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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싱크홀:정의란 무엇인가
게시물ID : panic_1003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류루
추천 : 5
조회수 : 10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6/24 15: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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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싱크홀 - 정의란 무엇인가
    
 
글 : 루류루 

 

 

땅에 구멍이 뚫렸다. 우리나라에는 싱크홀이 그다지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현대에 와서는 이런 저런 공사들 때문에 생겨나는 모양이지만.
다행히 땅이 무너지고 싱크홀이 생기던 시점에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제는, 싱크홀을 덮는 것이었다. 어째서인지 이 싱크홀은 그 구멍을 덮을 수가 없었다. 흙을 넣어도, 돌을 넣어도, 천으로 덮어도, 나무로 덮어도 덮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구멍에 넣는 동시에 연기가 돼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전국의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 여러분, 보십시오. 나무를 넣어도 순식간에 연기로 변하는 모습입니다.”
 

그러자, 전국의 사람들이 쓰레기 과태료를 아끼기 위해 싱크홀에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 이번엔 미스터리와 공포를 좋아하는 세계의 탐험가들,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홀홀입니다! 오늘은 싱크홀에 순도 99.9% 금을 넣어보겠습니다! , 보십시오! ~ 바로 사라졌네요. 아니, 이렇게 내 돈이 사라지네? ? 제 머리카락이요? ~ 구독자님들이 원하시면 어쩔 수 없죠. 머리카락, 즉석에서 잘라 넣어보겠습니다! ~ 보십시오!”
“...”
...어라? , 여러분 보셨나요? 제가 잘못 본거 아니죠? 그쵸? , 이거 대박이네. 제 머리카락은 안 사라지고 구멍 안으로 들어가는 거 보셨죠? 여러분, 제가 바로~홀홀 아니겠습니까.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이 방송이 중계되자마자 세계는 또 한 번 뒤집어졌다. 무엇이든, 심지어 보석까지 연기로 변해버리는 그 싱크홀에서, 머리카락만은 연기로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뒤로 개인방송을 하는 여러 사람들이 싱크홀을 찾아왔다. 그리고 조금씩 밝혀졌다.
 

밀지 마시라구요! 저기요!”
, . 저도 멀리서 왔어요. 같이 좀 봅시다!”
아아, 으아아아아악!”
 

!
 

싱크홀은 오직 인간만을 연기로 변화시키지 않는 다는 것이, 그리고 사람들이 그동안 싱크홀에 넣은 무언가가 사라질 때 생기던 연기가, 이제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새어 나오나는 것이.
이제 온 뉴스의 메인은, 대한민국의 싱크홀에 빠져 죽은 20대 남성이었다. 그는 그간 밝힐 수 없었던 구멍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연기로 타지 않고, 그대로 구멍의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구멍의 깊이는 대략 40m, 폭은 이전에 밝혔던 30m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연기였다. 싱크홀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를 일정량 마신 사람들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시력을 잃었고, 누군가는 목소리를 잃었고, 누군가는 기억을 잃었다. 그리고 이 증상은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를 알게 된 정부는 숨기기에 급급했지만, 이미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정부는 싱크홀을 통제하는 것으로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싱크홀에서 육안으로도 관찰 되던 연기는 점점 줄어갔고, 어느새 사라졌다. 공포에 떨던 국민들은 정부를 치켜세우며 칭찬했고, 싱크홀 주변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지만 확실히 구멍을 메꾸었고 더 이상 연기는 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역시 전국 비상사태를 취하시켰다.
 

 

10년 후
 

 

 

“!”
“What's this?”
 

살인자 000대통령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000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수해라! 자수해라!”
 

싱크홀이 덮어지고 10년 후, 불법으로 싱크홀을 파내어 그 비밀을 풀던 외국의 기자가 한국의 실태를 폭로했다. 싱크홀에는, 아직도 썩지 못한 시체들이 넘쳐났던 것이다. 썩지 않은 이유와 연기의 실체는 알 수 없으나, 연기를 막기 위해 당시에 살아있던 사람들을 죽인 후, 구멍 속에 넣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구멍 속 사람들은 다양했다. 노숙자, 노인, 대학생, 야간 아르바이트생.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정부는 사람들을 구멍 속에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구멍이 채워지자, 더 이상 모래가 연기로 사라지지 않았고, 그 빈틈을 모래로 채워놨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유가족들이 탄핵을 시도하며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목소리들이 나왔다.
 

그래서, 구멍에 있는 사람들의 안식을 위해 그 사람들을 빼내자고?”
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깊숙이 있는 사람들은 불가능해. 무슨 장비로 빼낼건데?”
미친 거 아니야? 빼내면 연기가 다시 나올 텐데? 살 사람은 살아야지!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다들?”
대통령이 총대 메고 살인 저지른 거지. 아무도 뭐라고 못해. 소수의 인원 때문에, 다 같이 시력 잃고, 기억 잃자고? 착한 척 좀 하지 말자.”
 

결국 탄핵은 실패했고 유가족들은 시체를 수습할 수 없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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