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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주먹왕 랄프 2. 아버지와 딸의 6년 후.
게시물ID : movie_759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oung.K
추천 : 5
조회수 : 9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15 14: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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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2012)는 80년대, 옛 게임에 대한 향수에서 시작한다.

패미컴이나 오락실 같은 곳에서 홀로, 혹은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 비디오 게임.
이제 서른이 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아이들은 자녀와 함께 랄프와 바넬로피의 이야기를 본다.

부모에게는 추억으로.
아이에게는 동화나 신화 속의 이야기로서.

교육이라는 의무와 책임 하에 달리 방법을 몰라 아이를 혼내고 아이의 세계를 부수기만 했던 부모와.
이상한 아이, 말썽꾸러기. "너는 도대체 왜 그러니?", "너는 대체 뭐가 문제야?(what's your problem?)" 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을 아이들(글리치)은 영화 안에서 랄프와 바넬로피가 되어 결국 절친한 친구가 된다.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아이는 성장하고, 부모에게 세상은 좀 더 낮설어진다.

그러나 주먹왕 랄프 2(2018)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인터넷 문화와 각종 밈(meme)들을 이해하기엔 부모들의 시간은 너무 적다.
그들은 열심히 일해야 하고, 일에서 벗어나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무의미의 시간을 동경하며, 그들의 반복되는 일상을 지켜야만 한다.

인터넷의 패킷(Package(화물)+Bucket(덩어리))은 랄프에겐 너무나도 작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하고 있고, 랄프는 그들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시대를 배워나가고, 그곳에 자신이라는 상품을 내걸고, 판매한다.

랄프는 자신의 웃긴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 하는 것에서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이 바넬로피의 세계를 지켜줄 것이기에 노력한다.
인터넷에 내던져진 바넬로피의 영웅은 그렇게 세상의 한 페이지가 되어 망가지고, 노력한다.
랄프는 이것이 해피엔딩일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바넬로피가 더 이상 그의 영웅이 지켜주는 작은 세계에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버지가 만들어준 나무 위의 오두막에서 나온 아이는 더 재밌고, 더 폭력적이고,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세계에 푹 빠져 돌아보지 않는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자신의 자녀가 즐기기엔 '너무 이른'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들. 그리고 10대 소년소녀들이 흥미로워하는 이해되지 않는 문화와 일탈들.

랄프의 입장에서 <슬로터 레이스>는 절대로 바넬로피를 두어서는 안 되는 끔찍하고 폭력적인 곳이며, 심지어 타당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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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GONNA WRECK IT!!"

자녀의 염색한 머리카락과 길게 기른 손톱을 자르고, 옷을 찟고, 동아리 모임에 난입해 억지로 끌고 나오고, 컴퓨터와 게임기를 망치로 부수고, 친구들 전화번호를 알아내 집집마다 전화를 걸고, 휴대폰에 위치추적 어플을 깔며, 어디서 무얼 하는지 어설픈 뒷조사까지 한다.
그런 방법밖에 배우지 못한 부모는 그것이 정당하다고 믿는다. 자녀가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고 깨달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감정은 너무나도 비대해서 둘 중 어느 누군가를 짓이겨 삼키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는다.

그 무엇이든 부술 수 있는 주먹을 내리고, 애정이라는 이름의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면...

랄프는 결국 바넬로피를 보내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속은 새카만 파이처럼 타들어가고, 그의 가슴(heart)은 조각나 부서졌을지언정, 그는 바넬로피를 사랑하기에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반만 남은 심장으로, 그는 언젠가 다시 그녀의 영웅이 될 수 있기를, 지금도 세계 제일의 절친이기를 희망하며 또 한번의 일상을 시작한다.

그렇게, 랄프는 바넬로피의 전화를 기다린다.

낡은 게임의 코드가 뽑히고, 그의 모든 것이 고물상에 팔려나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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