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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여자 면도사들
게시물ID : panic_1014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oodGuys처키
추천 : 17
조회수 : 46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5/20 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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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상을 강력반에 몸담았던 최중락 전 총경은 90년 서울청 강력과장으로 퇴임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대형사건을 수사해온 인물이다. 그동안 다룬 사체만 해도 2700여 구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 사건 중에는 물론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으며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것도 많지만 반대로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엽기적인 사건들도 상당수다. 이번에 최 전 총경이 담당했던 여러 사건들 가운데서도 특별히 전하는 수사백서는 ‘여자 면도사’에 얽힌 사건 두 가지다.
인과응보
 
1950년대 초부터 서울 변두리의 한 이발소에서 면도사로 일하고 있던 김순옥 씨(가명·34)는 주변에서 소문난 또순이였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어린 동생들과 억척스럽게 살아오던 그녀는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학업도 포기하고 여자 면도사의 길을 택했다.
별난 손님들을 상대하며 겪어야 하는 온갖 수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빨리 돈을 벌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일까. 그녀에게 선뜻 얼굴을 내맡기는 단골손님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그러던 1959년의 어느 날 앞만 보고 달려온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발소 단골손님이었던 장만호 씨(가명·36)였다. 다음은 최 전 총경의 얘기.
“훤칠한 외모의 장만호는 여느 짓궂은 손님들과 달리 젠틀하고 따뜻한 남자였다. 동생들을 부양하고 생계를 책임지느라 20대 후반이 되도록 연애 한번 해보지 못했던 김 씨에게 장 씨는 수호천사나 다름없었다. 장 씨는 이발소가 쉬는 날이면 김 씨를 데리고 소풍을 가기도 하는 등 김 씨에게 애정을 쏟았다. 고된 일상에 지쳐있던 김 씨는 그의 인품과 자상한 태도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손님과 면도사의 관계로 시작한 두 사람은 얼마 후 결혼을 전제로 동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애초 약속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도 장 씨는 김 씨에게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김 씨가 결혼식을 올리자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장 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결혼식을 차일피일 미룰 뿐이었다. 그리고 장 씨는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지금 하는 일이 잘 되어야 하는데 돈이 좀 필요하다”며 사업자금을 요구했다. 김 씨는 장 씨의 사업이 잘 되면 결혼식도 올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10년 동안 면도사 생활을 하면서 모아두었던 돈을 몽땅 장 씨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 이후로 장 씨는 점점 김 씨에게서 멀어져갔다. 장 씨는 사업핑계를 대며 외박을 하는 일이 잦아졌으며 얼마 후부터는 아예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김 씨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끝까지 장 씨를 믿었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김 씨의 착각에 불과했다. 다음은 최 전 총경의 얘기.
“어느날 한 여자가 김 씨의 집에 쳐들어왔다. 그녀는 다짜고짜 김 씨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남의 남편 빼앗은 나쁜 X’이라며 욕설을 해대기 시작했다. 여자는 ‘간통으로 고소하겠다’며 소리를 지르며 살림을 모조리 때려 부수는 등 행패를 부렸다. 결국 동네 주민들의 신고로 두 여자는 경찰서로 끌려왔다. 마침 당직을 서고 있던 나는 두 여자를 앉혀놓고 자초지종을 들었다. 조사과정에서 장만호는 총각이 아니라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충격을 받은 김 씨는 장만호와 헤어지겠다고 했으며 폭행가해자인 장만호 부인의 처벌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결국 김 씨는 총각이라고 속이고 접근한 장 씨에게 속아 모든 것을 잃어버린 셈이었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김 씨는 망연자실한 채 자살까지 생각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털어버린 채 태평로의 다른 이발소에 취직, 힘겨운 면도사 생활을 계속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965년의 어느날이었다. 면도를 하기 위해 누워있는 손님의 얼굴을 보던 김 씨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다음은 최 전 총경의 얘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자신 앞에 누워있는 손님은 6년 전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버린 장만호였던 것이다. 김 씨의 마음이 어땠겠는가. ‘이 놈이 내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나. 처음 장만호와 만나던 순간부터 신혼의 단꿈에 젖어 함께 살던 일, 사업자금을 핑계로 전 재산을 가져간 일, 그의 부인이 들이닥쳐 행패를 부리던 그 모습까지…. 장만호와 관련된 아픈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복수심에 면도날을 들고 있는 김 씨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편 뭔가 이상한 기분에 살짝 눈을 뜬 장 씨는 얼굴이 김 씨와 눈이 마주치자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6년 전 자신에게 속아 순정을 짓밟힌 김 씨가 날이 퍼렇게 선 면도칼을 들고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으니….
김 씨는 한맺힌 눈으로 장 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를 리 없던 장 씨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장 씨는 ‘사람 살려!’를 외치며 러닝셔츠 바람으로 이발소를 뛰쳐나갔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장 씨는 때마침 태평로의 골목길을 지나가던 트럭에 치여 즉사하고 말았다. 이어지는 최 전 총경의 얘기.
“이 소식을 들은 장만호의 가족들은 경찰서로 와서 김 씨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범이라며 아우성을 쳤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또 내가 당직을 서고 있었다. 6년 전 그녀의 일을 기억하고 있던 나는 김 씨가 억울한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온갖 수소문을 하며 목격자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당시 이발소에 있었던 사람들 중 장만호가 이발소를 뛰쳐나가기까지의 상황을 본 사람을 찾아낼 수 있었다. 현장을 목격한 한 손님은 ‘머리 물기를 닦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손님이 앉아있는 의자가 흔들려서 보니 면도사와 남자손님이 서로 일절 말도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면도사가 마치 수전증에 걸린 것처럼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남자손님도 온몸을 벌벌 떨고 있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남자가 사람 살리라고 소리를 치며 뛰쳐나갔다’고 진술했다.”
결국 김 씨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 사건에 대해 최 전 총경은 담담히 말했다. “인과응보 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던 사건이었다. 만일 장만호가 트럭에 치여 죽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벼락에 맞아 죽지 않았을까.”
                                                       
