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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My Dear Enemy, 2008)
게시물ID : movie_70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1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3 20: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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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본 게시글은 이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돈이 이렇게도 쓰이니, 멋지지 아니한가?

http://blog.naver.com/ha_eun_love/221077119493

1.
우리의 삶 속에서 돈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은 사실, 돈이 물질적 신의 지위에까지 등극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존재인 한 숙명적으로 맞닥뜨려야만 하는, 그래서 인류가 구성한 어떤 사회에서든지 간에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한 질문이었다.
그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리고 그 돈이란 형태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재화들이나 서비스를 얻게 해주는, 그 어떤 매개적 물질은 항상 있어왔던 것이다.
이 영화를 왜 갑자기, 이러한 되지도 않는 이야기와 연결시켜 묶어내는가?
필자가 보기에, 이 영화는 돈과 관계, 다시 말해, 우리의 삶과 돈에 대한 인간 사회의 고민과 성찰을 노골적인 듯 은밀하게 읊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태반이자 젖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여자가 갑자기 전 남자친구를 찾아와서는 예전에 빌린 돈 갚으라고 성화를 부린다.
오래간만에 봐서 반갑다는 둥, 잘 지내느냐는 둥, 안부 인사를 의례적으로나마 할 법도 한데, 이 여자, 대번에 돈 얘기다.
무람없는 언사에 그 남자는 잠시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곰살맞게 그녀를 대하려 애쓰며, 자기 혼자나마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그 남자가
반가운 인사를 건네기엔, 지금의 장소가 그리 낙낙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온갖 인간의 돈과 물질적 욕망이 폭발적으로 난무하는 곳, 더군다나, 그것이 공식적 단체에 의해 합법적으로 인가받은 그런 곳에서 그네들은 운명적으로 조우했던 것이다.
주위에선 온통, 경마 말고 땅을 사서 돈을 벌었다느니, 이번 마권은 계산을 잘해야 된다느니, 하는 소리만 요란하게 퍼지고 있는데, 그런 곳에서 그네들은 서로 예전의 추억들을 다시금 만났던 것이다. 
그러니, 노골적으로 돈만 소원하고 탐욕하는 그런 곳에서 한 남자의 진심 어린 인사는 한순간 증발해버릴 수밖에 없었고, 그저 그 남자로부터 그녀가 품고 있던 노골적인 돈에 대한 소원과 탐욕만 덩그러니, 어떤 잔해처럼 남아버렸던 것이다.
돈이란 원래가 그런 것이 아니던가?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나 또 그에 따른 삶은 정작 돈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던가?
돈이라는 것이 담보하는 또 다른 관계나 삶을 위해, 돈만 있으면 심지어 무에서 유까지 창조하는 그런 마술적인 관계나 삶을 위해, 우리는 인간관계나 삶 그 자체보다는 그것의 가능성으로서 돈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더욱더 갈급한 유혹을 느끼지 않는가?
그러니 우리는 돈을 위해서라면 잠시나마 우리의 관계나 삶을 보류하고, 기꺼이 그것에 목매달지 않는가?
결국, 그 남자 또한 여자의 돈을 메꿔주기 위해 자신의 관계나 삶을 저당잡힐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결국, 여러 곳을 돌며 금융활동?이라는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그 장소에서 남자의 인사가 묵살되었을 때 이미 필연적으로 예견되어 있었던 셈이다. 


