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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비약적인 발전은 모든 것의 지름길
게시물ID : panic_1015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의갯수만큼
추천 : 2
조회수 : 7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6/20 12:33:45
스물 일곱 청년 송의조는 몇년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를 만나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이렇게 성공할 만큼 재능있는 애가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첫 출간을 하자마자 베스트셀러를 냈다고?



속으로 송의조는 의아함을 품은 채,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감성주점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혼자 오셨나요?"



"아니요. 일행 있어요."



주점 안으로 들어온 송의조는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곧바로, 구석 자리에 앉아 홀로 안주를 시켜놓은 채 앉아있는 친구의모습이 보였다.



"야! 진짜 오랜만이지?"



송의조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친구는 함박 웃음으로 맞이했다.



청년은 친구를 보자마자 휘둥그레진 눈을 숨길 수 없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옷 한벌로 한 계절을 보내고, 부모님한테용돈받으며 궁핍하게 살았던 놈이, 지금 자신 앞에선 떼깔 자체가 달라져 있는 것이 아닌가? 



"어? 어. 반갑다 야. 얼마만이냐 도대체?"



당황하지 않은 척 하며, 송의조가 자리에 앉아 인사를 나눴다.



"안주는 방금 막 나온거야. 너 후라이드 치킨 진짜 엄청 좋아하잖아! 얼른 먹어라. 화채도 시킬까?"



예전엔 보지 못했던 씀씀이가, 안그래도 얼떨떨한 송의조를 더욱이 적응하지 못하게 했다.



"아,아니야 됐어. 차차 시키지 뭐. 그것보다도 너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지냈길래 1년 반이 넘게 얼굴 한번을 못 보냐?"



송의조의 말에, 친구는 웃으며 답했다.



"일년 반이나 못 봤었단 말이야? 진짜 그건 몰랐네. 하하! 뭐 아무튼, 이렇게 잘 돼서 너도 다시 만나게 되고 나는 좋다."



묻고싶은 말이 많은 송의조는, 말이 끝나자마자 연이어 대화를 이었다.



"야야! 너 그동안 어떻게 지냈던거야? 어디 틀어박혀서 글만 썼어? 예전에만 해도 너 나한텐 글쓰는 거에 소질 없는거 같다고 지금이라도 그만 두고 공무원 준비나 할까 하고 물어보고 그랬잖아.  그랬던 놈이 이렇게 한 순간에 베스트셀러작가가 됐다니. 진짜 세상 일 모르겠다. 뭐, 그만큼 너가 피땀흘려 노력한 거겠지만."



송의조의 말을 듣는 친구의 얼굴이 어딘가 오묘했다. 마치, 숨겨둔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맞지. 예전, 아니 불과 석달전만 해도 글쓰는 거 포기할까 했어 나. 돈도 못 벌고 이 나이 먹고도 내 밥그릇 하나 제대로챙기지도 못하는데 진짜 글은 무슨 얼어죽을 글이겠어?"



송의조는 치킨에는 손도 대지 않고 친구의 말에 귀기울였다. 



"석달 전에, 글쓰는 거 그만 두고 그냥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이나 보자고 생각했거든. 아! 이렇게 하나하나 처음부터 말하면 진짜 너무 긴데 어쩌지? 아니다. 그냥 바로 본론부터 들어갈게.
진짜 제일 중요한건 뭐냐면, 나 이렇게 책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따로 있어."



친구의 말에, 송의조는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의 친구는 고개를 두리번대며 주위를 확인하더니, 상체를 기울여 송의조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가 가진 능력을 10배나 키울 수 있게 된다면 넌 믿을 수 있어?"



"뭐라고?"



친구의 말에, 송의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친구를 응시했다.



"진짜 말 그대로! 자신이 가진 것을 10배나 늘릴 수 있다면 너 믿겠냐고!"



"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너 이상한 거 해?"



송의조는 자신의 친구가 잘못된 길로 빠진건가 싶어, 인상을 구긴 채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친구는 정말 진심인 듯한 태도였고, 믿음을 호소하는 눈빛이었다.



