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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여행-초대받은 사람들 4
게시물ID : panic_100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ㅣ대유감
추천 : 8
조회수 : 63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7/19 09: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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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낯선 환경에 무방비로 내몰린 날이었다.
몸보다 큰 교복을 어색하게 걸치고 삼삼오오 떠들고 있는 애들을 피해 교실 구석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중학교의 첫인상은 두려움 이었다.
낯가림도 심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공포감까지 더해져 숨쉬기도 벅찬 시간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속으로 자기 암시를 하며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뜨는데 포니테일을 한 하얀 얼굴의 아이가 있었다.
6학년 2학기도 한참 지나 전학 온 탓에 변변한 친구 하나 없이 중학교진학을 했던 나의 옆자리는 계속 비어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와 다시 자리배치를 해주기 전까지는 아마도 가장 늦게 등교한 어떤 아이가 내 옆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교실에 빈자리가 반이나 남았는데 내 옆에 앉은 것이다.
놀라서 계속 하얀 얼굴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도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치고 황급히 고개를 돌린 순간에야 알았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이름을 물어봐야하나? 반갑다고 악수를 할까?’
갑자기 바보가 된 것처럼 뒤죽박죽이 된 머리로 마땅한 말을 못 찾고 헤매다 종이 울렸다.
알이 두꺼운 금테안경을 쓴 생머리의 젊은 여자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아이들을 복도에 세웠다.
스스로 작은 키라 생각했던 나는 앞쪽에서 서성이다 밀리고 밀려 중간의 어디 즈음에 멈췄다.
, 너랑 나랑 짝꿍 되려나 보다. 너 어느 초등학교 나왔어?”
몸을 휙 돌려 내게 말을 거는 아이의 말에 또 당황하고 말았다.
? ...그게...전학을 와서...”
~! 그래서 아는 애가 없었구나. 반가워 난 강시연이라고 해. 너는?”
옅은 주근깨를 드리운 볼에 깊이 패인 볼우물이 웃는 얼굴을 더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
난 유강이야. 반가워.”
유강? 성이 유씨야?”
...”
특이한 이름이네. 암튼 반가워.”
시연이가 덥석 손을 잡는 바람에 주춤 물러서다 뒤 친구의 발을 밟았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몸을 돌려 급히 사과를 하며 얼굴을 들어보니 예의 하얀 얼굴 아이였다.
괜찮아.”
? ! 반갑다.”
얼떨결에 이상한 인사까지 해버리니 얼굴부터 목까지 뜨끈하게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둘이 아는 사이야? 안녕! 난 시연이야. 근데 유강이 너 얼굴이 왜케 빨게 진거야? 하하하하!! 너 진짜 소심하구나.”
시연이의 놀림을 받으니 귀까지 후끈거리는 게 살색이 온통 핏빛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
후훗~ 난 주아야. 김주아. 유강이랑 시연이라고? 반갑다. 나도 별로 친구가 없어서.”
말끝에 미소를 띠는 주아의 눈은 깊고 진한 반달을 닮았다.
그렇게 우리는 중학생이 된 첫날 단짝이 되었다.
시연이 생각과는 다르게 시연이는 우리 앞줄에 앉게 되었고 난 주아와 짝꿍이 되었다.
늘 시끌벅적한 시연이는 주아와 나 말고도 반친구 전체와 친구였고, 주아는 우리 말고는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었다.
그럼에도 주아의 주위엔 친구들이 끊임없었고, 모두가 주아를 좋아했다.
하얗고 아기 같은 피부, 깊고 큰 눈과 오똑한 코는 서구적인 동양미를 내뿜었고, 마른 듯 늘씬한 몸매와 긴 다리는 교복 안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무심한 듯한 눈빛으로 마주하다가 한 번의 미소로 반달이 되는 눈을 보면 누구라도 반하게 되는 듯 했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아의 모습은 멍하게 무언가를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그럴 때의 쌍꺼풀 없는 주아의 눈은 더 깊어지고 까맣게 빛났다.
나서기를 좋아하는 시연이와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모으는 주아 덕에 내 주위에도 친구들이 많아 졌지만 단짝 세 명의 사이는 범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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