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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제법 평등하다는 사회 (remaster)
게시물ID : mystery_93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가입:2020-11-12 방문:102)
추천 : 1
조회수 : 8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3/20 10: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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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단법인 국가평등연구소.

 

 

"우리 인간들의 본질적인 지위 평등을 추구하는 국가평등연구소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구소 대표인 이 실장이 앞에 모인 다섯 명의 지원자 앞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인사말을 하였다.

 

 

"인간이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이 무엇일까요? ? 바로 직업입니다. 우리는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인생 대부분을 하나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상대에 대한 배려라든지 이해심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실장이 앞에 모인 다섯 명의 참가자가 자세를 고쳐 앉고 경청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의 직업을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상 또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로 상대방과 부딪히게 되었을 때, 과연 원만한 해결을 할 수 있을까요? 어쩔 수 없이 자기의 주장만을 상대에게 계속 납득시키려 하지 않을까요, 인간들이 한 치의 앞도 못보고 자기의 이익만을 앞세우게 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이지요."

 

 

모인 다섯 명의 사람들은 이 실장의 일장연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남루한 옷을 입고 지저분한 새집 머리인 어떤 사람이 손을 들었다.

 

 

", 저기요? 여기 모인 분들 다 나름대로 자기분야에서는 최고인 사람들이라 무슨 이야기인지는 충분히 다 알겠고요, 그럼 우리가 상대방의 직업을 잘 이해하면서, 서로 간의 이해 충돌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건가요?“

 

 

이 실장이 마치 질문이 나오기를 예상했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양복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회전식 연발권총을 거랬다.

 

 

"이렇게 생긴 권총, 영화에서들 많이 보셨죠? ? 러시안 룰렛 할 때, 총알 한 개만 장전하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머리에 총 쏘는 게임~. 하하하"

 

 

모인 사람들은 이 실장이 갑자기 진짜처럼 생긴 권총이 꺼내자 모두 침을 꼴딱하며 숨을 죽였다.

 

 

"아하 모두 놀래실 필요 없습니다. 이 권총은 저희가 전자적으로 제어되어있기 때문에 총알이 나가지는 않고 대신, 개인의 직업들을 무작위로 바꿀 수 있는 의식 광선이 발사됩니다."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식 광선이 발사된다고요?"

 

 

이 실장이 웃음을 지으며 권총에 대한 세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은 현재 서로 다른 직업들을 가지고 계십니다. 현직 판사, 정치인, 20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 그리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과 얼마 전에 강제 퇴직을 당한 실업자까지 다섯 분이 이 자리에 모이셨고요.

그러니까 바로 오늘이죠. 매월 첫째 금요일 밤에 여기에 모여 이 총을 서로 돌아가면서 머리에 쏘면, 각각의 직업이 랜덤으로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엔 내가 정치인이었으면, 다음 달에는 갑자기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모인 다섯 명의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남루한 옷을 입고 지저분한 새집 머리인 사람이 또 손을 들었다.

 

 

"설사 그 총을 맞고 직업이 바뀌었다고 칩시다. 하지만 판사나, 공무원 등 오랫동안 해오던 자기 전문 분야에 갑자기 딴 사람의 직장에 가서 당장 그 일을 맡기가 어려울 텐데요? 업무를 버벅 대면 주변 사람들이 꽤 수상하게 볼 것이고요

 

 

이 실장이 마치 질문이 나오기를 예상했다는 듯, 또 손사래를 쳤다.

 

 

"자전거나 수영할 때를 한번 떠올려보시죠. 한번 배워놓으면 유사시에 그 행동을 해야 할 상황에 몸이 알아서 자전거도 타고 열심히 헤엄도 칩니다. 여러분의 정신은 새로 바뀐 직업을 통해 한 달 동안 일하게 되지만, 나머지 육체는 원래 주인 것 그대로이기 때문에 업무 미숙에 따른 불안 등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 그런가요?"

 

 

새집머리 사람이 마지못해 말하며 머리를 박박 긁었다.

