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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바나의 용사 3인(remaster)
게시물ID : mystery_93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가입:2020-11-12 방문:102)
추천 : 2
조회수 : 8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1/30 20: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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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프리카에서 제법 큰 초원 주변에 마을 둥지를 틀고 있는 사바나 부족에서 건너편 너바나 초원에 서식하는 사자를 때려잡기 위해 용맹스러운 용사 3인을 모집하였다.

 

 

오랫동안 사바나 마을에서는 이 포악한 사자에게 항상 예상치 못한 인명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의 연속이었다. 저번 주에는 마을 남자들이 번갈아 가며 밤에 순찰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족장 다음 서열 2위였던 제사장이 사자에게 처참하게 물려 죽은 엄청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사바나 부족에게 매번 엄청난 해를 입혀온 사자를 때려잡기 위해서 족장이 마을에 거주하는 사내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지혜와 체력, 담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끝에 드디어 세 명의 용사를 선발하였다.

 

 

선발된 사내는 마을에서 평소에 지혜롭고, 또 용맹하기로 소문난 강영도, 김준수 그리고 김영태 용사였다. 이윽고 보름달이 뜨는 저녁 밤이 되자, 이 세 명의 용사들은 반드시 사자를 때려죽이고 마을에 무사히 돌아오겠다는 혈맹 의식을 치른 다음, 다음날 사자가 서식하고 있는 너바나 초원을 향해 힘차게 출발하였다.

 

출발하기 전, 족장이 세 명의 용사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하였다.

 

 

잘들 듣게나. 사자는 여기에서 약 2일 정도 밤낮으로 걸어가면 도착하는 너바나 초원에 살고 있네. 자네들이 사자를 해치우고 마을에 돌아오는 그날까지, 마을에서는 용사의 노래를 밤낮으로 열창 할 것이네. 그러니 꼭 살아 돌아와 주게나. 살아 돌아와서 우리 용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세.”

 

 

용사 세 명은 비장한 각오로 주먹을 불끈 쥐며, 족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는 사자가 있는 너바나 초원을 향해 길을 떠났다.

 

 

*

용사들이 사자를 잡으러 떠나고, 이것을 지켜보던 부족 서열 3위인 동호가 족장에게 물어보았다.

 

 

족장님, 이제 용사들도 떠났는데 용사의 노래를 부르려면 사람들을 광장에 빨리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들 학교에도 미리 휴학 통보를 해야 합니다.”

 

 

족장이 눈을 천천히 가늘게 뜨며 동호에게 말했다.

 

 

여보게, 마을 사람들이 밤낮으로 전통 노래나 부를 정도로 그리 한가한 줄 아나? 그냥 가만있자고. 일단 용사들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보기나 하세

 

 

동호는 족장의 말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사자를 죽이러 본인의 목숨을 내놓고 그 죽음의 길을 떠난 용사들을 위해, 우리가 도와주지는 못해도 다 같이 전통 노래라도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동호는 마치 이것이 자기의 잘못인 냥, 떠난 용사들에게 괜히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

용사들이 마을을 떠난 후 하루가 지났다. 점심때가 되었을 무렵, 마을 사람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저기, 사자를 죽이러 갔던 용사들이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는 용사들을 보기 위해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족장이 대표로 마중을 나왔다.

 

 

오호, 강영도, 김준수 용사여 수고했네. 정말 고생 많았네. 그런데 벌써 사자를 죽이고 온 것인가?”

 

 

강영도 용사가 그만 기력이 다했는지, 땅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며 족장에게 간신히 대답했다.

 

 

, 족장님. 마침 저희가 너바나 초원 쪽으로 열심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그 사자가 떡하니 나타나는 바람에 김준수 용사와 같이 양동작전으로 사자의 목숨을 끊어버리고 돌아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우와~ 하고 외치며, 모두 기립 박수를 쳤다. 족장은 가만히 서 있다가 다시 눈을 가늘게 뜨며 물어보았다.

 

 

사자가 먼저 자네들이 있는 곳까지 왔단 말인가? 그 길은 사자들이 옻나무 냄새 때문에 절대로 돌아다니지 않는 곳인데도?”

 

 

사자가 그 쪽으로는 절대 안 다닌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강영도와 김준수용사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서로를 쳐다보았다.

 

 

족장님, 그게. 저희는 분명히, 그 길을 가다가 사자를 만나서.”

 

 

족장이 강영도 용사 옆에 서 있던 김준수 용사에게, 냉큼 다른 질문을 하였다.

 

 

그럼 같이 떠난 김영태 용사는 어찌 되었는가? 혹시?”

 

 

김준수 용사는 족장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당황해하다, 강영도 용사가 옆구리를 찌르자 놀라서 더듬더듬 말했다.