 
‘마지막’ 사진
 
80년대 초에는 손님을 상대로 음란한 서비스를 해주는 일명 퇴폐 이발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시기였다. 1982년 11월 말 서울 송파구의 한 이발소에는 이정희(가명·24)라는 미모의 여자 면도사가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 면도사가 요염한 서비스를 해준다는 소문에 많은 남성들이 이곳을 찾았고 박상익(가명·42)도 그중 한 명이었다. 박 씨는 이후 이 이발소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면도사 이 씨와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다음은 최 전 총경의 얘기.
“보일러 배관공이었던 박상익은 유난히 사진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틈나는 대로 취미삼아 사진을 찍어온 인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박 씨는 우연히 ‘죽어가는 닭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그의 사진은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작품은 사진 공모전에 당당히 입상하는 행운을 안게 된다. 예술적 기질이 다분했던 박상익은 그 후 수 차례 입상했고 갈수록 사진에 빠져들었다. 더 좋은 작품을 찍기 위해 박 씨는 남들이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던 소재들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러던 중 박 씨는 틈틈이 이 씨에게 ‘너는 몸매가 이쁘니까 내가 누드모델로 출세시켜 주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본업은 보일러 배관공이었지만 엄연한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던 박 씨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손님과 면도사의 관계를 넘어 불륜관계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언제나 아슬아슬했다. 가정이 있었던 박 씨로서는 날로 집착이 심해지는 이 씨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또 언제 이 씨가 자신들의 불륜사실을 폭로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82년 12월 중순, 박 씨는 이 씨에게 시흥의 한 야산으로 놀러가자고 제안한다. 아무도 없는 산속을 배경으로 누드사진을 촬영하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이고 덩달아 이 씨도 누드모델로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결국 두 사람은 호암산 중턱으로 향했다. 그리고 박 씨는 겨울산을 배경으로 이 씨의 누드를 촬영하려 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 속에 누드촬영을 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은 최 전 총경의 얘기.
“이 씨가 감기에 걸려 계속 재채기를 하자 박상익은 캡슐에 든 독극물을 감기약으로 속여 이 씨에게 먹였다. 박상익이 독극물을 준비한 것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평소 기가 막힌 사진 소재를 발굴하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던 그는 참으로 섬뜩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사진에 광적으로 빠져있던 그는 누드사진을 찍는 것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박상익은 과거 죽어가는 닭의 모습을 찍어 사진전에서 입상한 인물이었다. 언젠가부터 박상익은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찍어봐야겠다는 망상을 하기에 이른다. 또 이 씨가 결혼을 종용하며 불륜사실을 폭로할까봐 안절부절못하던 차에 이 씨를 그 작품의 모델로 사용한다면 일석이조라는 생각을 하고 만다.”
아무것도 모른 채 독극물을 감기약으로 알고 먹은 이 씨는 이내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박 씨는 천천히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음식물을 토해내는 이 씨를 향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온몸으로 독이 퍼지자 이 씨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 씨를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박 씨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번졌고 이 씨가 고통 속에 죽어가는 모습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더욱 빠르게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이 씨는 야산 중턱에서 전라상태로 발견된다. 다음은 최 전 총경의 얘기.
“발견 당시 이 씨의 사체는 낙엽에 덮인 채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구토의 자국이 있었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죽어간 흔적들이 역력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중독사였다. 당시 수사팀은 이 씨가 면도사였다는 사실에 주목, 그의 주변 인물들을 하나하나 훑어나갔다. 그리고 이내 이 씨가 단골손님이었던 박상익의 사진모델을 해준다며 나갔다가 소식이 끊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든 정황을 잡고 수사팀은 박상익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사건 당일 죽어가는 이 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필름이 발견된 것이었다. 이 씨가 숨을 헐떡거리며 나뒹구는 장면에서부터 온몸을 떨며 전율하는 모습, 그리고 숨이 끊어지기까지 미세한 표정의 변화가 생생히 찍혀 있었는데 사진은 무려 스물한 장이나 되었다.”
이 사건은 수사과정부터 범인검거에 이르기까지 밝히기 어려운 뒷얘기들이 많다. 그리고 수사도중 사건의 ‘진실’이 묻혀질 뻔한 아슬아슬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박 씨의 집에서 찾아낸 사진에 대해 박 씨는 처음엔 ‘사진만 찍고 헤어져서 그 후는 모른다’고 주장했다고 잡아뗐다. 실제로 사진 속 여인이 죽은 것인지 아니면 연출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작업도 녹록지 않았다는 것이 최 전 총경의 회고다.
나중에 박 씨는 “이 씨가 부인과 빨리 이혼하고 자기와 결혼하자고 자꾸 독촉하는 바람에 살해했다”고 진술했지만 ‘사진광’이었던 그를 철저히 분석한 수사팀은 계속 추궁했고 결국 그는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찍고 싶었다”고 실토했다.
다음은 최 전 총경과 함께 수사를 했던 관계자의 얘기다. “사진에 실린 리얼한 장면보다 나를 더욱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것은 눈 뜨고 보기 힘든 상황을 앞에 두고 셔터를 눌러댔을 박상익의 행동이었다.”
이수향 기자 [email protected]
‘마지막 사진’ 사건은 1997년 8월 5일 mbc 경찰청 사람들 199회 '죽음의 미학' 편으로 재연 방영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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