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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여행-초대받은 사람들 6
게시물ID : panic_1005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ㅣ대유감
추천 : 7
조회수 : 7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7/19 16: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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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좀처럼 오질 않는다.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운이 좋게도 CF에 섭외가 되었다.
여대생컨셉으로 여성용품을 광고하는 거였는데, 양쪽으로 땋아내린 머리와 보조개가 이미지와 잘 맞는다며 단박에 캐스팅되어 동기들과 선배들의 부러움을 샀었다.
CF가 방송을 타며 주변에서 축하전화를 엄청 받았다. 이미 스타가 된 듯 했다.
그 후 시트콤에서 주인공 친구로 섭외를 받았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시트콤이었기에 학교에서 나의 콧대는 꺾일 줄을 몰랐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자격지심도 자신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대사가 급하게 줄었다. 뭔가 불길했다.
! 발음이 그게 뭐야! 혀 잘렸냐!”
입시연기학원 선생님께도 지적받던 발음이 문제였다.
그렇게 단 네 번의 출연으로 방송국과는 이별을 하였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안 되는 발음을 어쩌란 말인가.
발음이 좋았다면 아나운서를 했겠지.
대학로에서의 작은 연극 몇 편을 끝으로 대학생활이 끝나가고 있었다.
선배니임~~이번에 딸 역할 저 주세요.”
연출부 선배의 팔짱을 끼며 자연스레 몸을 밀착했다.
이 선배가 날 몰래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게...벌써 역할이 정해져 있어서...”
선배님이 다시 결정하시면 되잖아요. ? 저 정말 잘할 자신 있어요. 저 아시잖아요~. 어떻게 저녁 먹으며 한 잔 할까요?”
아이 곤란한데...그래도 시연이가 술 마시자는데 맘 변하기 전에 얼른 가야지.”
덥수룩한 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며 선배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제 그 역할은 내 것이 된 거다.
 

 

, 방학동안 기숙사달린 공장에서 알바 한다니까. 심심해 죽겠다. 시연이 데리고 함 놀러와.”
그래? 그럼 시연이랑 시간 상의해 볼게. 거긴 언제까지 있는 건데?”
방학 내내 있어야지. 한 푼이라도 벌어야 다음 학기 버티지.”
오랜만에 주아에게 연락이 왔다.
방학동안 일하는 공장에서 주말엔 할 일없어 심심하다고 한번 놀러오라고 한다.
그래도 친구라고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가 보다.
단짝이니까. 우린 둘도 없는 단짝이니까 말이다.
나 이번 주말엔 약속 있는데~ PD님이랑 골프미팅이 있어서 말이야. 어쩌나~ 근데 몇 달만에 우리를 찾고 어쩐 일이래?”
역시 유명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르바이트 구하느라 발품 파는 우리 평범한 대학생들과는 급이 다른 것이다.
친구니까 제일 먼저 생각나서 그랬겠지. 그럼 언제 가능해? 쭈 많이 심심한 거 같던데...그리고 방학 내내 일만 한다고 하니까 가서 좀 재밌게 해주고 오자. ?”
그럼 다음 주말에 가자. 그땐 시간 비워둘게.”
약속에도 불구하고 당일 아침에 전화가 걸려왔다.
강아, 나 오늘도 못가겠다. 다음 주 예정이던 연극 리허설이 오늘로 변경됐어. 미안하지만 혼자 다녀오든지 다음으로 미루든지 해야겠어.”
안될 말이었다. 주아가 몇 번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기다리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미룰 수는 없었다.
그럼 이번엔 그냥 나 혼자 다녀올게. 다음에 한번 또 가지 뭐.”
그럴래? 대신 안부 좀 전해주고.”
그렇게 혼자 고속버스를 탔다.
하룻밤 자고 오는 거라 짐이 많지 않아 백팩 하나를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다.
휴대폰시간을 체크하고 이어폰을 꺼내 휴대폰에 연결한 뒤 최신곡을 플레이한 후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요란한 소음에 눈을 뜨니 버스가 톨게이트로 진입하며 도로가 우는 소리였다.
기사아저씨의 도착 안내를 들으며 가방을 챙겨들고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 뒤 대합실로 나와 주위를 살폈다.
출입구 쪽에서 하얀 얼굴의 주아가 반달눈을 하고 손을 힘차게 흔들고 있었다.
~! 주아야~ 얼마만이야. 기지배 연락도 뜸하고 얼마나 궁금했는지 알아?”
유강아, 잘 지냈어? 얼굴 이뻐진거 봐. 연애한다더니 남친이 잘해주나 봐.”
잘 해주기야 하지. 그보다 우리 얘기하자. 넌 어떻게 지냈어? 괜히 부담될까봐 연락도 못하고.... 그래도 네 생각 많이 했어.”
오랜만에 만났어도 어제 본 사이처럼 얘기는 끝이 없었다.
여기서 택시타면 금방이야. 가서 점심먹자.”
웃고 있는 주아의 얼굴이 밝지가 않다. 웃고 있는데...분명 웃고 있는데....슬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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