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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로 둔갑한 호랑이
게시물ID : mystery_92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
조회수 : 238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7/10 1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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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연대를 알 수 없는 조선 시대의 야담집인 파수록(罷睡錄)에는 승려로 둔갑을 한 호랑이에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실려 있습니다. 


광해군 때의 관서(關西 평안도) 안찰사(按察使 지방 관리)를 지낸 박엽(朴燁 1570~1623년)에게 친척인 재상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아들을 박엽에게 보내면서 "내 아들이 장차 호랑이한테 죽을 운명이라는 점괘를 알았는데, 아들의 목숨을 건지려면 자네한테 보내야 한다네."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박엽은 그 부탁을 받아들이고, 재상의 아들에게 "오늘 밤, 너는 말을 타고 오래되어 무너진 절로 가서 호랑이 가죽 하나를 뒤집어쓰고 있으라. 어느 늙은 승려가 와서 너한테 그 호랑이 가죽을 달라고 해도 결코 주지 말고, 그가 가죽을 빼앗으려 하면 칼로 가죽을 자르겠다고 해라. 그리고 닭이 우는 아침이 오면 승려한테 가죽을 줘라."라고 말했습니다.


재상의 아들은 박엽이 시키는 대로 말에 오르자, 말은 스스로 달리기 시작한 끝에 멀리 떨어진 계곡의 다 무너진 오래된 절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말에서 내려 절 안으로 들어갔는데, 과연 박엽의 말대로 호랑이 가죽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덮어쓰고 있는데, 얼마 후에 무섭게 생긴 늙은 승려가 절 안으로 들어오더니, 재상의 아들을 보고는 "그 호랑이 가죽을 나한테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재상의 아들은 박엽이 말한 대로 승려한테 호랑이 가죽을 넘기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승려가 가죽을 뺏으려 다가오자, 재상의 아들은 칼을 가죽에 들이대며 "만약 당신이 이 가죽을 뺏겠다면, 나는 칼로 가죽을 자를 겁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승려는 놀랐는지 잠시 뒤로 물러났다가 또 가죽을 내놓으라고 외쳤고, 재상의 아들은 이번에도 가죽을 칼로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런 행동을 6번이나 반복하다가 어느 덧 닭이 울면서 날이 밝았고, 승려는 허탈한 표정을 짓고서 "이건 박엽이 너한테 시킨 짓이겠군. 그 가죽을 나한테 돌려다오."라고 말했습니다.


마침 박엽의 말대로 닭이 울었으니, 재상의 아들은 호랑이 가죽을 승려에게 건냈습니다. 승려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절의 밖으로 나갔는데, 호기심이 든 재상의 아들이 몰래 그를 지켜보자 승려는 호랑이 가죽을 덮어쓰고는 호랑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는 다시 가죽을 벗고 승려로 돌아왔고, 재상의 아들한테 기름을 바른 종이 한 장을 건내면서 "이제 너는 박엽한테 돌아가라. 만약 호랑이가 나타나서 너를 해치려 한다면 이 종이를 내밀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재상의 아들은 승려로부터 받은 종이를 가지고서 절을 떠났습니다. 과연 승려의 말대로 그가 가는 곳곳마다 호랑이들이 나타났는데, 승려가 준 종이를 내밀자 대부분은 그냥 떠나버렸지만, 유독 한 마리의 호랑이는 종이를 보고도 재상의 아들을 해치려 들었습니다. 그러자 불안해진 재상의 아들은 "그러면 너는 이 종이를 준 스님을 만나러 가서 따지자."라고 말했고, 놀랍게도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호랑이와 함께 절로 돌아온 재상의 아들은 승려를 만났고, 그가 일의 자초지정을 설명하자 승려는 "너는 왜 이 아이를 해치려 들었느냐?"라고 호랑이를 꾸짖었습니다. 그 말에 호랑이는 "3일 동안 굶어서 배가 고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승려는 "여기서 동쪽으로 반 리(약 200미터) 떨어진 곳에 사람 한 명이 있으니, 그를 잡아먹으러 가라."고 말했으며, 호랑이는 즉시 절을 떠나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총을 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승려는 재상의 아들을 보면서 "저 녀석은 내 말을 어겼으니, 총을 가진 포수한테 가게 해서 죽게 했다. 이제 모든 위험이 사라졌으니, 너는 박엽한테 돌아가라."고 설명했습니다.


승려의 말대로 재상의 아들은 말을 타고서 절을 떠나 박엽한테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박엽한테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설명하니, 박엽은 "이제 너는 더 이상 호랑이한테 해를 당할 운명에서 벗어났다. 너의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재상의 아들은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 높은 벼슬에 오르며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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