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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K의 눈에만 보였던 것 3.
게시물ID : panic_1011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이지않는세계
추천 : 2
조회수 : 11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03 18: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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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


여자 친구와 함께 휴가를 보내기 위해 부산으로 가고 있었어요.


“오빠.”

“응?”

“아까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뭐?”


조수석에 가만히 앉아있던 여자 친구가 제게 물었어요.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남의 차 안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어!?”

“차? 아~ 그거…!”

“뭔데? 뭐 하고 있었어?”

“그게… 있잖아…”


여자 친구는 쉬이 말을 잇지 못하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얘기했어요.


“오빠, 너 또 뭐 봤지?”

“어!? 어.”


그 당시에 만났던 여자 친구는 제가 아주 가끔 귀신을 본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이번엔 또 뭐야? 응?”

“그게 말이야… 보기는 본 것 같은데…”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여자 친구에게


“잘 모르겠어.”

“뭐?”


저는 분명한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어요.


·

·

·


“야아~ 아… 그러게 준비 좀 미리미리 해놓으라니깐!”


[오빠, 진짜 미안해~ 딱 10분만 더 기다려줘. 내가 금방 준비하고 내려갈게요~]


그게 30분째였어요.

곧 내려오겠다던 여자 친구가 30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길래 전화를 해봤더니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무려 10분을 더 기다려달라고 그러더라고요.


“하아… 진짜…!”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깊은 빡침에


“뭐야― 에어컨 고장났어!? 차 안이 왜 이렇게 더워!”


제가 애먼 에어컨만 두들겨 패고 있을 때,

아파트 주차장으로 고급 외제 차 한 대가 들어오더라고요.


“우와… 마세라티다!”


그 차가 그 당시에 저희 지역에서는 정말로 쉽게 볼 수 없었던 차여서

진짜 감탄을 하면서 넋을 놓고 보고 있었는데 그 차가 딱 제 차의 맞은편에 서더라고요.

그런데


‘삐빅-’


“응?”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50대의 아주머니는 차 문을 잠그더니

그대로 아파트 입구를 향해 가시더라고요.


“뭐야? 저 아줌마…”


그 차 안에는 아직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타고 계셨어요.


“와… 에어컨을 최고로 높여도 이렇게 더운데…

 잠깐이라고는 해도 이 날씨에 할아버지랑 할머니를 차에다 두고 시동을 끈다고!?

 진짜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더니… 아주 징허다. 징혀.”


‘따르르~ 따르르르릉~’


“어~ 자기야.”


여자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도 정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두 눈은 맞은편 차 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딱 고정이 되어있었어요.


[오빠야~ 나 짐이 너무 많아서 그러는데 오빠가 우리…]


“어? 저… 저 할머니가 지금 뭐 하는 거야―?”


[뭐? 할머니!? 오빠, 무슨 일…]


저는 제 차에서 다급히 내려 맞은편의 차로 빠르게 뛰어갔어요.

그러고 나서 차 문 손잡이를 꽉 잡고 문을 확 열려는 순간,

방금 전까지 분명히 차 안에 계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갑자기 제 눈에 안보이는 거에요.


“뭐… 뭐야?”


깜짝 놀란 제가 창문에 양손을 갖다 대고 차 안을 들여다 봤는데도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뭐지? 귀신이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보였던 적은 없었는데…!”


그렇게 난생 처음 겪은 일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는데


“야― K!!!”


여자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죠.


“어?”


고개를 돌린 곳에는 큼지막한 여행용 가방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겹게 낑낑대고 있는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자기야, 겨우 2박 3일인데… 무슨 짐이 그렇게 많아?”


제가 눈치도 없이 물어보자


“뭐라고? 내가 누구 때문에… 누구 좋으라고 내가 이 많은 짐을 챙겼는데…”


여자 친구는 세상 섭섭하다는 얼굴로 얘기했어요.


“아니, 내 말은~ 자기 짐이 이렇게나 많았으면… 당연히 날 불렀어야지!”

“씨… 그래서 내가 방금 전화로 오빠한테 엘리베이터 앞까지만 와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여자 친구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아…! 자기야, 미안. 내가 뭘 좀 확인하느라고.”

“여기서 뭘 확인해― 너, 미워! 나 오빠랑 같이 부산 안 갈 거야!!!”


저는 여자 친구에게서 가방을 빼앗아 얼른 차 트렁크에 실었어요.


“내 가방 내놔― 나 안 갈 거라고!”


그러고 나서 씩씩대고 있는 여자 친구를 살살 어르고 달래서 어렵사리 겨우 차에 태우고는

그렇게 부산으로 향했죠.


·

·

·


“대박! 그거 수호령… 아니었을까?”

“응? 수호령!?”


저희의 대화는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이어졌어요.


“오빠가 봤던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그 아줌마네 돌아가신 부모님인데…

 그분들이 홀로 남겨진 하나뿐인 딸이 너무 걱정이 되니깐 저승으로도 편히 못가고 이승에 남아서

 자기 딸을 지켜주려고 수호령이 된 게 아닐까?”