"그래. 못 믿을수도 있어. 너같은 반응이 정상이겠지. 나도 사실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한건데, 너니까 말해주는거야 진짜로."



"하, 그래 들어는 보자. 뭔데?"



송의조의 말에, 친구는 신이 난 듯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임마! 진짜로 좀 들어봐. 월계동 상가 쪽에 엄청 허름한 건물이 하나 있어."



"월계동이면.. 나 고등학교 때 살던 집이 그 쪽인데?"



"그래 새끼야! 일단 듣기나 해봐."



"어어."



"그 건물 3층으로 올라가서 복도 맨 왼쪽 구석진 곳까지 가면 낡은 문 한짝이 있는데, 그 문으로 들어가면 거래소가 나온단 말이지?"



"거래소?"



어느새 송의조는 친구의 말에 귀를 귀울여 집중하고 있었다.



"응! 거기 들어가서 사람을 찾으면, 왠 여자 한 명이 나올거야. 그 사람이 거래소 주인인데, 그때 바로 '인생 한번 삐까번쩍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라고 말해."



"그게 뭐야! 그렇게 하면?"



"진짜 꼭 내가 알려준데로 말해야 된다! 안그러면 대꾸도 안할거야. 아까 알려준데로 말하면, 여자가 널 방 안으로 들여보낼거야."



송의조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어느새 머리속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해서 방 안에 들어가면 네 말대로 내 능력을 10배나 넘게 늘릴 수 있는거라고?"



"그렇다니까 진짜! 내가 그래가지고 이렇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거 보면 모르겠어?"



송의조는 긴가민가했지만, 호소하는 친구의 말을 어느 정도 믿어보기로 했다. 
정말로 그렇게 해서 저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정도라면, 인생역전을 기대해볼 수도 있으니.



"알았어. 그럼 당장 내일 가보지 뭐."



"맞다! 한가지 말 안해줬는데, 거긴 새벽 1시부터 2시까지만 열어. 진짜 딱 1시간!"



"새,새벽? 이런!"



달갑지 않은 조건이었다. 새벽 한시면 차도 끊길 시간인데!



"아무튼 진짜 꼭 가봐. 내가 너니까 진짜 알려주는거야. 너 나한테 고마워해라! 잘되면 그땐 네가 술 사!"



"어? 어. 그래야지. 일단 알겠고 오늘 사주는 술 잘 마실게!"



송의조는 얘기를 마친 뒤 친구와의 술자리를 즐겼다. 그러면서도, 어느새 마음 한 구석엔 거래소가 자리잡아 송의조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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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2시 반, 송의조의 차가 월계동 상가를 향했다.



"아오, 그 사람은 무슨 새벽시간에 영업을 한대? 졸려죽겠는데."



애써 졸음을 쫒아내며 거래소를 향한 송의조는 시간에 맞춰 건물 앞에 도착했다.



건물 입구앞에 선 송의조는 왜 때문인지, 심장이 급하게 뛰는것을 느꼈다. 

으스스한 느낌 때문이라기엔, 느껴지는 것이 확실히 달랐다.



친구가 알려준 것보다도 훨씬 건물의 느낌이 좋지 않았다. 건물 앞 입구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건 기묘함이었다.



한칸 한칸 내딛는 송의조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울 때, 마침내 3층에 다다른 송의조는 복도 가장 왼쪽 구석을 응시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칠흙같읃 어둠 뿐이었다. 정말 저기에 문이 있긴 있는걸까? 



어느새 그의 티가 땀투성이였다. 그래도 친구가 말해준데로, 그는 문이 있을 왼쪽 복도로 향했다.



어둠 속에 내딛는 한걸음마다 송의조는 살면서 느끼지 못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가위 눌린 것마냥 빨려들어가는느낌이, 그의 온 몸의 기운을 지배했다.



문 앞에 다다른 송의조의 앞에 보인 풍경은 검은 문 한짝이었다. 



꿀꺽, 침을 삼킨 뒤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송의조.











힘없이 열린 문 뒤로, 드디어 거래소 안에 조심스레 발을 들인 송의조가 첫 말을 내뱉었다.



