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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입부가 혹평이 많아, 다시 써봤습니다.
게시물ID : mystery_94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이오스
추천 : 1
조회수 : 9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9/29 16:27:06

[나를 아스모데우스라 부르라]

 아스모데우스는 파괴자, 색욕의 악마, 지식의 천사, 천사를 죽이는 자. 현자의 수호자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다. 그것은 전갈의 몸에 토끼처럼 하얀 털, 생쥐의 머리, 까마귀의 날개를 하고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그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이제 없다. 아스모데우스는 천국의 도서관에서 언어를 훔쳐 인간에게 나누어주었는데 결국 신에게 들켜 온몸을 결박당한 채로 지옥에 봉인되었다. 하지만 여느 타천사와 같이 육신은 봉인되어있어도 영혼은 자유로웠다. 아스모데우스는 시대를 거치면서 몸을 공유할 인간을 찾는다.

 

이거 재밌네.”

 석훈은 소설책의 첫 장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책의 제목은 검은 성경이었다. 의붓여동생인 레이가 선물로 준 책이었는데 영어를 잘하는 석훈은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다.

넌 정말 책벌레구나.”

 옅은 머리색과 투명한 피부를 가진 루비는 석훈이 뭘 하든 관심이 있어보였다. 루비는 석훈의 책을 힐끔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수능도 끝났는데, 책을 붙잡고 있니?”

수능이 끝났으니까 책을 읽는 거지…, 아 근데 대학교 어디 갈지는 정했냐?”

이성대학교

나돈데.”

앗싸.”

?”

대학교 가서도 너랑 같이 다닐 수 있잖아.”

난 문예창작과인데 너는 어차피 공대겠지 뭐.”

기계공학과.”

 이성대학교도 전남에서 꽤 명성있는 학교이고 전남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학교였다. 루비는 꽤 공부를 잘했는데 서울대 카이스트 갈 거 아니면 절대 전남 밖에 있는 대학에 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조언 때문에 이성대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박일화의 교육정책 개혁으로 문과인 석훈과 이과인 루비는 같은 반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5년 단임제였던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꿔버린 것도 박일화였다. 박일화는 재선에 성공해서 지금도 대통령을 하고 있다.

석훈아.” 루비가 말했다.

?”

우리 이제 대학생도 됐는데 이제 정식으로 나랑 사귀자

그래.”

 석훈은 루비에게 연심이 있었다. 예쁜 편이고 장난끼 있지만 언제나 석훈에게 서글서글했다. 그렇지만 석훈의 풋풋한 성애심과 달리 고백은 딱히 로맨틱하거나 환희에 차거나하지 않았다. 루비가 문뜩 고백을 하고 석훈이 그것을 덥썩 문 것 뿐이었다.

 당연히 야자는 하지 않았고 교과서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는 가벼운 가방을 들고 집에 도착했다. 돌핀팬츠와 끈나시를 입은 레이가 소파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엄마는 부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었다. 플라스틱 통이 있는 걸 보아 명란젓을 계란에 섞었나보다 생각했다. 명란젓을 좋아하는 그는 속으로 기뻐했다.

오빠 왔어?” 레이가 일본어로 말했다.

 석훈의 엄마 희는 회사에서 만난 일본인 남자와 재혼했다. 일본인 의붓여동생이 생기면 마찰이 생기거나 일본 애니에서 본 것처럼 민망한 상황이 발생할 줄 알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석훈과 레이 그리고 새아버지인 카이는 자연스럽게 아무런 문제없이 동화되어 가족이 되었다. 석훈은 언제나 느긋한 레이에게 잔소리를 몇 번 하고 카이와 희는 퇴근길에 나란히 치킨을 사오곤 했었다.

네가 뭔 일로 뉴스를 보냐?”

요새 뉴스 재밌어, 지금 대통령이 부정선거했다고 난리야.”

일본인들은 부정선거 안 한 데?”

글세 일본 현대사 같은 건 공부 안 한지 오래라서.”

자랑이다.”

 석훈은 애써 넘어가려고 했지만 한국은 꽤 위기 상태였다. 박일화 정부는 경호를 핑계로 무리하게 군인들을 포섭해서 친위대를 만들었고 이 때문에 독재자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덤으로 재선에서 투표함을 바꿔치기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광화문 광장엔 시위대들이 들이닥쳤다.

밥 먹자.” 희가 말했다.

엄마, 저 할 말 있어요.”

뭔데?”

저 여자친구 생겼어요.”

뭐라고?, 오빠가?” 레이가 끼어들었다.

그래, 너도 이제 대학생이니까 여자도 만나고 해야지. 어떤 애야?”

저처럼 이성대학교 들어가게 된 친군데요. 기계공학과 간데요.”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여자들도 공대에 간다더니 정말이었구나.”

 

-검은 성경의 종류는 무수히 많으나 일곱 개의 별, 즉 칠성이라 불리는 일곱 권의 책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칠성 중 하나인 색욕 편이며 이 책을 읽는 자에겐 정신과 번개, 질병을 다루는 힘을 내린다.

 석훈은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책에 지은이도 바코드도 없었다. 오로지 영어로 Dark Bible이라고 적혀있는 것 뿐이었다. 소파 끝에 앉아있는 레이에게 말을 걸었다.

레이, 이 책 근데 어디서 샀어?, 바코드도 없고 지은이도 없는데?”

, 그거 헌책방에서 싸게 팔길래 사온 거야, 나도 자세한 건 몰라.”

 레이는 오빠 선물로 헌책방에서 싸게 처분하는 책을 사온 걸까. 그래도 선물받은 입장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책 마지막장에 서명을 하면 아스모데우스와 계약하여 그의 힘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서명을 하는 순간 서명자는 사후 어떠한 재판도 선처도 받지 못한 채 일곱 개의 지옥 중 무수한 촉수와 고통만이 존재하는 소돔지옥의 나락으로 끌려간다.

 지옥, 석훈도 한 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종교나 신화에서 말하는 죄를 지은 사람이 사후 가게 되는 형벌장, 그곳에는 꿈도 희망도 없으며 죽지도 못한 채 영원히 고통받는다고 알려져있다.

석훈아, 이리 와봐라.”

 소파에 누워있었는데 안방에 있던 카이가 그를 불러냈다. 그가 오자 카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대학교 첫 수업이지?, 아빠가 너 여자친구 생겼다고 해서 용돈 좀 넣어봤다.”

 카이는 흰 종이봉투를 건넸다. 용돈이라. 소득이 없는 대학생한테는 단비 같은 존재일 것이다. 봉투를 보니 20만원이 들어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석훈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소파로 돌아와 앉으려는데 레이가 말을 걸었다.

와 용돈 받았어?, 나도 빨리 수능 보고싶네.”

한국어 읽을 줄은 아니?”

미친, 그냥 센터시험이나 본다고 할 걸 왜 내가 한국까지 넘어와서 수능을 보겠다고 했는지 참.”

그래도 제 2외국어로 일본어 선택하면 만점은 따놓은 당상 아니야?”

뭐 그렇긴 한데, 아 얼마 받았어?”

 석훈은 봉투에서 5만원을 꺼내 레이에게 건넸다.

, 고마워.”

고맙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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