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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연재(6)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게시물ID : panic_1002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1
조회수 : 3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5/27 1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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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전 10시가 지나자 비도 안개도 모두 걷혔다. 수고산도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산 정상이 구름머리 띠를 하고 있었지만 구름이 서서히 흐트러지는 걸 보니 머지않아 햇살이 비출 것 같았다.
막사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용인댁이 냄비를 들고 나왔다. 비상식량인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듯싶었다.
그릇을 씻으려면 저수지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
그건, 오영감이 대신 설거지 좀 해줄 수 없냐는 투였다. 그러나 오영감 역시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네미, 송장 한 두 번 봤어. 6.25 때 천지가 시체였잖아.”
오영감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피어물고 막사에서 나왔다.
그래도 이런 것은 처음이지.”
처음이나 마나 송장은 마찬가지여!”
그리고 그는 저수지 턱에 올라섰다. 용인댁이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때요? 아직도 그렇게 있어요?”
그러면 뒤진 게 어디가나. 아무리 길고 나는 놈도 뒤지면 올 스톱이여. 그때부터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허는 것이라고.”
오영감은 담배 연기를 길게 빨아 내 뱉었다.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참말로 어째서 그래? 죽은 마당에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때. 다 같은 송장인데....... 죽은 순간부터는 짐승 그 자체여. 근데 사람들은 지가 짐승인지 모른다니까.”
오영감은 더 이상 귀찮게 묻지 말라는 듯 신경질을 부렸다. 용인댁도 그 의중 눈치 채고 화제를 바꿨다.
경찰이 참말로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하던가요?”
그래!”
당신 말대로라면 송장은 꼼짝 안 할 텐데. 무섭게 왜 곁을 지키라고 있으라고 한대요?”
용인댁은 뭔가 석연치 않은 듯 물었다. 오영감은 묵묵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고것이야 우리가 송장 목격자이니까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요렇게 있는 것이 나아 그냥 가버리면 고것들이 우리를 범인으로 알고 귀찮게 파출소를 오가라하니까!”
그래요. 당신은 참으로 아는 것도 많소.”
고걸 이제 알았어. 나가 가방 끈이 짧아서 그렇지 길었다면 뭔가 한자리 톡톡히 해먹었을 것이여. 그건 그렇고 신고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기어 오는 것이여.”
오영감은 헛기침을 하며 신작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때였다.
길바닥에 팽개쳐진 흙 묻은 뱀장어처럼 구부거리는 길 입구에 요란한 사이렌소리와 함께 백차와 승합차가 들어섰다.
저 놈들도 양반은 못 되는구먼!”
기어오는 것이 보이요?”
용인댁이 그릇을 주위에 팽개치고 저수지 마루턱에 오르며 소리쳤다.
그래!”
오영감은 간단히 한마디 뱉고 꽁초가 된 담배를 바닥에 팽개쳤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다가가 장화로 눌러 꺼버렸다.
잠시 후.
황토 투성이가 된 백차와 승합차가 저수지 입구에 들어섰다. 이어서 차문이 동시에 열리면서 최반장과 박형사가 내렸다. 이어서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승합차에서 장비가방을 들고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안성서 강력1계 최준호 반장입니다.”
최반장이 저수지 턱에 올라서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래서요?”
오영감은 도전적으로 받았다. 그건 오랜 시간 기다림에 대한 짜증이었다. 최반장 그걸 감지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우리들 일이란 워낙 눈코 뜰 새 없다보니 늦었습니다. 신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겁니다.”
그때서야 오영감도 누그러지며 그를 대했다.
장소가 어딥니까?”
최반장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저기요.”
오영감은 여윈 손을 뻗어 저수지 건너편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저긴 한 눈에 보아도 마대포대를 끌고 가는 것이 힘들 것 같은데.”
최반장은 한마디 뱉고 습관처럼 주위를 유심히 살폈다. 생각대로 만만치 않았다. 맞은 편 저수지 가장자리는 커다란 바위가 가로 막고 있어 접근이 불가능해보였다. 게다가 길도 아예 나 있지 않았다.
깊이 생각하고 자실 것 없어요.”
오영감은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뭘 그렇게 골몰히 생각하느냐는 투로 다그쳤다.
그 말씀은?”
주위를 살피던 최반장이 그럼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투로 쳐다봤다.
보나마나 그곳까지 끌고 간 게 아니라 여기서 지랄했을 것이요.”
그걸 어떻게?”
오영감은 별개 아니라는 듯이 저수지 중심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저수지의 물은 돌고 돌아 여기서 버려도 결국에는 저쪽으로 간다는 거요. 우리가 직접 경험한 건데 조업을 마치고 미처 배를 묶어 두지 못하고 아침에 와서 보면 배가 저곳에 있었으니까.”
그래도 시체라면 상당히 무게가 있을 건데.”
아녀. 물속에서는 가벼워요.....”
아참 그렇죠.”
게다가 연장 사흘간 비가 퍼부었으니까 그 속도도 빨랐을 거요.”
아네.”
최반장은 오영감의 오랜 경험 추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오영감은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듯이 최반장을 쳐다봤다. 최반장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마대 자루는 언제 발견하신 겁니까?”
이때였다.
국과수 직원이 해병대 침투대원처럼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다가왔다. 그는 고무보트를 저수지 가장자리에 놓으며 말했다.
