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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끔 올라오는 동아리 동방 이야기는 우리 학교 이야기다.
게시물ID : panic_1006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악감정
추천 : 9
조회수 : 147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9/08/04 17:49:32
천안의 B대학은 호두과자와 비할바는 못되지만 천안 안에서 만큼은 그럭저럭 유명한 종교 대학이다.

그중에 시를 쓰던 동아리는 국문쪽의 시우라는 동아리였고
시우의 사건은 재미있는 헤프닝 정도로 아는 애들은 아는 즐거운 농담 거리로 회자 된다.


내가 기억하는 시우의 동방은 진리관이었지 진리관 지하 1층은 현재도 반지하 상태에 먼지낀 캐비넷만 가득한 창고가 되어있다.



재미있는 점은 학교 내에 회자되는 괴담은 진리관의 시우 외에 또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보다 흥미진진했던 것은 같은 진리관 2층에 동아리 방을 두고 사용하던 방송부에서 나왔던 괴담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실망스러운 법이다. 그것의 후속을 알리는 괴담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그것이 파란 머리의 그것의 괴담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방송부에서 퍼져나간 또다른 괴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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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지 오래지만 그곳에는 그 흉물스러운 것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

예술대학동에서도, 가장 커다란 본부동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 흉물스러운 건물은 본래의 목적은 학교였음이 분명하다. 그 비탈 길 위에 산업고를 지으려다가 뜻을 채 이루지 못하고 흉물스런 잔해만 남겨버린 건물은 늘 신입생들에게 회자되는 궁금증 중 하나였다.


방송부에 신입 부원으로 들어갔던 나와 동기들은 그해 그곳에 올라가보자는 선배들의 제안에 혹해서 간단히 승낙해버렸다.



사실 그 뜬금없는 체험에는 그럴듯한 준비는 아무것도 안되어 있었다.

그날 우리는 선배들 뒤에서 교내 방송을 틀어놓는 방법이나 노래를 선곡해서 간단한 멘트를 치는 방법을 배운 뒤였고, 저녁이 되어 간단히 고깃집에서 신입생으로서 선배들에게 술과 만찬을 얻어먹는 즐거움을 만끽한 채였다.

선배들은 코람데오라는 방송부 활동 목록에 간단한 흥미용 UCC용 영상을 만들고 싶어했고 깜짝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 뿐이었다.



저녁은 제법 땅거미가 깔리고 있었다.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 그 빛을 잃어가는 중이었으니 여자 동기들은 서두르는게 좋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나는 그 상황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고 마냥 즐거웠다.

이미 내부자로서 선배들과 함께 그 즐거운 연기에 가담한 신입생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나에게는 꽤 그럴듯한 임무도 있었다. 최대한 두려워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라는 것이었다.


여선배는 개중 가장 화질과 동영상 촬영이 훌륭했던 아이폰을 들고 촬영을 시작했고 당시 2G 폴더폰을 채 바꾸지 않고 있었던 방송부의 가장 큰 형은 앞장서서 걸었다. 

신입생들은 사이에 껴 같이 걸었다.

비탈길을 오르는 동안은 별 문제가 없었다. 시간은 8시가 조금 넘었고 가로등도 주홍 빛을 뿜으며 우리들의 앞길을 잘 밝혀주고 있었다. 우린 다같이 사각사각 돌부스러기 밟는 소리와 함께 그 비탈을 올라갔다.


신입생들은 앞장서서 걷는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부터 이어온 즐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초성 퀴즈같은 훈민정음 놀이 따위로 꺄르르 걸리며 따라올라갔다.



다같이 있는 모임에서 그런 경험을 해본적 있을까?
한창 신나게 떠들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을

경험해본 적 있을까?



서로 맞춘 것처럼 어느 순간 웃음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위기를 식혀놓은 것은 이어서 여학우들과 함께 뒤에서 따라 걸으며 우리를 촬영하고 있던 선배 탓이었다.



"누구야?"


여선배가 당황한 목소리에 우리는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뭐가?"


제일 앞장 서있던 형이 물었지만 여선배는 뭐라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채 우물쭈물대며 아무것도 아니라고했다. 나는 벌써 흥미진진했다. 제법 재밌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혀로 입술만 적시면서 안간힘을 쓰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았다.


