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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연재(28)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 윤곽4
게시물ID : panic_1003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3
조회수 : 4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27 12: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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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나날이 짙어지는 햇살 때문인지 월곡저수지의 가장자리도 파릇파릇한 풀들이 상당히 커 보였다. 이제 4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드디어 완연한 봄의 기슭에 들어 선 것이다.
- 파드닥 퐁당!
잔잔한 저수지 물결을 뚫고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솟구쳤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마치 잠시나마 일광욕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렇게 지들 잡아다가 먹고 사라고 지랄들인데......”
저수지 가장 자리를 등지고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던 용인댁이 구시렁거렸다.
그러니까 말이야. 무슨 놈의 팔자가 한 저수지에서 송장을 두 구나 봐!”
역시 나란히 앉아 입구를 바로보고 있던 오영감이 호주머니를 뒤적여 담배를 꺼내며 투덜거렸다.
그렇다면 이제 여기서 물고기 잡아다가 팔 생각은 접어야 겠네요?”
그러자 오영감이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나 싶네. 누가 송장건진 저수지의 물고기를 사려 하겠어.”
그럼 우리는 어쩐대요?”
어쩌긴 동호가 마련해준 읍내 집으로 가야지.”
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인간들이 그 집을 그대로 뒀을까요?”
물론이재. 우리 동호가 어떤 놈인데.”
오영감은 단호하게 한마디 뱉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것들은 빽이 좋은 보통 여시들이 아니라고 하던데.......”
그래도 우리 동호는 못 이겨......”
그런데 말이에요?”
한참 대화를 주고받던 용인댁이 뭔가 찝찝하다는 듯이 오영감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영감은 여전히 입구 쪽에 시선을 둔 채 말문을 열었다.
뭐가?”
저번에 발견된 송장이 며느리 고 년이라면서요?”
그래서?”
그렇다면 우리 동호하고 연관이......”
그러자 오영감이 발끈하며 일어섰다. 그건 멀리서 경광등을 밝힌 승용차와 SUV차량이 보이기도 해서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당신도 알다시피 동호 그놈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 밖에 안 되는 놈이여!”
그러나 용인댁은 의문스럽다는 듯이 계속 말꼬리를 물었다.
그러긴 한데. 동호 그 녀석은 당하고는 못 참는 녀석이니까 하는 말이지요. 당신도 봤잖아요. 저기 우리 집이 우리 땅인데도 불구하고 삼림원이 계속 괴롭히자 동호가 나서서 컴퓨터로 거시기들을 모와서 고놈 비리를 찾아내 완전히 옷 벗겨 버렸잖아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사정이 달라 지 앞가림만 겨우 하는 반편이나 다름없다니까.”
그렇다면 누군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거 뭣이냐? 옛날로 따지면 활빈당 같은.......”
활빈당 같은 소리하고 있네! 요즘 세상은 자기들한테 이득이 없으면 꼼짝도 안 해...... 게다가 현재는 반편이잖아! 그러니까 경찰이 와서 물어도 당신은 그냥 모른다고만 해. 어떻든 간에 고것이 동호를 돕는 일이니까.”
오영감은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용인댁도 더 이상 말꼬리를 물지 않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 사이 경광등을 밝힌 승용차와 SUV차량이 입구에 다다랐다. 오영감과 용인댁도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내려왔다. 최반장과 박형사도 차에서 내렸다.
또 뵙네요?”
최반장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오영감과 용인댁도 고개를 조아렸다. 최반장은 인사말만 남기고 저수지 가장자리로 올랐다. 오영감이 이상하다는 듯이 최반장을 쳐다봤다. 그때 박형사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의 왼손에는 사건 수첩이 들려 있었다.
박형삽니다. 구면이라 자기소개는 그만두고 다이렉트로 묻겠습니다. 시신은 언제 발견하셨죠.”
점심 때 그물 건지려 왔다가요.”
그때 상황이 어땠습니까?”
이번에는 저기 반장님이 서있는 쪽에 있었습니다.”
오영감이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서서 주변을 살피는 최반장을 가리켰다. 박형사는 오영감의 눈빛을 살피며 재차 물었다.
시신의 얼굴은 봤습니까?”
아니오. 엎어져 있어서 못 봤습니다. 단지 머리가 길어 여자라는 것 밖에요.”
그리고 송장이 안 떠내려가게 하려고 그랬는지 목에 쇠사슬을 감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용인댁이 거들었다. 순간 박형사가 놀라 쳐다봤다. 그건 삼고저수지 쇠사슬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언할 수는 없었다. 그건 아직 시신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과학수사대 팀이 들것과 묵직한 가방을 등에 메고 저수지 가장자리로 올라섰다. 그러자 오영감이 박형사를 보며 말했다.
저희도 올라가서 봐도 될까요?”