 

 

김영태 용사는 저희와 같이 사자한테 용맹하게 맞서다 그만.”

 

 

옆에서 듣고 있던 강영도 용사 또한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맞장구를 쳤다.

 

 

김영태 용사는 싸우는 중간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사자에게 오른발을 물려 중상을 입고는. 흑흑, 정말 죄송합니다. 족장님. 저희가 끝까지 김영태 용사의 목숨을 구하지 못하고 이렇게 둘이서만 돌아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강영도와 김준수 용사가 끝내 마지막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렸다. 마을 사람들도 김영태 용사의 죽음을 듣고는 머리를 바닥에 떨구고 다 같이 애도를 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족장은 내심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하였다.

 

 

김영태 용사가 결국 그렇게 되었단 말이지?”

 

 

*

하루 전.

 

 

용사들이 마을을 등지고 길을 떠난 지 반나절이 지났다. 강영도 용사가 지친 나머지 나무 밑에 털썩 주자 앉았다.

 

 

준수야, 날씨도 덥고, 난 힘들어서 도저히 못 가겠다. 너바나 초원까지 는 안 갈란다.”

 

 

김준수 용사가 나무 밑에 같이 앉자, 강영도 용사가 조용히 말했다.

 

 

준수야, 어차피 마을 사람들은 우리가 사자를 진짜로 죽였는지 솔직히 잘 모르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이쯤에서 돌아가기로 하고, 마을 사람들한테는 사자를 미리 만나게 되어 죽이고 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거야, 어때?”

 

 

김준수 용사가 코를 씰룩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러다 마을에 또 사자가 나타나면 어쩌려고?”

 

 

강영도 용사가 음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준수야, 곰곰이 생각해봐. 사자는 항상 밤에만 마을에 나타나잖아. 그게 우리가 죽인 사자인지, 아니면 다른 초원에서 넘어온 새로운 사자인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또 다른 사자가 나타났다고 우리가 먼저 분위기를 잡으면 돼. , 그렇게 되면 족장이 또 용사를 모집 하겠구먼

 

 

김준수 용사가 그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거 말 된다. 설마 사자가 저 넓은 너바나 초원위에 한마리만 살까? 히히. 그런데 영태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출발한 직후부터 계속 안 보이네?”

 

 

강영도 용사 또한 어제부터 안 보이는 김영태 용사가 괜히 걱정되었다.

 

 

그러게? 영태 이 자식. 사자를 죽이러 혼자서 너바나 초원에 먼저 가버린 것은 아닐까?”

 

 

*

3명의 용사가 주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당당하게 마을을 출발한 후, 영태는 마을 사람들이 안 보이는 지점에 이르자 강영도 와 김준수 용사 사이에서 슬슬 뒤처지더니 잽싸게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김영태 용사는 풀숲에서 적당히 자리를 잡고, 나무 사이로 해먹까지 만들었다. 며칠 동안 여기에 몰래 있으면서 버틸 식량 또한 든든히 준비를 해왔다. 여기서 편안히 숨어 있다가, 성공한 두 용사들이 이 길로 돌아올 때 화살을 쏘아 둘을 제거 한 다음, 셋이서 사자를 해치우다 그만 자신만이 살아 돌아오게 되었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할 생각이었다.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리고 김영태 용사가 저녁을 먹으러 모닥불을 피우는데, 저 앞에서 꼭 도깨비 탈 같이 생긴 것이 두 개나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한쪽에 검붉은 눈동자를 지닌 사자가 이렇게 말했다.

 

설마 이 빼빼 마른 사내가 족장이 말한 이번 달 희생양인가? 이거 너무 실망인데? 우리 식성을 도대체 뭘 로 보고?”

 

 

다른 검붉은 눈동자의 사자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이건 족장이 처음에 이야기한 것 하고 다르잖아? 앞으로 매월 한 명씩, 마을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이 부근에 갖다 바친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부실한 인간을 바치면 어쩌자는 건지. 여기까지 일부러 굶고 왔는데.”

 

 

김영태 용사의 몸이 계속 떨려왔다. 이빨을 드러내고 다가오는 사자들의 굶주린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기는 어차피 여기서 죽을 목숨이라는 것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김영태 용사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에게 다가오는 사자들에게 소리를 쳤다.

 

 

, 나를 며칠간만 살려주면 나보다 더 뜯어 먹을 것 많은 건장한 사내 2명을 당신들에게 바로 바치겠네. 이래봬도 내가 사바나의 용사 출신인데 설마 목숨을 걸고 거짓말을 하겠는가?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나? 조금만 더 참았다가 나대신 더 맛있는 음식으로 실컷 먹으라고. 제발...”

 

 

사자들은 앞에 있는 용사가 뭐라고 떠드는 소리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날카로운 이빨을 크게 드러내며 용사 앞으로 점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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