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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를 놀리다 저승으로 끌려간 사람들
게시물ID : mystery_9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3
조회수 : 541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05/27 18: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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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부의 브르타뉴(Bretagne) 반도, 영국 남부 콘월과 서부 웨일즈 지역에는 안쿠(Ankou)라는 유령이 민담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브르타뉴와 영국의 민담에서 안쿠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4마리의 말들이 끄는 수레를 모는 마부인 동시에, 후드가 달린 검은 외투를 입고 커다란 낫을 든 채로 사람들의 영혼을 납치해서 수레에 태우고는 지옥의 입구인 위엘고아의 구덩이로 데려가는 저승사자로 등장합니다.


안쿠가 낫을 가진 이유는 전통적으로 서양에서 저승사자는 농부가 낫을 휘둘러 곡식을 추수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영혼을 거두어들인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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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브르타뉴 지역에서는 안쿠에 얽힌 재미있는 민담이 전해져 옵니다. 어느 날 밤, 3명의 청년들이 술에 취해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수레를 끌고 있는 안쿠를 만났습니다. 그러자 술에 취한 청년 2명은 안쿠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싶은 짖궂은 마음이 들어서, 안쿠를 향해 돌을 던지면서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 멍청아! 어디 한 번 우리를 붙잡아 봐라! 너는 결코 우리를 지옥으로 끌고 가지 못할 것이다! 너는 당장 우리가 던지는 이 돌들도 피하지 못하는 얼간이니까!"


그렇게 한참 안쿠를 놀려먹던 청년들은 그들이 던진 돌들 중 하나가 안쿠가 몰고 있는 수레의 바퀴에 맞아 차축이 부러지자, "불쌍한 안쿠는 이제 저승사자 노릇도 못 하겠네. 수레바퀴가 부러졌으니, 수레도 몰지 못하고 앞으로 실업자 신세나 되려나?"라고 안쿠를 비웃으며 도망쳤습니다.


남아있던 청년 한 명은 못된 친구들한테 모욕을 당한 안쿠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안쿠가 모는 수레바퀴의 부러진 차축을 바꿔주기 위해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서 안쿠한테 주었고, 안쿠가 그것을 받아서 남은 바퀴에 연결하려고 하자 자신의 구두끈을 풀어서 건내주어 바퀴에 묶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청년은 조용히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마을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안쿠한테 돌을 던지며 놀렸던 두 청년들은 아무런 병이나 상처도 없이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고, 반면 안쿠를 도와줬던 마음씨 고운 청년은 머리카락이 온통 새하얗게 변한 상태가 되었던 것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된 청년은 "안쿠가 내 친구들한테 복수를 하려고 그들을 지옥으로 데려간 것이 틀림없어!"라고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출처 유럽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294~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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