순간, 박형사는 저수지 가장자리에 서 있는 최반장에게 수신호로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목소리를 높여 물으려다가 시신 수습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수신호를 택한 것이다. 최반장은 흔쾌히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박형사는 사건수첩과 볼펜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오영감과 용인댁을 보며 안내의 손짓을 했다. 오영감과 용인댁은 고개를 조아리고 최반장을 향해 다가갔다. 최반장은 한쪽으로 비켜서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박형사는 오영감과 용인댁 곁에 섰다. 이로해서 두 노부부는 최반장과 박형사의 감시망에 갇힌 형국이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저수지의 물결은 잔잔했다. 가장자리에 서있는 갈대도 움직이지 않았다. 시신은 갈대에 머리를 처박은 형태인대 고개는 상당히 물 안으로 파묻고 있었다. 그게 시신이라는 건 물 위에 퍼져 있는 긴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시신은 발가벗은 상태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마대부대가 아닌 대형 쓰레기봉투에 반쯤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팀장으로 보이는 과수대 요원은 현장주위를 유심히 살피더니 주변에 놓여 있는 쇠사슬을 발견하고 당겼다. 그러자 시신이 살며시 끌려 왔다. 어느 정도 다가오자 안전 장구를 꺼내 봉투 입구에 물리더니 서서히 끌었다. 잠시 후 시신은 저수지 가장자리에 상체를 내밀었다. 두 요원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재빨리 다가가 고무장갑 낀 손으로 시신을 완전하게 뭍으로 끌어 올렸다. 진흙에 밀착한 시신은 거침없이 올라왔다. 하지만 마찰에 봉투가 말려 상체 중간쯤에 걸려 있던 쓰레기봉투가 반쯤 벗겨졌다. 허연 엉덩이가 들어났다. 두 수사대 원은 능숙하게 바닥에 의료용 자리를 편 다음 시신을 눕혔다. 얼굴은 불어터진 대다 쇠사슬에 충격을 받았는지 피멍이 들어 있어 알 수가 없었다. 가슴은 그런대로 말끔했다. 하체는 음모가 깔끔하게 면도된 체 ” “이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순간 박형사가 소리쳤다.
반장님 저 건......”
그러자 최반장은 대답대신 인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 그건 다음 검증을 지켜보자는 심사였다. 팀장으로 보이는 요인은 시신의 상태를 꼼꼼히 살핀 다음 시신수거봉투를 들어 시신을 덮었다. 그리고 시신의 팔을 끌어내 지문을 채취했다.
멀쩡합니까?”
최반장이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훼손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팀장은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약솜으로 엄지손가락 지문을 살피더니 또 다시 알 수 없는 숫자를 말했다.
박형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수첩을 꺼내 번호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 그는 가장자리에서 한발자국 내려서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맑은 날씨여서 그런지 전화연결은 바로 됐다. 박형사는 무슨 말인가 열심히 해댔다.
지문재취가 끝나자 과수대 팀은 능숙하게 시신수거봉투에 넣은 뒤 지퍼를 올렸다. 최반장이 다가서며 물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팀장은 뭔가 묵시적으로 계산을 하더니 말했다.
일단 신원은 거의 확인 된 셈이니까. 생각보다는 빠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외관상으로 보시기에 사인은 어떻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익사인 것 같습니다.”
하며 그는 들것의 뒤쪽에 다가섰다. 그러자 다른 팀원은 장비 가방을 앞에 매고 앞쪽을 들었다. 그건 자세한 것은 검시결과를 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까지도 오영감과 용인댁은 최반장 곁에 있었다. 최반장은 잘 부탁한다는 듯이 과수대 팀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오영감과 용인댁을 쳐다보며 물었다.
몇 가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두 사람은 잠시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최반장은 두 사람을 안전하게 저수지 가장자리에서 내려오게 한 다음 버려진 좌대로 인도했다. 벤치형의 좌대는 낡아 보였지만 노인 두 사람이 앉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최반장은 근처에 나뒹구는 라면 박스를 끌어다 않으며 물었다.
오동호 씨가 두 분의 아드님 맞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반장은 여전히 두 사람의 눈빛을 살피며 물었다.
고순옥이 며느리구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최반장은 질문을 이었다.
근데 왜 죽었을까요?”
그러자 용인댁의 눈빛이 바뀌더니 소리쳤다.
천벌을 받은 거요?!”
순간 오영감이 용인댁의 옷자락을 잡아 다녔다. 그건 묻는 말에만 답하기로 해놓고 무슨 짓이냐는 투였다. 최반장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천벌이라뇨?”
우리 아들 등골 빼먹은 년이니까.”
아네. 아들 재산을 자기 엄마 앞으로 빼 돌린 거요?”
그것도 그거지만 남편이 저 지경이 됐는데도 내 팽개치고 지 에미 년하고 같이 바람을 피운 년이 사람이요?”
순간, 오영감이 너무 나간다 싶어 용인댁의 입을 막았지만 용인댁은 뿌리치고 소리쳤다.
내가 틀린 말했어요! 인간이라면 집 한 칸 정도는 놔둬야지......”
그러자 오영감이 체념하듯이 말했다.
애가 성할 데 우리에게 얼마 안 남은 말년을 지내라고 시내에다 집 한 칸은 마련해 줬소. 이 사람 명의로다.”
그래요?! 그럼,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아드님이 그러신 거군요?”
그건 모르지만 아들놈은 늘 불안해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장모 때문에요.”
그렇다면 장모는 왜 잘 사는 사위를 미워했을까요?”
그러자 오영감은 갑자기 말문을 닫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최반장은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 붙어주었다. 오영감은 고개를 약간 숙여 보이고 담배 연기를 길게 빨아 내뱉었다. 연기는 바람을 타지 못하고 바닥에 깔렸다. 마치 추억을 회상한다는 듯이........
최반장은 여전히 오영감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어르신 힘드시면 여기서 그만 할까요?”
그러나 오영감은 예상과 달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나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소. 내 다 얘기하리다. 그건 다 내 잘못이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던 용인댁도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수고산을 바라봤다. 수고산 정상에 걸린 구름이 빠져 나가려는 듯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였다. 오영감은 다 태운 담배를 땅바닥에 팽개친 다음 비벼 끄고 말문을 열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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