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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 간만에 꽤 괜찮은 한국영화같습니다.(스포유)
게시물ID : movie_747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욤뮈르소
추천 : 3
조회수 : 100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6/18 16:00:42
전체적으로는 사회 계급적 맥락에서 이해될 여지도 있으나, 

종수(유아인 분)라는 전형적 인물의 변화 과정으로 보더라도 와닿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매우 전형적인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전형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는 영화입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옷더미를 끌어앉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롱테이크 씬부터 꽤 친절하게 

그를 둘러싼 엄혹한 환경들을 보여줍니다.

그런 그에게 해미는 숨구멍 같은 존재죠. 비록 희망이 되긴 어렵지만 위안은 되는 존재...

아프리카로 여행 간 해미에 방에서 자위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런데, 해미의 새로운 남자 벤의 등장은 모든걸 망쳐놓습니다. 

종수는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벤의 석연치 않은 배경과 행동 모두 경계심을 갖게하지만, 해미에게 그는 공식적인 남친이 아니니

개입할 명분이 없죠. 그리고 감정풀이를 해미에게 하는 동안 해미는 사라져버리죠.

사실 해미가 왜 사라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관객의 몫이죠.

저는 오히려 종수가 왜 분노하는지에 주목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작은 위로조차 없어진 남자를 조롱하는 벤은 매우 잔인한 사람입니다.

잠자리 날개를 뜯으면서 노는 아이가 떠오르더군요. 날개 뜯긴 잠자리가 균형을 잃고, 대가리를 땅에 박으며 비틀거리, 또 남은 날개들로 파닥거리는걸

지켜보며 웃는 아이...

결국 분노를 눌러담고 있는 종수에게 불쏘시개가 된 벤은 그 철없음으로 비극적 운명을 맞게 됩니다.

반대로 살인을 저지른 종수는 성서에 나오는 카인처럼 분노할 줄 아는 인간으로 거듭나며 영화는 막을 내리죠.

어쨌든 이 영화는 청춘의 방황이라는 낡은 주제로도 

새롭게 읽히게 만드는 상상성을 가졌다는 것 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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