저수지의 물은 돌고 도니까 저쪽이겠구먼. 갑시다.”
그는 정확하게 사건현장을 가리킨 다음 고무보트에 올라 노를 노걸이에 걸었다. 그건 그동안 많은 사고 현장을 다닌 경험인 듯싶었다. 최반장은 그의 능숙함에 혀를 휘두르며 보트에 올랐다. 오영감은 보트가 움직이자 막사 쪽을 쳐다봤다. 막사 앞에서는 박형사가 용인댁을 취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침 일찍 그물을 건지러 나왔다가 발견하고 바로 신고를 하셨다는 말씀이시죠?”
.”
용인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지루함이 묻어났다.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받은 듯싶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어느 얌체 인간이 마대포대에 쓰레기 넣어 투기 한 줄 알고..... 건져 내려 했는데 뜻밖에 머리카락이 보여 신고를 하셨다는 말씀이시죠.”
.”
오영감은 이런 아내가 안쓰러운지 화제를 바꾸려는 듯 한마디 했다.
저기 보트 타고 송장 건지러 갔어!”
그의 작전은 성공했다. 그는 다음 질문을 하려다말고 쳐다봤다.
그래요?!”
박형사는 후다닥 취조수첩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저수지를 향해 허겁지겁 올라 왔다. 뒤이어 용인댁도 올라왔다. 오영감은 용인댁의 손을 잡았다. 용인댁은 살며시 고개를 조아렸다.
 

현장에 도착한 과수대(과학수사대) 직원과 최반장은 마대 포대를 보트에 싣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그러나 불어터진 시신은 그동안 물고기가 물어뜯은 마대 실밥을 뚫고 팔다리가 삐져나와 팔랑 거렸다.
안되겠어요. 그냥 보트 끝에 묶어 끌고 갈 수 밖에.......”
과수대 직원이 보트에 매 있던 동아줄을 풀며 말했다.
그런 게 낫겠습니다. 시신이 훼손될 경우도 있고요.”
두 사람은 수긍한다는 듯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귀퉁이를 잡아 동아줄에 묶었다. 몇 번이고 귀퉁이를 놓쳐 반복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작업을 마친 두 사람은 손을 털고 노를 저었다.
보트가 가까이 오자 또 다른 과수대 직원이 들것과 시체보관 비닐용기를 가지고 올라왔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보트가 닿자. 박형사와 또 다른 과수대 직원이 마대포대 귀퉁이를 옴켜잡고 조심스럽게 들 것에 올려놓았다.
진갈색 머리로 염색한 여자였다.
40대 초반대로 암담한 키의 소유자였다. 얼굴은 불어터져 알 수가 없었다. 과수대 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윗주머니에서 고무장갑과 비상용 가위를 꺼냈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능숙하게 마대포대 중심을 잘라냈다.
순간 모두가 놀랐다.
여자는 나체였다. 추측대로 완숙미가 보였다. 가슴은 그런대로 탄력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특유하게도 성기는 제모를 된 채 파란글씨로 ” “이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게다가 특유하게도 목에 빨간 긴 스카프를 감고 있었다.
큼큼!”
용인댁이 헛기침을 했다. 순간 과수대 다른 직원이 가져온 사체용기로 덮었다. 그러나 팀장으로 보이는 직원은 아랑곳없이 여자의 손가락을 살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숫자를 내뱉었다. 순간 최반장이 받아 적더니 박형사에게 건넸다. 박형사는 한쪽으로 가더니 다이얼링을 한 다음 숫자를 말했다. 최반장은 뭔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또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과수대 팀장의 1차 감식이 끝나자 시신은 두 직원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시체용기에 담겨졌다.
그럼 우리는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그때까지도 주위를 유심히 살피던 최반장이 돌아보며 말했다.
빠른 결과 부탁드립니다.”
아네. 요즘 봄바람이 불다보니 건수가 늘어나 바쁘지만 최대한으로 신경 써 보겠습니다.”
팀장은 왼손을 들어 보이고 저수지를 내려갔다. 최반장도 별 사안이 없는 지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한쪽에서 전화를 주고받던 박형사가 용무가 끝났는지 휴대폰을 주머니에 밀어놓고 최반장에게 다가섰다. 그의 얼굴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최반장이 발길을 멈추고 박형사를 보며 말했다.
우리 건이야?”
. 빨리 서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데?”
출동할 때 말꼬리를 물던 실종 신고자 황동팔의 마누라 고순옥 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야! 그렇다면 이거 복잡해지는 거 아냐?”
네 관할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알았어. 근데 정형사는 왜 아직도 콧뱅이도 안 비추는 거야?”
조금 전에 전화가 왔는데 고순옥의 실종지점을 찾아 근처의 목격자를 찾는 중이랍니다.”
그래 일단 서로 가서 뒷일을 정리해보자고…….”
.”
최반장과 박형사는 서둘러 저수지 입구로 향했다.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던 오영감과 용인댁도 별 수 없는 지 지게에 가져온 물건들을 싣고 저수지 입구로 향했다.
요란한 사이렌소리를 울리며 백차와 승합차가 꼬부랑길을 헤쳐 나갔다. 오영감과 용인댁은 발길을 멈추고 이구동성으로 투덜거렸다.
이거 굶어죽으라는 거야! 뭐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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