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하오(夏午)에 부는 바람만큼 온화했는데.
우는 날 떼놓고 걸음 어찌 걸었나.
하염없이 비 내릴 때, 너도 억수처럼 울었나.
떠나가소, 아주 가소. 지금보다 더 멀리 가소.
이내 이런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음이라.
나를 두고 가신 임, 천리멀리 더 멀리 가소.
발병일랑 나지 말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행복하소.
연무처럼 흩어지는 맘 어찌 붙잡나.
너는 그믐에 피는 손톱달처럼 저무는데.
기어이 돌아서는 널 어찌 탓할까.
너는 아무도 몰래 받을 벌을 다 받았는데.
떠나가소, 아주 가소. 지금보다 더 멀리 가소.
이내 이런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음이라.
나를 두고 가신 임, 천리 만리 더 멀리 가소.
발병일랑 나지 말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언약과 증표, 가련한 맹세여, 다시 없을 사람
마침표 없는 문장을 가득히 눌러 안고
안으로 외치는 말─
가지 마소, 가지 마소. 나를 버리고 가지 마소.
이내 이런 기다림은, 멀리 멀리 저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두고 가신 임, 십 리도 못 가 발병 나소.
아라리요, 아라리야, 끝내 떨치고 가신 임아.
돌아보소.
간 밤에 꾼 꿈결인 듯, 전부 다 잊고 행복하소.
나를 두고 가신 임아,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행복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