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추리소설 연재(3)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게시물ID : panic_1002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3
조회수 : 4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20 12:03:45
옵션
  • 창작글
3
 
 
저 것은 마대 포대 아녀!”
 
오영감이 배를 가까이 대며 말했다. 배는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뱃머리가 뭍에 닿은 것이다.
그렇다면 또 상대리 길목에서 어떤 싸가지 없는 인간이 쓰레기를 마대 포대에 넣어서 던져 버린 것이란 말이여!”
용인댁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틀림없고만. 헌옷자락이 보이는 것으로 보니!”
오영감도 화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맞아요! 그렇지 않아도 예전 같지 않게 고기가 안 물어서 난린데! 요것이 먼 지랄이여!”
하며 고리에서 노를 빼 들었다. 오영감도 다른 쪽 노를 빼 들었다. 마대포대를 건져 낼 심산이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것이 아니다. 낚시꾼이 몰려들 때는 마을 낚시터 운영 팀이 도맡아 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진 뒤라 이 모든 걸 치우는 것이 두 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장 영감은 최대한으로 허리를 느려 마대포대로 다가갔다. 그러나 배의 흔들림에 좀처럼 마대 포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어 노 끝을 마대 입구 쪽에 밀어 넣었다.
순간 수고산이 크르릉!”하고 울었다.
아이고 이거 어쩌죠? 저렇게 산이 울면 비가 올 징존데!”
그래도 그냥 갈 수 없지!”
오영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뱃머리 끝 쪽 까지 기어가 오른 손으로 마대포대 입구 쪽을 움켜잡았다. 용인댁은 그러한 오영감이 미끄러지지 않게 허리를 움켜잡았다.
- 하나 둘 셋!
순간, 마대포대가 찢어지며 머리카락이 보였다! 오영감이 놀라 팽개치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용인댁이 놀라 오영감을 보며 소리쳤다.
어째 그래요?! 사람 간 떨리게!
_ ....송장이여!
.....뭐라고요!
순간 용인댁은 까무러치게 놀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영감은 애써 침착하며 노를 저수지 바닥에 박고 힘차게 배를 밀었다.
뭐해 자네도 그 쪽 빨리 안 밀고!”
오영감의 다급한 소리에 용인댁이 그제야 벌벌 떨며 바른 쪽에 노를 박고 밀었다. 그러나 배는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주위에서 파드닥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가 시작된 것이다.
뭐해! 더 힘을 써! 물이 불어나면 우리도 저 것처럼 되고 말아!”
오영감은 마구 소리치며 물로 뛰어 들어가 뱃머리를 밀었다. 그제야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영감은 온힘을 다해 뱃머리를 밀었다. 배는 오영감의 허리께에 물이 올라서야 두둥실 떴다.
빨리 타요! 빨리!”
용인댁이 울음 섞인 소리로 노를 길게 내밀며 소리쳤다. 그러나 노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뒤돌아보니 수초에 발이 낀 것이다. 거기다 마대포대에서 기어나 온 뱀장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고 나 살려!”
오영감은 하염없이 쏟아지는 이마에 빗줄기를 훔쳐 내리며 소리쳤다.
...알았어요!”
용인댁은 이번에는 두 개의 노를 내밀었다. 오영감이 필사적으로 헤엄쳐 잡았다. 드디어 오영감이 어렵게 배에 올랐다. 그는 온통 물에 젖어 생쥐 같은 몰골이었다. 오영감은 애써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빨리 노를 저어!”
노가 어디 있는 데요!”
그걸 나한테 왜 물어!”
용인댁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노는 배위에 있지 않았다. 노는 요동치는 배의 물결에 마대 쪽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저기 있는데요. 어떡하죠!”
그냥 손으로 저어!”
순간 두 노인은 약속이나 한 듯이 뱃바닥에 엎드려 각기 다른 팔을 뻗어 손바닥으로 노를 저었다. 배는 서서히 움직였다. 그러나 목적지가 있는 것으로 똑바로 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뱅뱅 돌았다.
같은 방향이야 똑바로 저어!”
....알았어요!”
그제야 배는 목적지를 향해 서서히 나아갔다. 어렵게 반대편 쪽에 도착한 두 노인은 비를 피해 막사로 들어갔다. 막사는 다행히 비가 들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장마철을 대비해 농사철에 쓰고 버린 폐비닐을 주어다 겹겹이 쌓아 만든 덕분이었다.
오영감과 용인댁은 최대한으로 중간 공간을 확보한 다음 숨겨둔 석유난로와 라이터를 꺼냈다.
이건 언젠가 이 저수기가 낚시터로 잘 나갈 때 마을 관리 터에서 낚시꾼이 잡은 민물고기 매운탕을 끓여주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을 수리해 숨겨 둔 것이다.
춥지?”
오영감이 난로를 피우며 물었다. 용인댁은 바들바들 떨 뿐 말이 없었다. 오영감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윗옷 벗어. 말려 줄게.”
그때서야 용인댁이 어렵게 입을 뗐다.
그 전에 서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네요?”
해야지! 전화 줘봐!”
용인댁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위 스웨터 깊숙이 오른 손을 넣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다행히 폰은 젖지 않았다. 오영감은 재빨리 폴더 뚜껑을 열고 112를 눌렀다. 그러나 반응이 없었다. 신호가 잡히지 않은 것이다. 용인댁이 오영감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안 잡혀요?”
...그래! 나가서 잡아 바야 겠구먼.”
비는 점점 거칠어 졌다. 게다가 천둥번개마저 쳤다. 용인댁은 몹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오영감 쪽으로 다가 앉으며 말했다.
그냥. 여기서 잡아 봐요!”
오영감도 밖을 내다보고 엄두가 나자 않는 지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기를 들고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반응이 왔다. 오영감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애써 숨을 고르며 말했다.
...여기요..... 하대리 월곡 저수지인데요. 저수지에서 송장이 떠올랐어요! 빨리 와요! 빨리! 뭐라고요! 이 저수지가 용인과 안성 접근하고 있어 관할지를 파악해 보내겠다고요....... 난 그런 것 모르니까 빨리 와요! 뭐요?! 절차상 어쩔 수 없으니까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요! 먼 요런 것들이 있어!”
오영감은 너무도 기가 막히는지 버럭 소리 지르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라고 헌데 그래요?!”
사람이 뒤졌다고 한데도 관할 타령을 운운하면서 꼼짝 말고 자빠져 있으라는구먼! 어유.... 라면이라도 끓여 묵더라고.”
이런 와중에요!”
그러면 굶어 뒤질 것이여!”
오영감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막사 밖으로 보이는 수고산을 쳐다봤다. 수고산은 검은 비구름에 휩싸여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계속>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