"시.실례합니다."



그러나, 송의조의 말 외엔 아무런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계십니까? 누구 없습니까?"



송의조는 어느새 겁에 질려 있었다. 설마 이거, 그 자식이 거짓말친 거 아니야?



그가 친구를 원망하려 하고 있을때.



"누구 없습니까..? 아아악!"



뒤돌아 본 송의조는 소리를 질렀다. 분명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는데, 그의 뒤에 여자가 서 있었다.



여인은 말 없이 청년을 응시했다. 



송의조 역시 여인을 응시했다. 



헌데 그 순간부터, 송의조의 온 몸에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때 부터 느꼈던 기묘함을 뛰어넘는 공포심이 서렸다.



"아..아."



얼어붙은 입에서는 바보같은 소리만 새어나오고 있었다. 



왜지? 이 사람을 보자마자 갑자기 심장이 턱 하고 막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지? 



송의조는 정신을 차리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때,



"아..아 어떻게 된거냐면요. 그니까.."



얼버무리던 송의조, 순간, 친구가 말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인생 한번 삐까번쩍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표정을 읽을 수 없던 여인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서렸다. 



"들어와요."



"아아..네."



여인의 뒷꽁무늬를 조심스레 따라 들어온 송의조, 여인은 검은 테이블 앞 의자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앉자마자, 여인이 입을 열었다.



"이 곳에 오셨으니, 당신이 원하는 것을 꼭 얻고 가셨으면 좋겠네요."



송의조는 분위기에 눌려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잠시 마른 세수를 한 뒤, 송의조가 어렵게 입을 열어 말했다.



"특이한 거래소라고 알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을 10배나 키울 수 있다고요."



여인은 은은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시고 오셨네요? 마치 누군가가 얘기해준 것 마냥."



여인의 말에 청년이 뜨끔했다. 여인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잘 알고 오셨어요. 맞아요. 당신이 얘기하신데로, 이 곳은 조금 특별한 거래소입니다. 당신이 가진 재능을 10배나 크게만들 수 있죠."



"아아."



"능력을 10배나 키우게 된다면 정말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얻으실 것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잘 판단하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잘 알고 계셔야 정말로 유익한 거래가 될테니까요."



여인의 말의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한 송의조가 미간을 찌푸렸다.



여인은 송의조의 표정에 담긴 뜻을 이해한 듯, 부가설명을 시작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운동선수로서의 능력을 키우고 싶다고 하면 저는 그 사람이 원하는데로 그 능력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이 10배나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체감되지 않을 정도라면, 의미가 있을까요?"



"아? 그럼.."



"이해하셨지요? 10배를 키워봤자겠지요. 처음부터 그 사람의 능력은 그 수준에서 10배가 커져봤자 평범한 사람들보다조금 봐줄만한 정도? 그 재능으로 밥벌이하면서 살 수준까진 못된단 얘기지요."



"그러면, 확실히 잘 생각해서 결정을 내려야겠군요. 내가 가진 능력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 10배가 커진다면, 정말 인생이 바뀔 정도로 변화할 수 있는 재능."



"잘 파악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여인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의조는 이내 깊이 고민에 잠겼다.



이번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 인생이 바뀔 수가 있는 순간, 송의조의 깊은 침묵을, 여인은 이해한 듯 기다리고 있었다.


10분간의 깊은 고민이 끝나자, 송의조가 고개를 들어 여인을 향해 답했다.


"저는 저의 '두뇌'의 능력을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음, 두뇌의 능력?"


송의조의 발언이 흥미로운 듯, 여인이 재차 물었다.
그러자, 송의조가 기다렸다는 듯 부가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가진 능력중, 어떤 능력이 가장 최고로 도움이 될 지 고민해봤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가 남사스럽지만, 저는 지금까지 제 주위 사람들중에서 저보다 머리가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항상 저를 볼 때 마다 너만큼이나 머리가 똑똑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밥 먹듯이 얘기를 하니까요.
재수없게 들리실수도 있겠지만, 뭐, 그렇습니다. 저의 두뇌 능력을 10배나 키울 수 있게 된다면, 제 인생. 정말로 
엄청나게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송의조의 말이 끝나자, 여인은 옅은 미소를 띈 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여인이 송의조에게 눈을 맞춘 뒤 말했다.


