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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먼지떨이 꽃
게시물ID : mystery_9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
추천 : 1
조회수 : 9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1/08 12: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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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거 중인 남편으로부터 웬일로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겨울이라 안방에 보일러 계속 틀고 있으면 건조할 것 같아 작은 화분 하나 보낸다.

하와이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그냥 두기만 해도 주변 공기를 정화해 준다네?

꽃 이름은 나도 몰라….]


문자를 받은 그 날 오후, 꽃집 아저씨라는 분이 우리 집에 직접 화분을 놓고 가셨다.


돌돌 쌓인 신문지들을 조심히 뜯어보니, 꼭 창틀 먼지떨이를 손잡이부터 화분 위에

그대로 꼽아 놓은 것 같은 꽃의 모습이 보였다.


안 그래도 겨울이라 보일러를 장시간 틀었더니 방에서 퀴퀴한 냄새도 나고

건조해서 목구멍까지 칼칼했던 나는, 남편의 문자 글대로

안방 내 침대 옆에 그 먼지떨이 식물을 가져다 놓았다.


별거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남편이 이런 행동은 처음이다.

바람 피다 집에서 쫓겨난 꼴에….


하지만 이런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별거의 다음은 당연히 이혼이다.

마침 아이가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니,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타이밍이다.


그 동안 주민등록등본에 그 인간의 이름과 그 밑에 배우자로 표기되어 있는

내 이름을 볼 때마다 정말 치가 떨리고, 속에서는 천불이 났다.


이젠 그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정말 지긋지긋하다.


*


안방 보일러를 틀고, 침대 옆에 놓인 그 먼지떨이 꽃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밤 11시 정각에 잠자리를 들었다.


...


다음날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웬걸, 꽃을 갖다 놓은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보일러를 틀 때마다 방에서 나던 퀴퀴한 냄새가 말끔히 사라졌다.

왠지 목도 칼칼한 게 확실히 나아진 것 같다.


`그 인간이 나에게 가끔 쓸모도 있네?`


혼자 웃으며 방문을 여는데, 마침 거실에 있는 아이가 나를 보았다.

 

... ... ...


"엄, 엄, 엄마~  으 으 아 아 악~~~"


갑자기 혼비백산 비명을 지르며, 아이는 자기 방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제는 또 왜 저래? 하긴, 고3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긴 하지!`


오래간만에 잠이 푹 들었던지 머릿속에서 개운한 느낌이 들며,

입에서는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늘은 아이 학교에 진학 상담을 가야 하니, 좀 일찍 씻어볼까나?`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감아올리기 위해

거울을 보다가, 바로 기절을 하고 말았다.



*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얼굴에 코가 없었다.

대신, 목이 두 배로 두꺼워져 있었다.

꺼비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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