도망갈 수 있는 방법 말입니다.


사실, 댄 브래너를 제외한 영화에 관 외부의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책임 회피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러다 직업 감독관은 파멜라 루티 사망 소식을 듣게 됐고 이를 핑계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그 둘에게 소위 '누명'을 씌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과 그에 못지 않은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 둘이 사실 부적절한 관계에 있었고,

사규에 따라 해고 조치된 자들이기 때문에 우리 직원이 아니고 그러므로 우리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죠. 


아무튼, 회사의 통보는 관에 균열이 생겨 모래가 들어오고 이를 막아야 시간이라도 버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주인공의 관에게 말 그대로 쐐기를 박습니다. 

직업 감독관과의 통화 후 임시방편으로 관 안으로 들어오는 모래는 막았지만. 주인공은 말 그대로 '절망'하게 됩니다. 

영화는 그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5. 영화의 마지막, 절망속에 품은 희망의 대가.


주인공은 이후 댄과의 통화를 통해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안타깝게도, 구조가 가까워졌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조금 전 폭격으로 납치범들이 사망한 것 같아 더이상 위치 추적을 하기가 힘들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계속해서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끈을 놓지 않았던 댄은 미안하다는 말을 합니다.
 
주인공은 전화를 끊고 영상으로 유서를 남긴 후 라이터를 끄고 마지막 침묵속에 몸을 맡깁니다.


이 후 가족들을 언급하며 협박하는 납치범의 요구로 유혈 동영상을 촬영해서 전송하는 등 주인공은 또 다시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내몰리지만.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환각도 보게 됩니다.)

그 전화를 통해 납치범이 살아있다는 것으로 자신의 위치가 다시 파악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역시 댄도 주인공의 위치를 파악한 후 그를 찾아 오고 있다며 구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영화의 마무리가 다가옵니다. 

(-주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도 포함됩니다.)


캡쳐6.jpg


모래가 얼굴까지 차오르고 바깥 소리가 급박하게 오고 가는 와중에, 마침내 주인공이 초반부부터 그토록 연락하고 싶어하던 아내에게서 극적으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늦게 주인공의 상황을 알고 절규하는 아내. 

구조대가 올 것이라며 아내를 안심시키는 주인공.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상황.

마지막에 다시 찾아온 희망과 삶의 가능성, 그리고 빠르게 흘러들어오는 모래만큼이나 둘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관객들로 하여금 상황을 더욱 절박하게 만듭니다. 


모래는 이미 거의 끝까지 차 올라왔고.

다시 걸려온 통화에서 댄은 주인공의 위에서 관을 향해 파 내려가고 있다며 다급하지만 희망찬 목소리로 말합니다. 

다 차오른 모래와 절규하는 주인공과 다급한 댄의 목소리, 땅을 계속 파내며 급박해지는 분위기.

그리고 끝까지 모래로 차오르는 가운데 마침내 댄에 의해 구조되는 것은..


I'm sorry, Paul..
I'm so sorry..




6. Mark White


"Oh, my god......He brought me Mark White....."


댄이 구조한 사람은 주인공이 아닌, 마크 화이트였습니다.

납치범은 구조대를 주인공의 관이 아닌 마크 화이트의 관으로 안내했던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의 Okay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관 속에 모래가 다 차며 마무리 됩니다.



마지막에 와서야 관객과 주인공은 댄이 말한 마크 화이트가 구조된 선례가 있던 사람이 아니라 같이 피랍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댄이 주인공과 동시에 구조하려고 했던 사람이었죠. 

영화의 초반부, 댄과의 통화에서 주인공은 마크 화이트라는 사람이 구조된 적이 있으니 나도 살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품습니다. 

누군가 나를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작은 위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희망은 영화 내내 주인공을 관 속에서 버틸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힘이 됩니다.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희망의 상징이 된 것이, 그 자체의 구조의 대상이 된 마크 화이트 였습니다만,. 

