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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의 신, 뇌공
게시물ID : mystery_94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3
조회수 : 12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7/18 14: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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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나 북유럽 신화의 토르 같이 번개를 다루는 신들은 대부분의 신화들에서 매우 강력하고 위엄있게 묘사됩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중국의 신화나 전설에서 번개를 다루는 신인 뇌공(雷公)은 우스꽝스럽고 어리석게 그려집니다. 중국 북송 시대에 편찬된 책인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뇌공이 인간들에게 패배하거나 붙잡혀 망신을 당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태평광기에 수록된 전기(傳奇)라는 책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당나라 말기인 원화연간(元和年間 서기 806~821년) 무렵, 지금의 중국 광둥성(廣東省) 남부의 뇌주반도(雷州半島) 해강현(海康縣)에는 주민들이 뇌공을 섬기는 사당을 세우고 가뭄이 들 때마다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또한 해강현의 주민들은 결코 조기와 돼지고기를 같이 먹지 않았는데, 만약 그러면 꼭 벼락이 떨어져 금기를 어긴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뇌공.jpg

 

뇌공2.png

 

그런데 어느 날부터 연못의 물이 다 말라버릴 정도로 심한 가뭄이 들어서 주민들이 사당에 가서 뇌공에게 “비를 내려주십시오.”라고 정성껏 제사를 올렸으나, 비는 전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해강현 주민들 중 진란봉(陳鸞鳳)이란 사람이 화가 나서 “제사만 받아먹고 도움은 전혀 주지 않는 이 따위 사당은 아무런 소용도 없소!”라고 외치며 횃불을 들고 사당에 가서 불을 질러 모조리 불태워버린 다음, 조기와 돼지고기를 들판에서 함께 먹어서 금기를 정면으로 깨뜨렸습니다.

 

그러자 진란봉의 도발에 화가 났는지 갑자기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더니 천둥이 울리고 비가 내리더니 벼락이 진란봉을 향해 내리쳤습니다. 

 

하지만 진란봉은 미리 가지고 간 칼을 허공에 대고 휘둘렀는데, 그만 뇌공이 왼쪽 허벅지를 진란봉의 칼에 베여서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뇌공의 얼굴은 곰이나 돼지 같았고, 머리에 뿔이 나고 온 몸이 털로 뒤덮였으며 파란 날개가 등에 달려 있었습니다.

 

뇌공이 땅에 떨어지자 구름이 걷히고 비는 멈췄으며, 진란봉은 내친 김에 아예 뇌공의 목을 칼로 잘라 죽여 버리려 했는데, 주민들이 “뇌공은 하늘의 신인데 죽였다가 천벌을 받을 까 두렵네!”라고 말려서 죽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하늘에서 구름이 날아와 뇌공을 감싸 안고서 다시 하늘로 데려갔고, 잠시 후 어마어마한 양의 비가 내려 해주현의 가뭄이 해결되었다고 전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중국 동진(東晋 317~420년) 시대의 학자인 간보(干寶 ?~336년)가 쓴 책인 수신기(搜神記)에 실린 내용입니다. 

 

오흥(吳興) 지역에 장구(章苟)라는 농부가 살았는데, 그가 집 밖의 밭을 갈러 나갈 때마다 싸가지고 온 밥이 매일 없어져버리는 불상사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장구가 몰래 숨어서 밥이 든 주머니를 멀리서 지켜보았는데, 어느 큰 뱀 한 마리가 밥을 훔쳐 먹었습니다. 

 

그제야 밥이 없어진 이유를 깨달은 장구는 미리 가져온 창을 들고 달려가 뱀을 찔렀는데, 뱀은 땅속에 파놓은 구멍 안으로 도망가더니 “감히 네가 나를 다치게 하다니! 나는 뇌공과 친한 사이니, 그한테 부탁해서 너한테 벼락을 내려 죽이게 하겠다!”라고 협박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뱀이 말한 대로 비가 내리더니 장구의 머리 위에 천둥이 치고 번개가 맴돌아 마치 정말로 벼락이 내리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자 장구는 화가 나서 번개를 쳐다보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저 뱀이 내 밥을 훔쳐 먹어 내가 그 잘못을 벌하려고 찔렀는데, 왜 내가 벼락을 맞아야 하느냐? 번개의 신이라면서 그런 것도 모르다니 정말로 어리석구나! 뇌공이 나한테 벼락을 쳤다가는 내가 창으로 뇌공의 배를 찔러 버릴 테다!”

 

그러자 그 말을 듣고 뇌공이 뭔가 깨달았던지, 벼락을 장구가 아닌 구멍 속에 숨은 뱀한테 내리쳤고 뱀은 죽어버렸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의 출처도 수신기인데, 서진(西晉) 시절 양도화(楊道和)란 사람이 밭을 갈며 일하고 있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서 천둥이 치자 “곧 벼락이 올 테니 피해야겠다.”라면서 뽕나무 아래로 몸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벼락은 뽕나무 아래에까지 따라와 양도화를 내리쳤는데, 양도화는 마침 가지고 있던 호미를 들어 벼락과 싸우다가 그만 벼락을 부러뜨려 버렸습니다. 

 

그러자 벼락은 땅에 떨어졌고 곧 정체를 드러냈습니다. 그 모습은 머리가 원숭이처럼 생겼으며, 몸은 털로 뒤덮인 짐승과 같았고, 머리에는 3척(尺 90cm) 길이의 뿔이 달렸고, 입술은 붉었고, 눈은 툭 튀어나와 있던 뇌공이었습니다. 뇌공은 양도화가 휘두른 호미를 맞고 그만 팔뚝 한쪽이 부러져 있던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무서운 자연재해 중 하나인 벼락을 다스리는 신인 뇌공이 이처럼 중국 설화에서 사람에게 패배하거나 망신을 당하는 역할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아마 민중들을 대상으로 퍼진 소설이나 연극에서 뇌공이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어 즐거움을 주었던 역사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듯합니다.

출처 중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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