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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죽을 목숨 구해준 부인 8
게시물ID : mystery_95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EROKEE
추천 : 1
조회수 : 30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3/11/26 00: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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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 김 중사의 체포

바다에서는 남과 북이 605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배싸움하고 있지만 육지에서는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605함 사건이 발생하자 사안을 조사한 중앙정보부와 해군방첩대에서는 605함의 유일한 생존자인 김 중사의 검거령을 내렸다. 검거 협의는 북한의 고정간첩이다. 함께 승선한 모든 동료는 전사하였는데 본인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것은 605함의 출항 사실을 미리 북측에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북측이 사전에 배의 경로를 알지 못하고는 칠흑 같은 밤에 우리 측 선박을 그렇게 단시간에 공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체포 대상은 김 중사 혼자만이 아니었다. 김 중사를 배에서 내리게 만든 그 여자도 함께 검거되었고 그 가족들도 모두 구금되었다. 이들 모두가 북한 간첩단의 일원이라고 중앙정보부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해군과 관련된 고정간첩망을 이번에 모두 일망타진해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여기는 방첩대 조사실이다. 바닥과 벽은 거칠게 시멘트로 마감작업을 한 흔적이 보이고, 두꺼운 합판으로 된 천장에는 빠져나갈 구멍하나 없다. 그 중간에 희미한 백열전등 하나만 달랑 달려 있다. 바닥 중앙에는 둔탁한 나무로 만든 나무 의자와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김 중사가 앉은 쪽에 책상 바닦은 얼마나 많이 수갑으로 내려쳐는 지 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책상 모서리는 거의 부스러진 채로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책상에서 취조받았을까? 책상만 보아도 그 수가 적지 않았다고 알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계급장도 명찰도 없는 군복을 입은 자가 검은 표지의 문서철을 들고 들어와 맞은 편 의자에 앉는다. 서류철 표지를 펼치더니 질문을 하기 전에 김중사를 위로 부터 아래로 죽 흘터보며 


"귀관은 지금부터 내가 질문하는 말만 답변한다. 알았나!"
"네."
”귀관은 훈장을 받은 적이 있는가?" "없습니다." 
“귀관 성명은?" "내 김혁일입니다.”
“군번?" "2103777입니다.”
“소속은?" "1 해 역사 605함 부기관장입니다. 
”직속상관은?" "김민기 해군 소령입니다." 
“직별은?" "기관입니다.” 
“주소는?" "강원도 묵호읍 가양리 139번지입니다.”
“가족관계는?" "부모님과 남동생이 있습니다.”

“송혜순은 언제부터 만났는가?" "작년 5월부터입니다.”
“어떻게 만났는가?" "묵호 중앙시장 구경 중에, 눈에 띄어 말을 걸었습니다.”
“몇 번 만났는가?" "3번 만났습니다.”

조사 중 동료 방첩대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김 중사의 추가 서류를 조사관에게 건넨다. 조사관이 해당 서류를 죽 살펴보더니 심문을 중지하고 헌병을 부른다. 

“헌병,----김혁일, 유치장에 구금시켜 명령이 있을 때까지.” 
 
김 중사는 영문도 모른체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체하며 헌병에게 인계되어 차가운 유치장에 철걱하는 소리와 함께 감금되었다. 멍하니 그 자리에 앉자. 

“야, 신참, 들어왔으면 신고해야지!” 하고 죄수 한 명이 말을 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이 자식 들어왔으면 신고해야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뻣뻣하게 앉아 있어. 여기가 너희 안방인 줄 알아. 이 자식아!” 하고 또 다른 한 놈이 시비를 붙는다. 

나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다. 온몸이 쑤셔서 그냥 찬 시멘트 바닥에 드러누웠다. 참 편했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영창 안의 다른 놈들이 뚝뚝 발로 걷어차는 데도 쏟아지는 잠을 견딜 수 없어서 그냥 세상 모르게 곯아떨어졌다. 그러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를 잤을까? 눈을 떠보니 누군가가 나를 평화로이 내려다보고 있는 분위기를 감지하였다.

“야 605 김 중사 너 왜 들어왔어?
하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희미한 전등불 밑에 그 사람 얼굴을 보니 하후생 동기인 박 중사였다. 해역사에서 술주정이 심하기로 유명한 자인데 얼마 전에 동기 모임에서 들은 소식으로는 묵호 시내 술집에서 사고를 쳐 헌병대로 이첩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 그 자식이었다. 벌써 몇 개월째 영참에 갇혀있어서인지 귀신이 다 된 몰골이다.

그래도 동기가 좋긴 좋다. 그 자식이 이 영창 안에서는 가장 고참인지 박 중사가 아는 척을 하니까 다른 죄수들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다. 작년인가 묵호 중앙시장 골목에서 우연히 술자리지 옆에 있기에 술 한 잔 권하고 술값을 내준 기억이 있다. 술값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그 친구가 소리친다. 

“야, 그래도 경화에서 한솥밥 먹은 놈이 그래도 제일 좋구나. 고맙다.” 하는 소리를 기억한다. “야, 너 같이 범생이 물개가 이 영창에는 무슨 일이냐? “너, 무슨 사고쳤냐?” 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간첩이래.” 하고 대답하니. 그 친구도 움찔하며 “뭐, 너 빨갱이였어.” 하고 말은 줄인다. 한 방에 있는 다른 죄수들은 폭행이나 상관 구타 죄 같은 잡범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들어온 김 중사는 방첩대에서 간첩 혐의로 잡아들인 놈이다. 공연히 이런 친구와 아는 척했다가 방첩대에서 바로 엮어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방 한구석에 자리를 정해주고는 누구도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는 눈치다. 왜냐하면 감방 안을 밖에서 벽 사이에 있는 틈으로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침침한 영창 속 불 빛 아래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은 김 중사는 지난 일을 생각해 본다. 자신은 한 여자가 싫어서 그냥 그 여자를 떨쳐버리는데 온 정신을 쏟은 그것밖에 없는데 갑자기 자신이 북한의 간첩이라는 이 무슨 날벼락인가? 죽은 배에서 살아남은 것도 죄인가? 내가 이 여자에게 무슨 억한 일을 했다고 새벽같이 나타나 난리를 쳐 배에서 내리게 하더니 이제는 간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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