 

 

, 이제 시간이 다 되어 질문은 그만 받겠습니다. 여러분, 그럼 바로 우리들의 이상향. 인간 사회의 참된 유토피아를 꿈꾸는 누구나 평등한 사회로 들어가 보실까요?"

 

 

                                                                                                 ***

 

 

그로부터 4개월 후.

 

 

"앗 싸, 이번에는 판사가 걸렸구나!`

 

 

20년 외길 정치 인생을 걸어온 유력 국회의원인 강영도가 권총으로 머리에 발사하고는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권총에서 발사된 의식 광선을 머리에 맞은 사람은 무작위로 바뀐 직업의 전체적인 모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게 된다.

 

 

"? 나는 이게 뭐야? 중소기업에서 20년 가까이 뼈 빠지게 일했는데 결국 강제 퇴직당해 실업자가 되었네? 잠깐만요? 이 실장님? 그런데 이 실업자도 하나의 직업을 볼 수 있는 건가요?"

 

 

회사원은 주저앉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이쿠, 드디어 정치인이 걸렸구나. 이제 나 정도 법조인 경력이면 이제 국회에 들어가, 새로운 정치인생을 시작할 때도 되었지~“

 

 

판사는 자기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20년 가까이 지방 법원을 돌며 머리를 싸매고 공평한 판결을 위해 노력해온 결실이 지금 보이는 듯했다.

 

 

판사로 직업이 바뀐 정치인이, 원래 판사에게 슬금슬금 다가와 눈빛을 보냈다.

 

 

"이번 회기에 내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항소 중인데, 뭐 한 달 중으로 내가 알아서 대충 결론을 내도되겠지요?"

 

 

정치인으로 직업이 바뀐 판사가, 원래 정치인에게 입 모양으로만 조용히 말했다.

 

 

`내가 벌써 다 조치해 놨어요. 한 달 안에 법정 열어서 판결문만 그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 그런데 저번에 말씀드린 장관 자리는?"

      

 

판사로 직업이 바뀐 정치인이, 원래 판사에게 다시 능글맞은 눈빛을 보냈다.

 

 

"다음 주 중에 청와대에서 중간 개각 발표가 있을 겁니다. 축하합니다. 00 장관님, 히히히"

 

 

20년 이상 근무해 온 공무원은 자신이 갑자기 어느 중소기업의 회사원으로 직업이 바뀌어 버렸다. 벌써 회사 상사의 실적 압박에 대한 잔소리가 머릿속을 계속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다.

 

 

"저기요? 이건 너무 불공평합니다. 나도 판사나 정치인이 한번 돼보고 싶은데, 왜 매번 회사원이나 실업자가 반복되는 겁니까? 이 실장님, 근거를 대보세요? 대체 무슨 근거로 내가 이렇게 되고 싶지 않은 것에만 계속 뺑뺑이를 도는 건가요? 나도 판사나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요. 어디 한번 근거를 대봐요. 대체 내가 이런 직업이나 계속 걸리는 근거를?"

 

 

                                                                                                ***

 

이 실장이 판사로 바뀐 정치인과, 정치인으로 바뀐 판사가 보내온 고액의 비트코인을 계좌로 확인한 다음 웃으며 생각했다.

 

 

`아이고 누가 20년 지기 공무원 아니랄까 봐 근거 되게 좋아하네. 근거? 그래, 그 근거가 바로 돈이야. 직업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분명히 존재하지만, 누구나 애초부터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 , 조금만 더 생각해봐~. 나도 뭐,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아나? 남들 원하는 직업 잘 골라주는 것이 바로 내 직업이란 말이야~.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이 실장은 원래의 실업자가 권총을 쏘려는 모습을 모니터를 바라보며, 얼른 의식 광선 제어 스위치를 매만졌다.

 

 

`저 실업자 놈은 다섯 달 째 계속 연구소 회비를 안 냈으니까 아예 광선 제어 스위치를 꺼버려야지. 그럼 진짜 총알이 발사되어 자기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나겠지? ~ 아니지 나름 운이 좋으면 다섯 번 당길 때까지는 그래도 살아남겠구먼. 히히히. 자~ 그럼 여태까지  입금된 비크코인이나 한번 정산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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