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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태어난 불여우
게시물ID : mystery_9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8
조회수 : 46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12 10: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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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충청남도 연기군 지역에서 소를 사고 팔던 소장수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아들 세 형제를 두었고, 소장사도 잘 되어서 풍족한 삶을 누리던 몸이었습니다. 


다만 슬하에 아들만 있고 딸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는데, 그러던 어느 날 여우 고개에 세워진 사당으로 가서 “제게 딸 한 명만 주십시오.”라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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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서 소장수의 아내는 아이를 가졌고, 열 달 후에 딸 한 명을 낳았습니다. 딸은 자라면서 무척 아름다운 소녀가 되었고, 소장수 부부는 그런 딸이 사랑스러웠습니다.


헌데 딸이 자라면서부터 소장수의 집안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장수가 키우는 소들이 날마다 계속 죽어나가는 바람에 소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집안 살림이 점차 기울어졌던 것입니다. 소중한 생계 수단인 소가 죽어나가자, 소장수는 첫째 아들한테 “밤에 소들을 살펴보아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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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듣고 첫째 아들이 밤중에 숨어서 소들을 몰래 지켜보는데, 여동생이 소 한 마리한테 다가와서는 소의 항문 속에다가 손을 불쑥 집어넣더니 피가 줄줄 흐르는 소의 창자를 꺼내서 날 것 그대로 씹어 먹었습니다. 당연히 소는 무릎을 꿇고 죽어버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첫째 아들은 너무나 놀라서 방으로 돌아와서도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날이 밝은 다음 날, 소장수는 첫째 아들을 불러 “어젯밤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라고 묻자, 첫째 아들은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냥 소가 죽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차마 여동생이 소의 창자를 꺼내 잡아먹고 소를 죽게 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였습니다.


첫째 아들의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소장수는 둘째 아들을 불러 “밤에 소들을 살펴보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들 역시 여동생이 한 짓을 보고는 너무 놀라서 아버지한테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냥 소가 죽었습니다.”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이제 셋째 아들의 차례가 되었는데, 여동생이 한 짓을 보고는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그만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집을 떠난 셋째 아들은 정처 없이 걷다가 바닷가에 도착했는데, 바다를 보자 감정이 울컥해서 그만 슬프게 울었습니다. 그러자 바다가 갈라지면서 길이 열렸는데, 차라리 세상을 떠나 바다 속으로 들어가자는 심산에서 셋째 아들은 바닷길로 걸어갔습니다. 


그가 향한 곳에는 용궁이 있었고, 그곳은 남쪽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龍王)이 살았습니다. 용왕은 셋째 아들을 반갑게 맞아주며 “너의 딱한 처지를 안다. 여기서 나와 함께 살자.”라고 말했습니다.


셋째 아들은 용왕의 환대를 받으며 몇 년 동안 용궁에서 편안하게 살았는데, 세월이 흐르자 자기가 버리고 온 집안 사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까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용왕은 한숨을 쉬더니, 노란색과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칠해진 병 3개를 주고는 “너의 집에 가서 가마솥을 열지 마라.”고 당부했습니다.


용왕으로부터 받은 병 3개를 가지고 셋째 아들이 고향에 돌아가 보니,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던 셋째 아들은 다 허물어진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가마솥을 발견했는데, 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한 번 알고 싶어서 솥을 열어보자, 그 안에는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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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를 본 여동생은 “그동안 전염병이 돌아 소들과 식구들 모두 죽었습니다. 방으로 들어가 있으면 밥 한 끼를 지어줄게요.”라고 말했습니다. 


셋째 아들은 그 말이 통 믿기지 않았지만 일단 방으로 들어가서는 바깥에 귀를 기울였는데, 여동생은 신이 난 듯이 웃으며 “그동안 굶주렸는데, 이제 오빠가 오니 몇 끼니를 더 먹을 수 있겠구나!”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셋째 아들은 여동생이 소들과 가족들을 모조리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벽을 뚫고 도망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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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얼마 못가서 여동생이 셋째 아들을 쫓아오면서 “어디로 도망가? 셋째 오빠도 잡아먹을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사람을 잡아먹는 사악한 여우 요괴인 불여우로 변해 있었고, 혼비백산한 셋째 아들이 도망치면서 불여우를 향해 파란병과 노란병과 붉은 병을 차례대로 던지자, 강과 숲과 불이 생겼지만 불여우는 끈질기게 쫓아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쓸 수단이 없어서 셋째 아들은 나무 위로 올라갔는데, 나무 아래로 쫓아온 불여우는 셋째 아들을 노려보고는 “거기로 올라가봤자 소용없다!”라고 비웃고는 구렁이로 둔갑을 해서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려 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더니 구렁이한테 명중했고, 그제야 구렁이로 둔갑한 불여우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 셋째 아들은 나그네가 되어 세상을 떠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듭니다. 소장수가 빌었던 사당에서 섬기던 신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불여우가 아니었을까요? 만약 선량한 신을 섬기는 사당이었다면, 소장수의 집안에 사람을 잡아먹는 사악한 요괴인 불여우를 태어나게 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죠. 

출처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283~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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