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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여자
게시물ID : mystery_9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포김사장
추천 : 1
조회수 : 199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2/08/31 10: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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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게시판에 쓴 글을 읽다보니 호감이 생겨서 한번쯤 만나고 싶었는데,
막상 만나고 난 이후부터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관심이 사그라들어 버리게 된 경험,
혹시 있으신지.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각종 소설플랫폼에서 글이나 사진만 봤을 때보다
직접 만났을 때 호감이 현저히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얼마 전 모 게시판에서 글깨나 쓴다는 이들이
처음으로 번개 비슷한 걸 했을 때의 일이다.
대학로에 있는 옥스포드였던가, 무슨 호프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금요일 밤이었고 나이대도 비슷해서 그랬는지
술잔이 한 순배 돌고나자 다들 거침없이 말빨을 쪼개기 시작했다.
 
그중에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라며 묘한 얘기를 꺼낸 미술 강사가 있었다.
그녀(편의상 K라고 하자)는 신랑이 미국 대학의 교환교수로 가는 바람에
세 살 터울인 언니네 집에 더부살이로 들어갔던 모양이다.
마침, 이라고 할까. 언니가 아기를 유산하고 힘든 상태라
무역회사에 다니며 격무에 시달리는 형부를 대신해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참이었다.
 
언니네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부촌에서도
노른자위에 속하는 동네에 거주했다.
언니와 이웃하는 집의 소유주는 어느 대기업의 임원으로,
부인 몰래 애인을 들여앉혀 놓고 살았다고 한다.
예전에 언니 집에 놀러갔을 때
애인이라는 여자와 몇 번 지나친 적이 있는데
상당한 미인이었지만 언제 봐도 쓸쓸하고 어딘지 음울한 기운이 느껴지더라고,
K는 말했다.
 
한데 K가 언니를 돌봐주기 위해 그 집에 갔을 때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웃집에 사는 여자가 며칠 전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죽었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겠지 싶어서
K도 언니에게 관련한 이야기를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차가운 안개비가 내리던 한밤중이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간 K는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퇴근이 늦은 줄 알았던 형부가
마치 도둑처럼 옆집에서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자신이 아는 척을 하면 몹시 난처할 게 틀림없을 테니
일단은 잠자코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 집은 쭉 방치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데 왜 거기서 나왔을까.
 
“니 형부 말이야, 아무래도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아.”
 
며칠 후 언니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K는 이웃집에서 살다가 죽었다는 여자가
머릿속 가득 번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형부의 상대라는 여자가 그녀인지도 모른다.
한순간이지만 그렇게 생각했다.
어리석은 망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망상을 진지하게 거듭하고 있는 자신이 두렵기만 했다.
 
오, 이거 약간 흥미로운데.
그래서. 형부가 그 집에 드나든 이유가 밝혀졌는지,
대관절 어떤 이유 때문이었느냐고 물으며
나는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기다렸지만,
K는 약간 장난스러운 얼굴로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다음이 궁금한 분들은 고이케 마리코의 소설 <이형의 것들>을 읽어 보세요”라고.
 
아아 빌어먹을.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
거기서 이야기를 끊을 거면 아예 꺼내질 말던가.
가뜩이나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각박해진 요즘 같은 때에
이런 식으로 낚시를 하면 안 된다는 걸 법률로 규정해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이 법을 어기는 자는 설사 초범이라 해도 실형을 때려야 한다.
 
그날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K를 차단했는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그동안 내가 해놓은 짓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음. 혹시 제가 쓴 글이 꼴보기 싫어서 차단하셔도
저는 절대 삐지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시길.
그래도 뭐, ‘가끔은 심심풀이땅콩 같은 이런 글도’ 하는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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