"좋아요.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격이 있죠. 송의조씨는, 충분히
그러실만한 자격이 있다고 믿겠습니다."


여인은 상체를 일으켜 송의조에게 다가갔다.


당황한 송의조가 눈을 밑으로 내릴 때, 여인이 송의조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아!"

송의조는 시야가 빨려들어가는 듯 눈 앞의 풍경에 잔상이 번지는 것을 느꼈다.
순간,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은 송의조는 느낌이 멈추자, 조심스레 눈을 떠 고개를 들었다.


"뭐,뭡니까? 방금 정말 이상한 느낌이 나서.."


어수선대는 송의조를 보며, 여인이 답했다.


"이제 되셨어요."


"네?"


"송의조씨의 능력이 키워졌다고요."


"아!"


송의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훑었다. 
아무 이상이 없는것을 느끼자. 곧바로 여인에게 감사인사를 건네는 송의조.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어떻게해서든 은혜를 갚아드리고 싶은데!"


"괜찮아요. 됐어요."


"제가 드는 생각은, 이 능력으로 사업을 하신다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버실 수 있다고 봅니다!"


그의 말에, 여인의 눈이 가라앉았다.
가라앉은 눈을 본 송의조는, 당황한 듯 말했다.


"아, 하하. 제가 말실수를 했나요? 그렇다면 죄송하네요."


송의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인은 사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런 말을 지금껏 수천번은 들었죠. 그런데, 제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던걸까요?"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제가 사용한 이 능력에 작은 부작용이 따라서 그런거라면, 어떻게 생각하실래요?"


여인의 말에, 송의조의 입이 얼어붙었다.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송의조를 등지며 말했다.


"엄청난 능력이기전에, 굉장히 조심스럽고 위험한 의식입니다. 일반 사람의 능력을 순식간에 한계치를 넘어버리게 하기 때문에,
끌어올린 능력말고도 간혹 그 사람 몸 안의 숨겨져 있던 작은 부작용이 따라올때가 있거든요."


"네? 그럼 그걸 왜 이제서야 말하시는겁니까!"


따지듯 묻는 송의조. 그러자 여인이 뒤돌아 사내를 향해 섬뜩한 눈빛을 보내며 답했다.


"거래소인것을 알고 오신 거 아닌가요? 여긴 자원봉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거래소입니다.
당신이 얻어가는 게 있다면, 저도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하는 게 당연히 맞는 거 아닌가요?
혹시나 무엇이 잘못될까 걱정이 되시는거라면, 큰 걱정 안하셔도 될거에요. 
사실상 당신 몸 안에 당신도 몰랐던 무언가가 숨겨져 있던 것이 아닌 이상은 인생에 지장을 끼칠 일은 없으니까요.
저는 항상 제가 손해보는 장사만 해 왔기에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겁니다."


"다,당신. 그말에 책임질 수 있는 거 맞지?"


여인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저라면 지금 이렇게 꼬치꼬치 캐물을 동안, 능력을 뽐내러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만 같은데요."


여인의 기에 눌린 사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떠났다.


뒤돌아보지 않고 문을 박차고 나간 송의조, 다시 뒤돌아서 본 그 자리엔 어둠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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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의조씨. 어떻게 된 게 요즘은 일을 훨씬 더 잘 하는 거 같아?]

[송대리! 내가 진짜 송대리가 있어서 이렇게 회사 다닐 수 있는거야. 내가 아끼는 거 알지 송대리?]

[송대리, 이러다 승진 엘리트 코스 타는 거 아니야? 쉬엄쉬엄 좀 하라고! 하하.]


그 날 이후로, 송의조의 회사 평판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일의 능률이 순식간에 상승한 것은 물론이었고, 예전에 비해 훨씬 인정받는 사람이 돼 버린 송의조는 어느새,


"송대리. 이 자리에 부른 이유는 뭐, 다름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명함 하나 새로 파라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송대리도 알고있을거야.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엄청난 투자를 기획하고 새로 세운 특수기획팀에
 자네를 부장으로 임명하고 싶은데, 어때? 그리로 가겠어? 정말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아,아이고! 저를 말입니까? 제가 어찌 감히!"


