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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냥의 계절
게시물ID : panic_1015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1
조회수 : 107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6/19 1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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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계절



마을 주민의 안내로 돼지우리에 도착한 사냥꾼은

폭력과 광기 가득한 도륙의 현장과 마주쳤습니다.

갈갈이 찢겨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돼지들의 사체…

늑대의 소행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냥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숲으로 길게 이어진 핏자국을 발견한 사냥꾼은

분노한 마을 주민들을 이끌고 숲으로 향했습니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숲에는

역한 냄새가 곳곳에서 풍겼고

죽음처럼 고요한 적막은

숲을 방문한 자들에게는 무언의 경고와도 같았습니다.

사냥꾼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빠른 속도로 늑대들의 흔적을 쫓았고

뒤처진 마을 주민들은 결국

사냥꾼을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난 핏자국을 따라간 마을의 주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굴과 마주쳤습니다.

늑대굴 주변에 널린 짐승들의 뼈와

뼈에 남은 살점들이 부패하며 풍기는 역한 냄새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도는 혼미한 파리떼…

그 음산하기 그지없는 풍경에

마을 주민들은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때

굴 안에서 들려오는 낮고 위협적인 소리…

늑대 한 무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굴 밖으로 뛰쳐나왔고

늑대들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마을 주민들은 제대로 맞서 싸워보지도 못한 채

혼비백산하여 도망쳤습니다.

잠시 후

굴 밖의 소란이 잠잠해지자

늑대 한 마리가 굴 밖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늙고 지쳐 보이는 암컷 늑대는

마을 주민들을 쫓아 나선 자식들이 행여라도 다치지는 않을까

초조한 마음으로 숲에서 들려오는

마을 주민들의 비명에 귀 기울이며

자식들이 한시라도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때

수풀 사이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 늑대는

자신을 향해 활을 겨눈 사냥꾼을 발견했습니다.

사냥꾼의 목에 난 상처를 본 늑대는

오래전

숲에서 마주친 한 소년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자신을 향해 활을 겨누던

앳된 얼굴의 소년을 발견한 늑대는

소년에게 달려들어 소년의 목을 물어뜯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이 만삭인 늑대의 배를 걷어차자

늑대는 소년의 목에서 이빨을 거뒀고

그 틈을 타

소년은 낭떠러지 아래 강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소년은

사냥꾼이 되어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늑대의 주변을 서성이는 새끼 늑대들 때문에

늑대에게 접근하기 힘들었던 사냥꾼은

마을의 돼지들을 죽이고

분노한 마을 주민들을 미끼로 이용해

늑대와 단둘이 남을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목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늑대에게 복수하기 위해…

얼마 후

마을 주민들을 숲에서 내쫓고 돌아온 늑대들은

몸에서 뜯겨 나간 어미의 머리가

파리떼와 함께 바닥에서 뒹구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의 소행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냥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222001367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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