나는 차마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척을 하지 못했다. 그다지 거짓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거니와 표정을 감추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내가 뭘 할 필요도 없이 녹화를 하고있던 선배의 잠깐의 헤프닝을 시작으로 같은 학과 친구들을 포함한 여자애들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버렸으니 그때 부터 조금 대화 주제가 우리가 향하는 목적지, 낡은 폐교에 맞춰지게 됐다.


누가 지었을까 부터 언제부터 지어져있었는지 떠들었다. 가장 방송부에 오래있었으며 나와 친했던 남연이 형도 신입생 때 부터 있었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렇게 학교에 대한 주제에 대해 계속 떠들던 중에 다시 모두를 멈칫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나 내려갈래."


녹화를 켜놓고 잘 따라오는 듯 싶었던 선배가 하는 말에 모두 냉기가 흘렀다. 갑자기 한명이 내려가겠다고 말하니 왜인지 이유라도 듣고 싶었했지만 선배는 핏기 잃은 얼굴로 조금 엉뚱한 소릴 할 뿐이었다.


"내가 이상한 건지 몰라도 다들 발자국 소리가 이상하단말이야."


남연이 형이 달래듯이 무슨 말이냐며 그 폐교 운동장까지만이라도 가보자고 말했지만 여선배는 그저 내려가고 싶다는 말만 반복 할 뿐이었다.


"내가 이상한 건지 몰라도..."


그저 막무가내로 같이 가자는 형의 말에 말끝을 흐리면서 겨우 내뱉은 것은 우리 모두에게 조금 큰 술렁임을 가져왔다.


"내 귀엔 발자국 소리가 자꾸 하나 더 난다고..."


선배의 말의 뜻은 그랬다.
그녀는 처음에 다들 떠드는 목소리에 별 상관없이 걸었는데 자꾸 그녀의 귓바퀴로 자갈밟는 소리가 한번씩 더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하자 계속 신경이 쓰여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난 내려갈래 이제 솔직히 무서워."


선배는 자신의 아이폰을 남연이 형에게 쥐어주고 여자애들과 함께 내려가버렸다. 결국 남자 방송부원들만 5명 남아 계속해서 올라갔지만 그전과 달리 많이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그래도 제법 잘 까부는 동기 성균이가 '아 사나이 깡다구가 있지 빨리 달려갔다 내려올까요?' 라고 말하더니 혼자서 달려 올라가는 바람에 다들 웃음기가 사라지진 않았다.

특히 난 뭔가 이상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혼자만 재밌을 뿐이었다.
성균이를 따라서 모두 뛰었다.

우리가 보는 폐교의 운동장은 쓰레기 천지였다. 우리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던 흔적이 그 곳에 고스란이 남아있었다. 폭죽, 과자봉지, 의외의 것은 고등학교 교과서였다.

왜 저런게있지 싶었지만 어쨌거나 사람이 왔다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에서 우린 더이상 겁에 질리지 않았다.


"뭐야 얼마나 많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길래 이렇게 쓰레기가 많냐?"

"별것도 아니었고만"


자신만만하게 떠들어대는 방송부원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맡았던 임무, 특히 이번 폐교 체험의 하일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남연이 형은 나와 준비했던 멘트를 부원들에게 떠들었다.


"야 우리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볼까?"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우리는 그 학교의 정문으로 들어갔다. 유리문은 멀쩡했고 복도 안쪽으로 들어와서 우리가 놀랐던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쥐 탓이었다. 성균이는 복도에서 들리는 소리 쪽으로 핸드폰의 후레시를 가져가 댄채 쥐라면서 펄쩍 뛰었고 덕분에 다들 놀랐다.


녀석이 말했던 것처럼 쥐가 정말 많았다.

복도 안에서 찍찍거리는 혐오스런 짐승을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긴장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바스락거리는 소리나 탁닥타닥 작은 생물체의 뜀박질 소리가 들리는 곳은 그 불쾌한 쥐들이 있었다.


앞장 서서 걷던 남연이 형은 교실하나를 콕집어 들어가보자고 제안했다.


"야 여기까지 왔는데 교실을 들어가봐야지."


