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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곡]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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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아현옥탑
추천 : 10
조회수 : 334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6/02/13 2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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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일 끝나고 새벽에 조금씩 녹음했던 곡이 어제 나왔네요

처음으로 제 이름을 걸고 내는 앨범인데 축하받고 싶어서 이렇게 올려요

축하 두번씩 해줘요





34

누구는 잊는다고 하는데
누구는 보낸다고 하는게
이해가 안됐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가
모여 일년이 되는 날
종은 또 울리네

잊지도 보내지도 못하고
애꿎은 니 손만 붙들고

이젠 포기하라 하는데
눈치없이 밥은 넘어가고
종은 또 울리네

(간주)

잊지도 보내지도 못하고
애꿎은 니 손만 붙들고
잊지도 보내지도 못하고
애꿎은 니 손만 붙들고

이렇게 나이는 먹어가고
꿈은 멀어져 가는데
종은 또 울리네
종은 또 울리네


12월 31일, 제야의 종이 서른 세 번 끝마칠 때 
누군가의 가슴엔 한 번 더 종이 울렸다.
그것은 구부러지지 않는 음표였다. 
 
' 페이퍼트리' 송영근의 첫 싱글앨범, [34]    
송년은 한 해를 보내는 것이고, 망년은 한 해를 잊는 것이라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십대를 다 써버린 참이라 그 말이 묘하게 여겨졌다. 한 해를 헤아리다 청춘의 총량이 덩달아 밀려든다. 나는 서른 하고도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십대는 첫 사랑을 치루는 것과 같았다. 맹목적으로 시선을 좇아가나, 손을 맞잡게 되지는 않았다. 아프면 아플수록 포기하기 어려웠다. '보이지 않지만 춤추는 나'에 대한 어렴풋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손톱을 물어뜯고', 곧잘 '눈물' 쏟는 시절이었다. -2집 '미친'- 그러다 서른을 맞는다. 펀치를 맞듯 서른이 매정하게 지나갔다. 
생업을 끝마치고 돌아온 매일 밤, 문을 닫고 노래를 불렀다. 기타를 켜고, 노래 부르는 내가 나 같았고 그 때의 내가 가장 좋았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얼마만큼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애인과 가족을 이루어 아이 여럿 낳고 재미나게 살고 싶다는 꿈도 슬며시 고개를 올린다. 그러자면 놓아줘야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꿈꾸는 나를 보내든지, 꿈꾸던 나를 잊든지. 이별 후에 시작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 이별은 마뜩찮다. 숨어있지 않고, 혼자 울지 않을래-1집'잊어내리다'- 라고 말하던 나는 그 사이 조금 변해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같은 자리에서 -1집'향혼'- 이제는 밥 숟가락을 드는 것이다. 일이 붙인 근력이자, 갈등이 만들어간 근육이었다. 밥을 먹고나면 팔뚝에 힘이 간다. 팔뚝에 힘이 가면, 기타를 잡는다. 그리곤 노래를 불러제낀다.

이것은 '페이퍼트리' 이후, 3년 만에 솔로 앨범으로 시작하는 송영근의 이야기다.

 박력과 무기력, 명랑과 음울, 도전과 망설임, 사랑과 그리움, 들끓는 욕망과 반성하는 욕망 등 청춘심리의 복합적인 레이어를 주조했던 송영근의 화려한 능란함이 차분한 성숙함을 들고 돌아왔다. 흠결없는 미성과 찢어 발라내는 폭발적인 음역을 오고가는 그의 특징적인 재능이 이번에는 단정하고 단순한 사운드에 힘을 무장하고 있다. [34]에선 비슷한 지점에서의 오래된 고민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데, 지나온 자리는 결코 같은 자리가 될 수 없다는 철학적인 시선을 넌지시 던진다. 눈물을 터뜨렸던 공간에 휘파람을 불어 넣거나, 발화의 높이가 긍정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그의 태도적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페이퍼트리' 밴드리더에서 아티스트 '송영근'으로 홀로 서는 과정에서, 그는 지난한 청춘을 통째로 안고 청춘으로 계속 나아가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34]는 청춘의 그림자가 선명히 남긴 것이 있다면, 여전히 꿈꾸는 자신을 알아보는 일임을 깨달은 어른인 듯 어른 아닌 어른의 성장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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