“흐음… 수호령이라…”

“아니 왜~ 이미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자기 후손들 지키려고 영적 세계에서 영력을 쌓아서

 수호령이 된다고 그러잖아!?”

“그래, 맞아. 그건 맞는데…”

“근데?”


저는 제가 봤던 장면들을 끝에서부터 처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되감으면서 얘기했어요.


“뒷좌석 중간에 앉아있던 그 할머니가… 계속 째려보고 있었어.”

“뭐? 누굴 째려봐? 오빠를!?”

“아니, 그 아줌마를.”

“헐! 왜?”

“글쎄다…”


저는 여자 친구에게 잘 모르겠다라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어요.


“뭔가… 되게 좀 이상하긴 하다. 그치!?”

“응.”

“뭐지? 뭘까? 할머니가 왜 자기 딸을…?”


저희의 대화는 식사와 함께 그렇게 마무리가 됐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여자 친구는 조수석에 앉아계셨던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어요.


저희는 부산에서 꿈만 같던 2박 3일의 휴가를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렇게 이 이야기가 제 기억의 하층부에 묻혀 점점 잊혀져 갈 때쯤…


·

·

·


[오빠, 이거 완전 대박이야! 진짜 대박!!!]


“ㅋㅋㅋㅋ 뭐가 또 대박이야?”


데이트 후에 저는 여자 친구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그때 오빠가 봤던 거 있잖아.]


“응? 내가 봤던 거…?”


[아니 왜~ 우리 부산 가기 전에 오빠가 나 기다리다가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 아! 그 할아버지랑 할머니 귀신!?”


[어, 맞아! 그거! 그거!!!]


깊숙한 곳에 묻혀져 있던 그때의 장면들이 하나 둘 다시 제 기억의 상층부로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그 얘기는 왜…?”


[우리 엄마가 오늘 아파트 반상회에 갔다가 동장 아줌마한테 들은 얘긴데…

 그 외제 차 주인아줌마가 어젯밤에 경찰에 잡혀갔대.]


“뭐? 왜?”


[이게 아직은 확실한 게 아니라… 오빠한테까지 얘기하기는 조금 그런데…]


“야, 뭐야? 얘기해봐.”


[아니, 엄마가 소문나면 안좋으니깐 절대로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자기야~ 뭔데? 응? 어서 말해봐~”


[아하… 진짜 안되는데… 아이… 씨… 그럼, 꼭 오빠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해.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얘기하면 안돼! 알았지!?]


“응, 절대로! 나 입 무거운 거 자기가 더 잘 알잖아~

 듣는 그 즉시 내 머릿속에서 싹 다 지워버릴게!”


저는 망설이고 있는 여자 친구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조금은 과장된 어조로 얘기했어요.


[그 아줌마가 글쎄… 자기 엄마를 죽였대.]


“뭐?”


순간 제 눈앞에 그날의 광경이 펼쳐졌어요.


[그 아줌마가 도박에 완전히 미쳐서 도박 빚이 진짜 엄청나게 많았는데…

 여기저기서 돈 달라고 괴롭히고 시달리니깐… 그거 갚으려고 자기 엄마를 죽였대.]


“남은 유산이랑 사망 보험금 받아서… 그걸로 빚 갚는다고!?”


[응, 그랬다나 봐.]


“와… 씨… 세상에… 그 아줌마 진짜 사람도 아니네.

 아니… 어떻게 돈 때문에 자기 엄마를 죽여!?”


[그러니깐 말이야. 그래서 그날 그때 오빠 눈에 그런 게 보였었나 봐.

 오빠가 그랬잖아. 할머니가 그 아줌마를 아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고!]


“아…! 그래, 맞아. 그때…”


[그 할머니가 너무 억울해서 저승으로도 못가고 그렇게 거기에 계셨나 봐. 불쌍하다. 그치!?]


“자기야, 근데 그때 또 있잖아…”


[응? 오빠, 잠깐만.]


전 수화기 너머의 여자 친구를 기다리면서 제가 봤던 마지막 장면을 다시금 떠올렸어요.


[오빠, 정말 미안한데~ 엄마가 지금 뭘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 내가 조금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어, 그래. 알았어.”


[운전 조심해서 하고~잉]


“응~ 알겠어.”


그렇게 여자 친구와의 통화를 마치고 저는 그날 그때 제가 봤던 마지막 장면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들어 옛 직장에서 제 부사수로 있었던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

·

·


[아이고~ 형님, 제가 먼저 우리 형님한테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최기자, 잘 지내지~?”


[그럼요~ 형님 덕분에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형님은 책 준비하시는 거… 순조로우시죠?]


“어. 지금까지는 스무스하게 잘 넘어가고 있어.”


[다행이네요. 크으~ 역시 우리 형님은…]


“최기자, 나 뭐 하나만 확인해줄 수 있어?”