나는 준비했던 내 핸드폰을 들어서 언제든지 버튼을 누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다같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제법 깔끔한 책상과 칠판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을 제대로 눈에 담기도 전에 나는 재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



사실 그것은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장난중에 가장 기초적인 장난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 가장 유명했던 공포영화의 BGM인 착신아리는 어디서나 쉽게 구해서 벨소리로 등록해둘 수 있었다. 선배들과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바로 결정적인 순간 내가 통화를 하여 그 음산한 소리를 울리게하는 것.


벨소리가 울리자 다들 혼비백산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벨소리가 착신아리가 아니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벨소리가 귓속에 울리자 신입생들은 혼비백산했다.

그리고 나 또한 무슨 일인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악!' 하고 큰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가는 남연이 형을 따라서 허겁지겁 교실을 빠져나왔다.


"누구야!!"


성균이가 교실에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제일 뒤에서 들렸다.


"이성균! 빨리나와!!!"


모든 상황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남연이 선배가 정문을 붙잡고 서서 크게 소리치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로 소리치는 모습을 언뜻 볼 수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 생긴건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채로 성균이를 놓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복도에서 멈칫거리다가 성균이가 주춤거리면서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 팔을 낚아 챈채 뛰었다.


다같이 정말 정신없이 달렸다.


올라갈 때는 제법 길었다고 생각되는 그 비탈을 방송부 전원이 정신없이 뛰어 내려왔다.


성균이는 입에서 묽은 침을 뱉어내면서 미슥거리는 속을 달래고 있었고 나는 겨우 그 비탈에서 내려와 우리 학교 근처에 가장 밝은 편의점에 닿아서 헉헉거리며 남연이 형과 선배들을 붙잡고 전혀 뜻모를 소리를 반복해서 뱉으며 징징거리 듯이 물었다.


"왜요! 대체 왜 그래요! 아니, 왜!"


땀이 나서 머릿속이 간지럽고 얼굴을 하얗게 질렸다. 벌레 물린 곳이 그제서야 가려워 온다. 남연이 형은 그제서야 조금 진정이 된다는 듯이 숨을 겨우 돌리면서 방송부원들에게 조용히 사정을 말했다.


일단 형은 멍한 표정으로 부원들을 둘러보면서 '모든게 준비된 공포 체험이었다고 말하면서 재밌게 끝내려 했었다.' 라는 말로 운을 뗐다. 내가 준비된 내부자였고 그 폐교에 올라가서 내가 형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 영화 착신아리의 배경음이 퍼지면서 도망가는 신입생들을 뒤로하고 박장대소하는 선배들의 준비된 프로그램의 모습이라했다.


"아니 본래는 그래야 했는데..."


남연이 형의 이어지는 말에 당황하고 분노하며 풀어지는 것 같았던 부원들의 표정이 다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형이 해주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벨이 울렸으나 정작 바꿔놓은 영화 착신아리 속 벨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귀에 익숙하지 않지만 그것은 국제전화가 올때나 들어볼 법한 다른 벨소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폴더폰을 열어본 남연이 형의 화면 속에서 제일먼저 보이는 것은 통화가 왔다는 표시등이 아니었다고 했다.


남연이 형이 말하길 자신의 핸드폰 속에는

『통화권을 이탈하여 신호를 수신할 수 없습니다.』

라는 표시만 떠있을 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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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교 동아리 동방의 파란머리의 마네킹 만큼은 아니어도
그 다음으로 유명한 내가 경험했던 그 시절 이야기였습니다.



재밌는 것은 통화에 벨은 울렸는데 모두 다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통화기록엔 당시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과 성균이가 교실에서 마지막까지 나오면서 봤다는 교실 창문의 고양이 3마리입니다.


그 당시에는 검은 머리가 3개 올라가 있는 것 같이 보였다고 하는데 나중에 생각해봤더니 자신이 불렀을 때 창문 너머로 주르륵 떨어지는 뒷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서 고양이들이 나란히 올라가 있었던게 아니었나 싶다네요.



UCC 계획은 기기 문제인지 중간부터 제대로 영상이 촬영되지도 못해서 제작해서 올리지도 못하고 폐기했습니다.


지금까지 무섭고 오싹하지만 지금까지도 친구들끼리는 두고두고 떠드는 그 시절 괴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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