3.
하지만, 그네들이 그곳을 빠져나오고 시간 또한 과거로 시나브로 흘려보낼 때, 정작 이러한 돈과 관계의 일상적인 패턴이 뒤집히기 시작한다. 
사실 이것은 그네들이 도로에 나와서 얼마 뒤 본 거리 현수막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에서도 이미 상징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떼인 돈
까지 받아 드리는 이 세상은, 그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실상,
그녀는 떼인 돈까지 받아 드리는 이 세상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이미 길을 나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돈이라는 목적을 위해 떼인 돈 받아 드린다고 현수막을 내건 이 세상을 향해, 그녀는 오롯이 자신의 관계나 삶을 위해서 그 떼인 돈 받으러 다닌다고, 직접 증명하고 나선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 돈이라는 목적 때문에 떼인 돈을 받으러 나온 것이 아니라, 그 돈이라는 목적이 은폐하며 지시하던 진짜 의미, 다시 말해, 돈이라는 도구를 통해 형성되었고 형성되는 관계나 삶, 그 자체를 다시금 톺아보며,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에 직접 길을 나선 것이었다.
그러니, 그 남자가 여러 여자들과 엮이어서 돈을 꾸게 되는 행위들이 '그 상황에선' 그녀에게 그다지 큰 꼴불견이 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러한 돈이 우리네 관계나 삶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어서 평소 인맥이나 인연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만 뒷배경으로 드러낼 뿐, 정작 그 상황에서 남자는 그녀를 위해 돈이라는 목적에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대부분의' 여자들과 만났기 때문이다.
실상,
그는 처음부터 각각의 상대가 지닌 관심과 의도, 의향에 따라 여기에 맞고 저기에 맞는 공치사나 미사여구들을 활용하여 일종의 '영업활동'을 전개해나갔던 것이지, '애정행각'을 벌인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사실, 한 발 물러나 이러한 날선 구획을 하지 않더라도, 돈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 또한 과거에 그렇게 똑같은 식으로 작업?을 당했을 수도 있으나, 그녀는 지금, 바로 그것으로 인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인연의 인과 고리를 그 남자와 이어갈 수 있게 되었고, 또 그 과정에서 다시, 재생되는 과거와 현재의 관계 그리고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다른 여자들을 보는 시선이 얼마나 복잡다단하며, 어지러울 것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나 삶을 일차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정작 최종적인 목적은 돈에 두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그녀가 보기에 그의 모습은 한결같이,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는 카멜레온, 순전한 자기의 진심은 그 어디엔가 내다버린 채 농담 따먹기나 시시한 소리로만 일관하는 각다귀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점점 돈을 꾸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그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 남자의 진심이 그녀에게까지 조금씩 묻어나기 시작한다.
정작 그도, 돈으로만, 돈을 위해서만 상대를 대하는 게 아님을, 특히 자신에게 소중한 몇몇에겐 진짜 그의 진심을 내보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녀는 시나브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그녀에게 차마 말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아픈 과거까지 그대로 노출시키면서도 말이다.  
결국,
무턱대고 찾아와서 돈 갚으라고 을러대던 그녀 또한 마침내 심경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드디어 그녀의 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돈이라는 목적을 내세우면서도, 실상은 그 사이사이, 그 균열 아래에 있는 그네들 관계나 삶을 다시금 바라보며 보듬어 품기를, 그녀는 진정 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4.
그네들의 사랑 전선도 마찬가지로 돈과 얽혀 있었다.
돈 때문에 한 남자는 한 여자를 떠나 보냈고, 또 돈 때문에 한 여자는 한 남자가 떠나 보내는 걸 받아들였다.
돈이 관계의 수단이나, 어떤 일종의 부수물이 아니라, 관계의 판관이자 신이었던 셈이다.
그러면서 그네들은 옛 대사를 들먹이며 그 상황을 합리화한다.
진정 사랑하니까 우리는 헤어진다라고.
하지만, 그렇다면 또다시 그네들은 이대로 헤어질 것인가?
이제 그 남자는 예전과는 달리 땡전 한 푼 없는 거지 신세로 전락한 상태고, 그 여자 또한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백조 신세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 그네들은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네들의 두 번째 사랑 전선도 마찬가지로 돈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돈은 이전과는 달리 그것을 통해 그네들의 관계나 삶을 이어주고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고리나 접착제로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5.
역시나 돈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살리고 죽이고 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그래서 그 인간관계나 삶을 만들어가는, 한 생명 생명으로서의 인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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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나의 촌평 -
과거로부터 드리워진 미련과 집착의 끈이 숨바꼭질하듯 숨어서는 현재의 인형까지도 얽어맨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를 되새김질하듯 추억하는 것은 순전히 이 때문인가? 잔잔하지만 애틋하고, 소소하지만 애잔하다. 
 

출처 http://blog.naver.com/ha_eun_love/221077119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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