[예? 확인이요!? 뭘…]


“OO아파트 관할 경찰서 사건… 최기자네 팀 담당이지!?”


[예? OO아파트… 요!?]


“어. 어젯밤에 경찰이 그 아파트에서 50대 여성 한 명을 긴급 체포했다고 그러던데.

 살인 사건 용의자로.”


[헐! 형님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 사건 경찰에서 엠바고 걸어논 건데…?!]


“뭐… 엠바고!? 왜?”


일정 시간까지 언론 보도를 유보하는 엠바고가 걸려있다는 건

이 사건에 민감한 사항들이 꽤나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였어요.


[그게요. 지금 저희 팀에서도 저희가 직접 획득한 정보를 갖고 이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는데요…

 아! 형님, 이건 제가 형님이니깐 그냥 믿고 말씀드리는 거에요. 아시죠!?]


“어, 알지. 나 믿어도 돼. 나 입 무거운 거 최기자가 더 잘 알잖아~

 듣는 그 즉시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싹 다 지워버릴게!”


[형님, 이 아줌마 A가 도박 빚 때문에 엄마 B를 살해했는데… 이게 좀 꼬여있어요.]


“꼬여있다고? 뭐가?”


[B가 A의 친모가 아니라 계모였는데…

 결혼식도 안하고 달랑 혼인신고만 한 B가 A의 아버지 C가 돌아가신 후에

 상당한 재력가였던 C의 유산을 C가 남긴 유언장 하나로 거의 전부 다 혼자서 꿀꺽했어요.]


“아~ 그래서 A는 B에게 찾아가서 내가 지금 상황이 급박하니 우리 아버지 돈 내놔라 했을 거고,

 B는 절대로 그렇게는 못하겠으니깐 법대로 하자고 했겠네!?”


[예, 얼추 맞아요.]


“근데, 여기에 엠바고가 걸려있다고?”


[예.]


이런 특이점이 없는 사건에 엠바고라니… 도통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형님, 스케이트 선수 김XX 알죠?]


“김XX? 야, 당연히 알지~ 우리나라에서 김XX 선수 모르는 사람도 있냐!?

 자랑스런 우리나라 스케이트계의 전설인데?!”


[그 자랑스런 전설의 스케이트 선수 김XX이 도박 중독자 랍디다.]


“뭐? 김XX이 도박 중독!?

 야, 뭐… 뭐야… 그럼 혹시 아줌마 A의 도박 빚이?!”


[A는 도박에 도자도 모르더래요.]


“와… 씨… 그럼, A는 김XX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려고 자신의 엄마…

 아니, 계모 B를 죽였다는 거네!?”


[예, 그렇죠.]


“와… 이거 진짜 악질이네. 구린내도 엄청 심하게 나고.”


[형님 생각에도 이 뒤에 뭔가 있는 것 같죠?]


“어. 상당히 쎈 느낌이 오는데! 그래서, 이거 팔거야?”


[예, 한 번 건드려는 볼껀데…

 그 줄기 끝에서 뭐가 튀어나오든지 간에 형님께는 제가 조언 꼭 구할게요.]


“그래, 알았다. 고생해라.”


[옛썰―!]


“그럼, 부디 몸조심하고! 이만 끊는…”


[아! 형님, 잠깐만요.]


“왜?”


[진짜 중요한 게 하나 빠졌네요.]


“응? 중요한 거?”


[저희 팀이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3년 전, 아줌마 A가 계모 B를 아버지 C에 대한 살인 혐의로 검찰에 직접 고발한 적이 있더라고요.]


“살인… 혐의!?”


[예. 물론, 그때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가 되긴 했는데…

 저희가 최근에 접촉하고 있는 제보자가 이 사건에 대해 꽤나 신빙성 있는 정보를 가지고…]


“최기자, 혹시… 그 할아버지 어떻게 죽었어?”


[예? 할아버지요? 아! A의 아버지 C… 말씀하시는 거죠!?]


“어. 그 할아버지.”


[그 양반이 수사 보고서 상으로는 자택 뒤편에 있는 산에서 목을 매달아서 자살한 걸로 돼있는데요.]


“목… 목이… 졸려서…?!”


그날 그때 맞은편의 제 차에서 제가 봤던 그 마지막 장면은…


[아니요. 목이 졸려서 죽은 게 아니고, 자기 스스로 나무에다가 목을 매달아서… 어? 어라?

 C는 분명 굵은 밧줄로 목을 매달았다고 했는데… 목에 이런 상처들이 생길 수가 있나!?]


차 뒷좌석의 할머니가 노끈으로 칭칭 감긴 할아버지의 목을 꽉 조르고 있는 장면이었어요.


[형님, 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지금 형님 계신 곳으로 바로 갈게요. 우리 만나요!

 형님? 형님? 형님?]


사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 순간에 무척이나 괴로워하셨던 할아버지의 얼굴과 마귀처럼 표독스러웠던 그 할머니의 얼굴이…!


출처 https://mela0408.posty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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