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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연재(14)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게시물ID : panic_1003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2
조회수 : 4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08 13: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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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반장님 하지만 그건 오동호가 사고 나기 한참 전인 연애초기 상황인데.... 우리의 추측이 합당할까요? 게다가 지금은 사고로 저능아 수준인데.....”
창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겨 있던 정형사가 최반장을 보며 말했다. 최반장 역시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 점이 걸리긴 하지만 허를 찌를 수도 있으니까 긴장을 놓지 말자고.”
.”
그리고 내 생각에는 이쯤에서 고순옥의 전 남편의 진술을 확보해두는 게 나을 것 같으니까 자넨 지금 가서 그 인간과 그 주변을 조사해봐.”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걸 상의 드리려는 참이었습니다.”
역시. 자네와 나는 이심전심 통하는 게 있구먼. 그럼 수고해!
아네.”
정형사는 고개를 조아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최반장 역시 주먹을 쥐고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이때였다.
노크소리가 들렸다.
박형산가?”
형님 접니다.”
응답도 하기 전에 들어선 사람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취재수첩을 옆에 낀 견기자였다. 최반장은 마땅치 않은 인간이 들이닥쳤다는 듯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똥개 자네가 웬일인가?”
견기자 역시 만만치 않았다. 최반장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형님! 똥개라뇨?! 대한민국 민완기자를 이렇게 비하해도 되는 겁니까? 안 그래요? 정형사님?”
그러나 정형사는 아랑곳없이 최반장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뒤돌아섰다. 그건 견기자와 엮어서 시간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최반장 역시 견기자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으니 아무 걱정 말고 가라는 듯이 가라는 손짓을 했다. 정형사는 급히 출입문을 나섰다. 견기자는 정형사의 무시에 기분이 상했지만 아랑곳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왕건이라도 잡으셨나. 왜 저리 서둘러.......”
어이, 똥개! 괜한 사람한테 시비 걸지 말고 나랑 얘기하자고…….”
최반장은 자신의 책상 앞 의자를 가리켰다. 견기자는 여전히 평상심을 잃지 않고 히죽거리며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형님. 거참 좋은 표현 놔두고 똥개가 뭡니까?”
그러나 최반장은 사과는커녕 그 말이 틀렸냐는 듯이 노려봤다.
 

견달식. 그는 유명 중앙지 지방주재 기자다. 그는 기자 근성이 남달라 사건을 한번 물었다 하면 놔주지 않아 그를 칭하기를 모두 똥개로 불렀다. 얼마나 지독하게 무는 지, 그에게 물렸다하면 모두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명문대 신문방송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바로 신문사에 몸을 담았다. 그의 장점은 누구보다도 논리가 정연해 펜에 힘이 있다는 거였다. 게다가 진실에 있어서는 타협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중앙에 있을 때 굵직굵직한 사건을 터뜨려 촉망 받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주위의 미운 털이 박혀 은근히 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그는 타협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이 청와대 사무관 청탁 비리문제를 밝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승진은커녕 낙향으로 이어져 지금은 지방주재 기자로 연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펜의 힘이 죽기는커녕 밥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반장과는 고향 선후배관계로 우정이 돈독하다. 하지만 공과 사는 확실하다. 최반장은 이런 그가 부담스러워 피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기자는 냄새만 맡았다 하면 불청객처럼 파고들었다. 최반장은 이런 견기자이기에 긴장을 놓지 않고 말했다.
또 뭘 물고 늘어지려고 오셨나?”
구린내가 진동하는데 참을 수가 없어서요.”
견기자가 이죽이죽 웃으며 말했다. 그때마다 보조개가 돋보였다. 최반장은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누가 뭘 쌌다고 그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월곡 저수지에서 왕건하나 건졌다고들 하던데.......”
그럼 벌써 소문이 나돌았단 말이야?”
그것보다는.......”
견기자는 잠시 말을 끊고 최반장을 쳐다봤다. 최반장은 순간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 그건 관할문제로 파생된 건을 건들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최 반장으로써는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또 뭐?!”
견기자도 만만치 않았다. 이거 왜 이러느냐는 식으로 말문을 열었다.
나의 정보망에 의하면 피살자가 이 서에 신변보호요청을 했다고 들었는데요.”
최반장은 말문을 잃고 견기자를 쳐다봤다. 하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서 모두 까발리겠다는 건가?”
역시 베테랑다운 공격이었다. 그러자 의기양양 해보이던 견기자도 주춤하며 말했다.
글쎄요.”
견기자는 애매모호한 답을 하고 또다시 이죽이죽 웃었다. 순간 최반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럼 뭐야? 아도치겠다고?!”
!”
견기자는 뜻밖에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또 뭔가 협상 건이 남아 있다는 징조이기도 했다. 최반장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실직고하시라는 겁니다. 다행히 매를 들기 직전이니까.”
뭐야!”
뜻밖의 제의에 최반장과 정형사는 이구동성으로 소리치고 또다시 견기자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함없이 말을 이었다
그 놈의 정 때문에 드리는 말씀인데 선수를 치시라는 겁니다. 용인서 박 수사과장도 이걸 문제 삼을 기세던데........ 게다가 그 양반도 김 수사과장과 마찬가지로 이번에 진급 대상이라는 걸아시죠?”
그럼 벌써 용인서도 갔다 왔다는 거야?”
거참, 기자 발을 뭐로 아시나? 발발이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허긴, 그래서 뭘 좀 캐셨나?”
최반장은 은근히 다가서며 물었다. 견기자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번 살인사건의 키는 사망자의 현 남편보다는 전 남편에 쥐고 있다고 보는데요. 형님 생각은 어떠세요?”
벌써 거기까지 나간거야?”
최반장은 말문을 바꾸며 견기자의 표정을 살폈다. 그건 정식수사가 전개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키포인트 운운하다는 것은 용인서의 수사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견기자도 뻔한 거 아니냐는 투로 쳐다봤다. 다시 말하면 살인사건의 위치가 자신의 관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은 철저한 방어선을 구축하자는 게 아니냐는 거다. 그걸 못 박듯이 말을 이었다.
그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제공하고 협조하겠다고 하던데요?”
미끼를 제공하고 간을 보겠다?! 역시 박 과장님다운 발상이구만.”
허긴 한 때 한솥밥을 드셨죠?”
견기자가 잠시 책상위에 내려놓았던 카메라를 목에 걸며 말했다. 최반장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최반장이 박과장을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천안 경찰서에 있을 때였다. 그때 당시 박과장은 과장이 아닌 강력계 반장이었다. 그는 매사에 철저했다. 아니 지나칠 정도였다. 자신에 주어진 사건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결하려는 타입이었다. 마치 해결 못해서 미친 사람처럼 적극적이었다. 그러다보니 부하직원들은 과중한 업무로 불만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발하지 않은 건 밀당이 확실한데다 자신의 공을 부하에게 돌리는 특유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특유의 말버릇이 있었다. 그건 가름할 수 없는 명언이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다.
()은 끈기를 만났을 때 비로소 사멸한다.
정의란 누구의 의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협동에 의해서 정립된다.
자신을 믿지 못하면 아무 것도 믿지 못한다. 등등
 