이 희망의 빛은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의 눈, 입과 함께 사라집니다.



이것은 희망이었을까요, 고문이었을까요.

그런 상황에선 희망의 끈을 던져 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댄의 거짓말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구조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 때까지 상대방이 버텨낼 수 있는 유인을 마련해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그 전에 구조된 사람이 있었는지.(구조된 예로 든 게 마크 화이트였으니 이 경우 희박하다고 봅니다.)

마크 화이트는 구조될 당시 살아있었는지.

어떻게 댄은 구조한 후 그가 주인공이 아닌 마크 화이트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길이 없습니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잠시 나온 Mark White라고 씌여진 관속의 글씨로 봐서 

이 이름은 주인공 같이 납치를 당한 사람들에게 관 속에서 버텨낼 수 있는 희망을 주기 위해 구조팀에서 제시했던 한 줄기 끈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극 중에선 미지의 인물이지만,

영화의 메세지에선 절망을 버텨낼 수 있는 희망 혹은 고문의 상징이라고나 할까요.


캡쳐7.jpg

캡쳐3.jpg

엔딩 크레딧 도중의 영상 -위-, 영화 초반의 영상 - 아래-
( 주인공 폴 콘로이의 필체와 나뭇결등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댄으로 대표되는 구조팀은 관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마크 화이트의 예를 들면서, 

(아마 그 당시 생각났던 이름이 아직 구출하지 못한 마크 화이트 였겠지요.)

당신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해 구조할 시간을 확보했다고 보여집니다.


making_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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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_04.jpg

(영화 촬영 장면입니다. 저예산이었겠지만 배우는 정말 힘들어보입니다)


 
7. 마치며


영화는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갇혀진 주인공에게 희망과 절망을 반복적으로 쥐어주다 벼랑끝으로 내몰고선 극적인 빛을 던져주고 마지막은 비극..

비극이 뇌리에 더 잘 각인된다고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과 같은 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관람객의 입장에선 이와 같은 결말은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결말이었죠. 



제가 영화를 보고 나서 Mark White라는 이름에서 떠오른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은,

바로 하얀 거짓말이라는 단어였습니다. 



하얀 거짓말을 White lie라고 하죠

Mark는 새기다 등의 의미로 이 이름은 관 속에 새겨집니다.

Mark Whte는 구조대 입장에서 피랍자들에게 새기는 하얀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크 화이트라는 인물의 존재 자체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극 중에서 실제로 피랍됐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들은 주인공 폴 콘로이가 관 속에서 버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시한 하얀 거짓말이었습니다. 



하얀 거짓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댄의 거짓말은,  

즉, 절망속에 빠져있는 사람을, 그 결과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하얀 거짓말로 일으켜 세워 놓고 보는 게 옳은 것인가.. 

혹자는 저렇게 살 수 있다고 해놓고 죽게 내버려 두는구나 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댄의 입장도 이해가 되긴 합니다.
 
절망에 빠진 상대를 방치하면 구조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 마저 사라질 수 있을테니까 말이죠.

실제로 인질범이 넣어놓은 주머니엔 칼도 있었고 파멜라 루티가 사망한 후 주인공은 자해하려고도 했었습니다.



사실 이 의문점은 옳고 그름을 가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과정이 중요하냐, 결과가 중요하냐는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죠. 

이는 철학적인 내용이므로 의문 이후에 뚜렷하고 명백한 답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거라 생각됩니다. 



지인이 추천해서 본 영화였는데 결과적으론 좀 먹먹해졌습니다.

내가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희망이 빛나는 희망인지, 희망고문일지. . 

그래서 이래저래 할 말이 많아 쓰다보니 글도 길어졌습니다. 



폐쇄공포증을 유발하는 영화로도 유명하고, 

음향효과나 시각적 압박감이 글로 다 드러나지 않을만큼 훌륭하므로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럼 다음에 다른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여름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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