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이승철 씨를 평가한 글을 보고 당신이 평가할 위치의 가수가 아니라고 덧글을 단 적이 있었죠. 그 덧글이 격했던 건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도 여러분들이 감히 '그런 식으로' 평가할 위치의 가수가 아니라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네요.

 가수에 대해 여러분이 말할 수 있는 건 호불호 뿐입니다. 여러분이 매우 훌륭한 보컬 트레이너가 아닌 이상 그 가수의 발성법에 대해선 왈가왈부하면 안 됩니다.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평가가 있습니다. 주관적인 평가와 객관적인 평가가 바로 그것이구요.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분야는 예술성, 문학성, 독창성 등과 같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대세는 존재하지만 개인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분야입니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분야는 두리뭉실하지 않은 명백한 이론이 존재하고 옳고 그름을 어느 정도 선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분야죠. 발성 정도 되면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기초적인 이론이 잘 다져진 분야이므로 객관적인 평가의 영역이 된다고 봅니다.

 가창력이라는 건 호소력이나 분위기 등을 같이 포함하므로 주관적인 평가의 영역이지만 그 가창력을 따질 때 발성이나 음의 안정성 등을 따진다면 그것은 발성 이론과 수많은 지식이 필요하므로 이후부터는 객관적인 평가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 부분은 여러분이 평가할 영역이 아닙니다. 발성을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인들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영역을 여러분이 무슨 자격으로 비난하고 폄훼하나요?

 여러분이 말할 수 있는 건 호불호 딱 거기까지입니다. 특정 가수의 발성이라던가 노래하는 방식은 나가수급 정도 되면 그 가수가 최소 10년 이상 연구하고 노래를 하면서 발달시켜 온 것이고 여러분이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를 하시려면 그만한 지식이 있고 그만한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초끈이론에 대해 일반인들이 교양 서적 정도 읽고서 나는 초끈이론을 잘 안다!!! 초끈이론의 마스터는 나다!!! 하면 무시 당하듯이요. 보컬 학원 한두 달 다닌 걸로 밴드 동아리 1~2년 한 걸로는 깔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럴 바엔 나가갤하고 다를 게 뭐가 있나요. 차라리 대놓고 나 그 가수 싫다고 하세요. 진짜 제일 보기 싫은 게 그 가수가 싫은 걸 합리화하기 위해서 그 가수의 가창력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겁니다. 이유도 없이 싫은데 이유는 만들어야 안 까일 테니까요. 오히려 저는 발성을 배우다 보니 소위 실력파라고 불리는 모든 가수들이 정말 대단하게 보이던데요.

 그렇다고 여러분 보고 자격도 없는 주제에 평가하지 마!! 라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도 물론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노래 못 부르는 거 같다느니 너무 지르는 거 같다느니 귀가 아프다, 편곡이 좀 이상하다... 그 정도 평가 보고 누가 뭐라 합니까. 다만 소향에 가창력이란 말을 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느니, 이승철은 미성만 믿고 미는 거품 가수라느니, 이런 글은 명백히 지양되어야 하지요. 여러분이 최소한의 발성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진 못하실 테니까요. 제 주위에도 발성 전공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한결같이 겸손하고 대부분의 가수들에 대해서 존경심을 표하더군요. 그것은 배운 사람만이 아는 것입니다. 두성이니 흉성이니 떠드는 사람치고 제대로 소리 풀어내는 사람 못봤어요.

 더불어 소향 씨 같은 경우 CCM 가수라고 많이 까이던데... 소향 씨가 그것 때문에 꿈 부를 때도 가사도 싹 바꿔서 불렀고 일부러 편곡도 좀 가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 이상 뭐를 더 해야 할지요.

 저도 발성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리 오래 배운 입장도 아닙니다마는... 적어도 발성을 배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피를 쏟는 노력을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나가수랑 비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실 슈스케... 거기 나갈래도 최소 수 년은 노래 불러야 그 정도가 나옵니다.

※ 나가수 게시판에 상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닙니다. 몇몇 특정 분들이 자기가 싫어하는 가수를 까거나 좋아하는 가수를 빨기 위해 보기 싫은 말들을 쏟아내는 게 이따금 보여서 드리는 말씀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