그야 말로 어디선가 들음직한 보석 같은 말들은 그야말로 모두를 끌어 들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언행과는 달리 종종 사고를 쳤다. 그 한 예가 고액사기 도박장을 덮쳐 압수한 돈을 재정난으로 폐쇄 직전인 고아원과 양로원 나눠 줘버려 공금횡령죄로 기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위의 탄원과 변제로 풀려나 오늘까지 온 것이다. 이로 인해 몇 번이나 윤리 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지만 별 문제없이 풀려났다. 그들의 소견은 이런 경찰도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한마디로 사심이 없다는 거였다. 그걸 증명하듯이 지금껏 독신인데다 자신이 거치할 집한 칸 없어 노숙자 시설에서 카운슬러를 봐주며 기거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도 단점은 있다. 그건 동료와의 경쟁이다. 이때만큼은 양보도 배례도 없다. 기필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이중인격자라고도 했지만 그는 상관치 않았다.
그 덕분에 최반장도 반장으로 진급을 해 안성으로 온 것이다. 그런데 3년 만에 사건과 엮여 불편한 관계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반장은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고민하는데 견기자가 답을 준 것이다.
 

이실직고 하시죠. 다행히 매를 들기 직전이니까.”
타당성 있는 답이다. 먼저 잘못을 인정한다면 그의 성격상 거론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현재 상관인 김 과장이다. 왜냐하면 그는 박 과장과는 완전히 다른 반대 성격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는 공()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않는 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과장이 경찰대 동기이면서도 소가 닭 보듯이 하며 빈틈을 노리는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달리 방법이 없다. 이번 사건은 누가 뭐래도 사망자가 신변보호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할이 아니라며 외면한 것이 확실하니까. 고로 미리 실토해 뭇매한번 맞고 다음으로 범인을 검거하면 가름이 될 테니까.......
 

. 뭘 그렇게 골몰히 생각해......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견기자는 뭘 망설이냐는 듯이 다그쳤다. 최반장도 수긍을 하면서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창밖을 쳐다봤다.
맞바로 보이는 주차장에 주차관리 의경이 벚꽃 나무 밑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애인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섰다. 멀리서 보아도 그건 박형사의 차가 분명했다. 최반장은 몸을 돌려 드디어 한마디 뱉었다.
알았네. 아우님 말대로 하겠네. 과장님 설득이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성사 시키도록 하겠네.”
그럼, 그리 알고 가겠습니다.”
견기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오른 손을 들어 보이고 출입문으로 향했다. 순간 최반장은 몸을 살짝 비틀어 주차장을 보았다. 앞문이 열리더니 박형사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바른 쪽 문으로 향하더니 문을 열었다. 한 사내가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아참, 형님, 이번은 저한테 신세 진 겁니다.”
최반장은 재빨리 몸을 돌려 견기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알았어. 한턱 쏠게. 금명간에 날 잡자고…….”
그제야 견기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출입문을 나섰다. 최반장은 재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단축 다이얼을 눌렀다. 창밖의 박형사가 받았다. 최반장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난데 똥개 떴어. 뒷문으로 와!”
박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황동팔의 팔을 끌어 담장 쪽으로 향했다. 반대편에서 견 기자가 전화를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 냄새를 맡은 것 같지는 않는데요?”
견기자의 동태를 살피던 박형사가 말했다. 최반장은 담배를 빼물며 말했다.
모르지 개코는 민감하니까.”
최반장은 종료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한숨을 지었다.
그건 견기자의 제의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김 수사과장이 동의할 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더 늦추었다가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꼴이 되 않을까 싶어서다. 어떻게 되든 간에 부딪쳐야 했다.
이때였다.
전화벨이 세차게 울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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