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가고 쓸쓸한 거리
낙엽은 지고 황혼이 지는데
아~사모치는 아~그리움에
아득한 비의 추억을
못잊어서 나홀로 운다
그대는 떠나 세월은 흐르고
강물도 흘러 슬픔을 씻는데
아~흩어지는 아~그 목소리
아득한 메아리가
그리워서 나홀로 운다
(사족)
차승우의 프로젝트 밴드 ‘조카들’이 엮어낸 ‘그대는 가고’는 부평구문화재단이 추진하는 기획 [부평사운드(Bupyeong Sound)]의 지향을 압축하고 대변한다.
부평 애스컴 미군클럽에서 활동한 우리 음악가들의 유산을 복원하는 단계를 넘어 후배들의 헌정으로 잇고 나아가 지금의 감수성과 접점을 바라는 의향이 즉각 포착된다.
‘노브레인’ ‘문샤이너스’ ‘모노톤스’의 키 맨 차승우에 의해 저 옛날 1968년 차중락의 노래가 2020년 감각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원래는 차승우와 그의 아버지인 ‘1960년대의 레전드’ 차중광이 함께 하기로 해 시작부터 관심사였다. 하지만 차중광이 지난 8월 27일 암 투병 중 별세하면서 이 부자(父子) 합작 녹음은 완성되지 못했고 차승우가 떠맡게 되었다.
곡의 주인공 차중락은 초기 록 밴드 ‘키보이스’의 멤버로 미군클럽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으나 스물네 살 요절했고 너무나도 유명한 유작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남겼다 차중광은 그의 친동생, 그러니까 차중락은 차승우의 큰아버지다.
차승우의 부담과 책임감이 컸을 수밖에 없다. 어린 조카로서, 아들로서 선대의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음악인생 중 가장 무겁게 마음을 먹은 노래”라고 했다.차승우는 초창기 포크 듀엣인 ‘뜨와에므와’의 이필원이 작곡해 포크 숨결을 머금은 스탠더드 팝의 느낌을 서프 기타를 동원해 창의적으로 ‘헌정’하는 동시에 모던한 록 편곡으로 지금의 감성과 맞닿게 만들었다.
옛 곡의 막연한 재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는 재해석으로 온고지신의 미덕을 획득한 것이다. 깔끔하다. 이런 게 재탄생이다.
지금 음악수요자들과의 동행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들은 비로소 이런 곡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 중인 K팝의 시작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