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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자살
게시물ID : movie_721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컷수컷
추천 : 1
조회수 : 88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12/03 19: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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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시간이에요.”


주사기를 인슐린 약병에 꽂고,  실린더를 빼 내용물을 빨아들인다. 무색의 약물이 실린더에 가득찬다. 그는 실린더를 살짝 밀어 인슐린을 조금 빼낸다. 그리고 마무리로 바늘끝을 손끝으로 살짝 튕긴다. 그리고

내 팔의 혈관을 찾는다. 모든 것이 그대로다. 조금의 변화도 없이 똑같은 행동이다. 기억은 사라져도 십년 넘게 매일 반복해온 습관은 시계처럼 정확하다.

빠르게 바늘이 혈관을 뚫고 인슐린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근육이 조여지는 기분이 날 감싼다. 바늘이 빠져나가고, 그 틈으로 작은 핏방울이 맺힌다. 그가 알코올 묻힌 솜으로 닦아준다. 변함없이 사랑스런 조치다. 나는 다시 깨닫는다.


그는 날 사랑해.


절대 날 죽이지 않을 거야.


제발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사용한 약병과 주사기를 치우고 새 약병과 주사기를 탁자 위, 그의 앞에 놓는다. 그리고


시계를 다시 돌려놓는다. 10분 전으로.


셸비가 뭐하냐는 듯 쳐다본다. 하지만 곧


셸비의 눈꺼풀이 감긴다.

리셋이다.

그의 머릿속은 10분 전의 셸비로 돌아갔다.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시간이에요.”


그는 내 말에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린다. 그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던 중인지, 자기 앞의 새로운 상황에 맞춰 새롭게 기억을 짜집기하려는 중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기 앞에 놓인,  포장도 뜯지않은 주사기와 인슐린 약병, 그리고 시계를 보고. 그는 자신이 내게 인슐린 주사를 놔주려했다는 것을 떠올린다. 이미 그랬다는 기억이 없기에, 그는 10분 전의 기억으로, 내게 주사 놔주기 전의 그로 되돌아갔다. 그는 10분 전과 똑같은 동작으로, 똑같은 순서로, 내게 인슐린을 놓는다. 모든 과정이 끝난 후, 나는 다시 주사기와 약병을 치운다. 그리고 시계를 다시 10분 전으로 돌린다. 10분 전과 똑같이, 셸비가 눈을 깜빡인다.


“시간이에요.”


셸비는 기억났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사기를 인슐린에 꽂았다. 무색의 액체가 실린더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보기만 해도  식은 땀이 흐른다. 이미 과다투여된 인슐린은 내 몸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다.


이제 주사 한 방만 더 맞게 된다면 꼼짝없이


나는 죽겠지.


나를 보고 그 이가 미소짓는다.


“아프게 안 할게.”


긴장한 내 표정을 보고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그가 멋진 광대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내 팔을 잡고


인슐린이 든 주사를 혈관에 놓는다.


인슐린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마지막 한 방울 끝까지 사라지고, 바늘이 내 몸에서 떨어진다.


효과는 즉시 나타난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내 생애 마지막 눈물이 될 것이다. 서서히 쓰러지는 나를 보며 셸비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본다. 나는 그에게 진실을 알릴 수 없다. 그는 곧, 잊게 될 것이다. 자신이 그랬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곧 닥쳐올 죽음이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기쁘다.


그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오, 셸비.


사랑하는 당신.


기억하지 못해도


잊지 말아요.


눈을 감아도 세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기억이 없어져도 당신이란 사람이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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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화 관람 폭이 좁은 것도 있지만

아직까지 이 영화의 이 장면보다 슬픈 이별 장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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