"이러지마 송대리! 자네 아니면 누가 해? 자네는, 우리 회사의 단 하나뿐인 인재야. 인재.
자네가 맡아주게. 어떤가?"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맡겨주신다면, 우리 회사를 위해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래야지! 크하하하!"


한 기업의 대체할 수 없는 인재가 되어버린 송의조는 초고속 엘리트 코스를 타게 되어 특수기획팀의 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연봉인상은 당연지사 따라오는 수순이었고, 야근은 이미 옛날 일, 오후 6시가 되면 칼퇴근하여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 송의조는, 삶이 순식간에 윤택해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 지금 퇴근했어. 만나서 술 한잔 할래? 그래. 미리 모여있어!"

일이 끝나면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 송의조의 인생은 남들이 부러워 할 엄친아의 인생이 되어가고 있었다.


.
.
.


"송 부장님, 요즘 안색이.."

"응? 뭐가?"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 해서요, 예전과 다르게 살도 빠지시는 거 같아서 걱정이에요."

"내 걱정은 하지마~ 요즘 일이 많아서 그래보이는 것 뿐이야. 그건 둘째치고, 양사원 어제 계약건은? 마무리 잘 된거지?"


어느새 워커홀릭 최연소부장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송의조였지만. 무리한 탓인지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주변 동료들까지도 쉬라고 만류했지만, 회사 일이 중요했던 송의조에게 휴식은 사치였다.


"나 잠깐 나가! 다들 점심 챙겨먹고!"


"다녀오십쇼!"


담배를 입에 문 송의조가, 연기를 내뿜은 뒤 혼자 생각에 잠겼다.


"요근래 들어서 몸이 좀 아프긴 하네. 살 빠진 거 같기도 하고."


단 한번도 크게 아픈 적 없었던 송의조는, 근래 들어 몸상태가 확실히 쇠약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내일은 반차쓰고 병원 좀 갔다 와야겠다."


다음 날, 평소 늘 출근하던 회사 대신 송의조가 간 곳은 병원이었다.


검사를 받은 뒤, 의자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송의조.


"괜히 왔네.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복귀하자마자 바짝 땡겨야겠다."


그때였다. 송의조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송의조씨, 들어와주세요."

"네."

문을 열고 곧바로 자리에 앉은 송의조가 본 것은, 미간을 찌푸린 채 모니터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의사의 얼굴이었다.


"괜찮은거죠? 선생님."


송의조의 말에, 의사는 굳은 인상으로 답했다.


"송의조씨.. 이건 참,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 지."


의사의 말에, 당황한 송의조가 재차 물었다.


"그게 무슨?"


이후, 들려오는 의사의 말에, 송의조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위암입니다. 젊은 나이신데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진행속도가.. 아니, 진행속도가 빠르다 못해 비약적일 정도로 너무 순식간에 나빠졌습니다.
지금껏 이 정도로 순식간에 악화가 되었던 경우는 못 봐서 당황스럽군요,
그래도 일단 당장 치료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있다간, 정말 시간이 얼마 없으실 것 같습니다."



의사의 말을 들은 송의조의 머리가 안색 마냥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 자리에서 송의조의 머리 속에 유일하게 떠오른 것은, 


'진짜!' 라는 말을 입꼬리처럼 따라붙였던 친구의 말투, 


그리고,

[엄청난 능력이기전에, 굉장히 조심스럽고 위험한 의식입니다. 일반 사람의 능력을 순식간에 한계치를 넘어버리게 하기 때문에,
끌어올린 능력말고도 간혹 그 사람 몸 안의 숨겨져 있던 작은 부작용이 따라올때가 있거든요.]


그 날 여인이 하였던 말. 둘 뿐 이었다.


사내는 깊이 절망했다. 내 몸에 병이 숨겨져 있을 줄은 정말 생각치도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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