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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대합실에 아이유가 서 있다.
게시물ID : mystery_93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가입:2020-11-12 방문:102)
추천 : 0
조회수 : 16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2/02 07: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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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손으로 짐 캐리어를 힘차게 끌면서 그녀와 함께 인천공항 대합실 문을 나섰다. 여름이라 그런지 여행을 떠나려는 커플이나 가족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앞뒤로 똑같은 티를 입은 신혼부부로 보이는 남, 녀 커플 한 쌍이 대합실 의자에 앉아 서로 다투고 있었다.

 

현재 시각으로 보아하니 어제 쯤 결혼식을 마쳤을 것이고, 아마 축의금 배분이나, 예식 후에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사소한 문제들을 가지고 티격태격 다투는 중이리라. 참으로 좋은 때다.


지금 한국은 오전 무렵이었고, 나는 야구 모자를 쓰고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다. 자동문을 통과하여 정면으로 걸어가는데,

 

나랑 비슷한 야구 모자를 쓰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여자가 맞은편에서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그 눈길에 눈을 한번 마주치고, 고개를 약간 숙인 후 그 여자를 지나쳐 갔다. 하나, 둘, 셋, 네 걸음 째.


‘맞다, 가수 아이유 다!’


직감적으로 그리 판단한 나는, 들고 있던 캐리어를 내 옆의 그녀에게 넘겨 주고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서 흰 마스크의 여자에게 다가 갔다. 이번엔 안면 몰수하고 그 여자의 앞에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진짜로 확신했다.


‘이럴 수가? 진짜 가수 아이유잖아? 아무리 모자에 마스크를 둘러썼다고 해도, 공항을 지나가는 이 많은 사람들이 어찌 못 알아 볼 수 있지? 이런 톱 스타를...’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그 여자에게 물어보았다.


“반갑습니다. 가수 아이유 씨 맞으시죠? 제 눈이 정확하다니까요. 혹시 저 모르세요? 이래봬도 제가 아이유 팬클럽 카페 감사직도 맡고 있는데?”


그 여자의 입 모양이, 마스크 안에서 꼭 뭐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ㅈ......빨리 나 가...”


“뭐, 뭐라고요? 나, 가수, 맞다 고요? 그죠? 확실히 맞죠? 가수 아이유 씨죠?”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한손으로 야구 모자를 벗고, 나마지 한손으로 눌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혼자서 크게 환호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카메라 플래시 같은 것이 내 앞에서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천만관객 영화배우 전우식 씨 맞으시죠?


“예? 아... 예, 예”


“저 미디어뉴스 ‘잡것일보’ 에서 나왔습니다.”


‘잡, 잡것일보?’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야구 모자를 얼른 뒤집어썼다. 혹시 눌린 내 머리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을려나?


“전우식 배우님,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날짜로 어제가 되겠네요, SNS 계정에 올리셨던 그 여행 사진, 제가 다행히 캡쳐를 너무나 잘 했는데요. 제목이

[오랜만에 가족 과의 해외여행에서 부모님은 마카롱 가게에 들어가시고, 나 혼자서 구경 삼매경!]

이란 제목으로 파리의 샹제리에 거리를 찍으신 거네요?

그런데 그 다음날이 바로 오늘인데... 여기 출국장에 부모님은 안보이시고, 저쪽에 캐리어를 잡고 지금 엄청 짜증내고 계시는 저 미모의 육감적인 여자 분은 도대체 누구실까요? 아무리 봐도 가족은 아니신 것 같은데....?”


“당, 당신, 뭐야?, 이렇게 무단으로 남의 사생활을 파해 쳐도 되는 거야? 뭐? 어디? 잡것일보?”


“좀 전에 쓰시던 모자까지 직접 벗으시고 카메라에 포즈를 너무나 잘 해주셔서 정말 멋진 사진이 나왔습니다. 부모님이랑 같이 여행 떠났다는 거짓말까지 하시고, 공항에서 저런 미모의 여인까지 내 팽개치면서, 또 다른 여자에게 치근덕대시는 우리 전우식 배우님의 그 열정, 정말 대단합니다.”


기자의 갑작스런 취재 작전에 말려들어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던 나는, 꼭 벌건 대 낯에 도둑질 하다 걸린 사람마냥, 덩달아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기 시작했다. 하필 다음편 도착 비행기로 막 대합실에서 나오던 승객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고는 주변으로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혹시 저희 인터넷 잡것일보에서 오늘의 이 사진들과 우리 배우님의 파리 전후 사정들을 기사로 올려도 될까요? 이래봬도 저의 기사 보시는 인터넷 구독자 수가 꽤 되거든요. 아~ 맞다. 얼마 전에 우리 배우님, 결혼도 하셨는데 지금 신혼 집에 계신 우리 사모님도 이 기사에 굉장히 흥미를 가지시겠네요... 혹시 파리에서 사모님 선물도 미리 하나 준비하셨나, 몰라? 흐흐흐”


나는, 지갑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어, 그 잡것일보 에게 던져버렸다.


“기사에 관한 문제는 먼저 명함에 나와 있는 내 담당 변호사하고 통화하세요. 그리고 그전에, 내가 당신을 불법 촬영 죄로 고소할거야, 뭐‘ 잡것일보?’ 애라이, 이 잡것 같으니라고!”


주변으로 승객들이 점점 많이 모여들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 잡것일보 기자를 밀치며 자리를 얼른 뜨기 시작했다. 멀리서 찾아보니 육감적인 나의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캐리어 짐 짝 두 개만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얼른 도망가려던 나는, 그래도 미련이 남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그 잡것일보 기자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그런데... 저기 대합실 문 앞에 서 계시는 저 분은... 아이유 씨, 진짜 맞죠?"


'찰칵!, 찰칵!찰칵!'


결국, 기자는 내가 질문 하는 마지막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버렸고, 몇 시간뒤 파리에서 나의 불륜 행적이 인터넷 기사로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히 공개 되었다.


'CBAL... X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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