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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금붕어
게시물ID : panic_100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보라면
추천 : 1
조회수 : 9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0/13 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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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 날도 10월의 늦가을에는 어울리지 않게 밖에는 사박사박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티 한 점 없이 깨끗하게 닦아놓은 유리창에게 화풀이 하듯 한 두 방울씩 내리는 비는 점차 거세지며 유리창을 때리기 시작했다.

 

창밖의 빗소리와 가게의 한 귀퉁이에 달아놓은 벽걸이 TV에서는 6시 뉴스의 아나운서가 마치 로봇처럼 일정한 톤으로 뉴스 내용을 읊어대고 있었다.

 

"경기도의 한 야산에서 또 다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 쪽에서는 연쇄살인에 초점을 두고.."

 

"세상이 이 지경이니 요즘에 손님이 없지."

 

25살 어리다면 어린나이에 작은 수족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은 살짝 표정을 찡그리며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껐다.

 

뉴스에서는 지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소문은 퍼질 대로 퍼져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연달아 3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이현의 가게에도 손님이 점차 뜸해지기 시작했다.

 

작은 수족관이지만 이현의 붙임성 있는 성격 탓에 먹고살기에는 그다지 부족함은 없었지만 연이은 살인사건 때문 이였을까 이현의 가게에 들리는 손님도 어느샌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가게를 한 바퀴 빙 돌은 이현은 작은 진열용 수조에서 헤엄치고 있는 금붕어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너네는 아무 걱정도 없어서 좋겠다.."

 

금붕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 뒤 가게의 셔터를 내리기 위해 이현은 밖으로 나와 어둠이 깔려 을씨년스러운 거리를 내다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래도 내일은 손님들이 좀 오겠지'

 

이현은 입에 물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뒤 연기를 폐에 머금고 내뱉으며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요.. 저기요!"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담배를 태우고 있던 이현은 어느 샌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들 옆으로 돌렸다.

 

"네 네?!"

"이제야 봐주시네요?"

 

당황해하는 이현의 옆에는 작은 체구에 비에 살짝 젖은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여성이 서있었다.

 

"엇 죄송합니다! 멍때리느라 옆에 계신 줄도 몰랐어요."

"아직 영업하시나요?"

"손님이 없어서 닫을라 고는 했었는데 한번 둘러보시겠어요?"

"!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여성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이현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현은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뒤 자신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처음 동물원에 간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가게 안을 돌아다니는 여성에게 이현은 말을 건넸다

 

"녹차 한잔 타드릴까요?"

"! 감사합니다."

 

이현은 녹차 티백을 넣은 작은 머그컵에 뜨거운 물을 담아 여성에게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머그컵을 받아든 여자는 컵에 담긴 녹차를 홀짝이며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저기 세 번째 수조에 있는 물고기는 키우기 쉽나요?"

 

여성은 손으로 온 몸이 빨간 비늘로 덮여있는 물고기가 있는 수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현은 그런 여성은 보고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저 물고기는 레드베타라고 하는 열대어인데 사육은 쉽지만 상대를 종종 공격하기 때문에 합사는 어려운 물고기에요."

"어째서요?"

"..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제 생각으로는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아닐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공간에 마치 나 외에 다른 사람은 들어오면 안 된다.. 이런 의미?"

"그럼 저 이걸로 할게요."

 

이현의 설명은 들은 여성은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이현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여기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현은 곧이어 수조로 다가간 뒤 물고기를 망으로 조심스럽게 꺼낸 뒤 물을 담은 투명한 봉지에 물고기를 담으며 앉아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잡티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에 오뚝한 높은 코 조금 더 과장하자면 음악뱅크에 나오는 아이돌이랑 세워놓아도 견줄만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이현은 물고기를 건넸다.

 

"가격은 만 오천원입니다. 현금으로 하시겠어요. 카드로 하시겠어요?"

"현금으로 계산할게요."

 

그녀는 자신의 핸드백에서 분홍색의 지갑을 꺼낸 뒤 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다섯장을 꺼내 이현에게 건넸다.

 

", 감사합니다. 혹시 사육하면서 문제가 생기거나 더 필요한 게 있으시면 가게로 전화주세요. 신속하게 처리해 드릴게요."

 

가게를 영업하면서 터득한 사람 좋은 미소를 보내며 얘기하는 이현에게 여성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가게를 나섰다.

 

잠시나마 활기를 띄었던 가게는 여성이 나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든 꽃처럼 옅은 물비린내만이 나고있는 조용한 가게로 단숨에 바뀌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한 시간만 더 가게를 열기로 한 이현은 리모컨을 들어 꺼놨던 티비를 다시 틀었다.

 

티비에서는 아까 방영하고 있던 6시 뉴스가 끝난 뒤 으스스한 느낌의 시사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티비에서는 깔끔히 다려진 양복을 입은 차가운 느낌의 진행자가 무거운 톤의 목소리로 자신의 동네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에 대해서 이야기 중이였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과 증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심각한 표정과 목소리로 얘기하는 프로그램 진행자를 보며 이현은 어느새 티비 프로에 몰입하며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범행 수법이 매우 과감하지만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는 범인에 대하여 진행자는 마치 21세기에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단는 입장을 내보이며 하루빨리 범인이 잡히길 바란다는 늬앙스였다.

 

티비프로가 끝나며 아웃트로 음악과 함께 이현의 머릿속에 잊고 싶던 기억이 하나 스쳐지나갔다.

 

"너 같은 애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반사회적 인격 장애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사이코패스라고 말해. 그러니까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는 성격인거야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같이 있으면 소름이 끼치니까."

 

이현의 생각은 자신의 손에 든 담뱃재가 손등에 떨어지면서 끝이 났다.

 

"아 뜨거!"

 

정신을 차린 이현은 곧 이어 여성이 두고 간 만 오천을 계산대에 넣으며 가게의 불을 끄기 시작했다.

 

수조를 비추는 조명을 하나씩 끄며 이현은 열대어의 명칭을 불렀다.

 

"구피, 슬레트 테일, 산타마리아.. 너네도 내일은 꼭 주인을 찾아서 갔으면 좋겠다. 그치?"

 

물고기들은 그런 이현의 말을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수조안을 헤엄칠 뿐이었다.

 

가게의 불을 다 끄고 나자 가게 안은 짙은 어둠만을 채우고 있었다

 

간간히 여과기의 물소리가  들리는 가게를 바라보며 이현은 어딘가 모를 이질감을 느끼며 가게의 셔터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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