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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데자뷰(스압)
게시물ID : panic_101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짹순이
추천 : 13
조회수 : 165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20/06/26 01:21:34
17살의 어느날 여름 아버지께서 데자뷰라는 단어의 의미를 물어보신적이 있다. tv를 시청하시는 중에 모르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기신 모양이다. 아는대로 설명 드렸더니 웬일인지 한동안 멍해지셨던 아버지... 

아버지는 성주의 댕끝이라는 촌동네 출신으로 어린시절 산을 넘어 국민학교를 다니셨다. 며칠전에 겨우 익힌 당신의 수영실력이 퍽이나 마음에 드셨던 어린시절의 아버지는 치기어린 허세로 낙동강을 헤엄쳐 건너보리라 마음먹었다. 

학교가 파한뒤에 동무들과 강가에 모인 아버지는 호기롭게 물에 뛰어들어 어렵지않게 강건너로 헤엄쳐 가셨고, 잠시 숨을 고른뒤에 금방 다시 왕복을 위해 물에 뛰어 드셨으니 이 일이 아버지께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의 발단이 됐다. 건너오는길에 생각보다 너무 많은 체력을 소비한 아버지가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강하류로 떠내려가기 시작한것이다.

 이대로는 물에 빠져 죽겠다 싶은 생각에 들자 덜컥 겁이난 아버지는 필사적으로 헤엄을 쳤고 목표로 잡았던 강 건너편에서 한참을 더 떠내려가 겨우 강물밖으로 기어나올수 있었다고... 탈진해 기절한 아버지가 정신을 차려 주변을 살펴보니 여기가 어디쯤인지 시간은 얼마나 지났는지 알길이 없었지만 해가 넘어가고있었으므로 여하간 집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걷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모르는 산길을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중 산길구석에 웬 엉성한 돌탑이 서있는데, 그앞에 웬 여자가 아버지를 등지고 서있었다고 한다. 해지는 시간 외진 산길에 어린아이가 지나가면 기척이라도 할법한데 미동도 없이 뒤돌아 서있는 여자가 아버지는 왠지 모르게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고... 빠른발로 지나쳐 비탈길을 오르면서 방금 지나친 여자를 다시한번 떠올려보니 한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겨울옷을 입고 있었던게 퍼뜩 떠올라 무심코 뒤를 다시 돌아본 아버지는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어느센가 그여자가 뒤돌아 비탈길 위의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던것...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달리기 시작하셨단다. 한참을 달려 숨이 턱까지 찬 아버지는 이쯤 왔으면 한참은 떨어졌을것이다 싶은 확신으로 왔던길을 돌아보셨다. 그랬더니 달리기 시작한 그곳쯤에 그여자가 또 서있는게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란 아버지는 비명을 지르면서 힘든것도 잊고 달리기 시작하셨다는데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달리기 시작하신 아버지였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돌아볼때마다 더 가까워진 거리에 서있는 여자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지신 아버지... 마지막으로 돌아보셨을때는 생김새가 구별이 갈정도로 가까웠다고 하는데 얼굴에 비해 믿을수없이 커다란 눈코입에 입에는 알수없는 뭔가를 가득 물고있는 모습이었다고... 

그이후로는 뒤돌아보면 정말로 죽을것만 같아 앞만보고 달리셨단다. 그렇게 산길을 얼마를 달렸는지 순간적으로 위화감을 느껴 정신을 조금 차려보니 산에 들어온이후 내내 들리던 풀벌레소리가 갑자기 안들리시더란다. 계속 들리던 소리가 지금 딱 끊어진건가 정신없이 달리느라 풀벌레 소리가 끊어진줄도 몰랐던건가 같은 뜬금없는 생각을 하고있는 그순간 어딘가에서 영식아 영식아(아버지의 어릴적 이름) 하면서 아버지를 찾는 어른들 소리가 들리더란다. 

얼마나 무섭고 반가웠는지 엄마 엄마 영식이 여있다 여있다 악을 쓰면서 뒤를 돌아본 그순간 코앞에서 맞닥뜨린 사람 형체에 목소리가 쑼 들어가신 아버지... 얼마나 키가 크던지 아버지를 내려다보면서 소름끼치는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미는데 눈썹이 세로로 설만큼 치켜뜬 사백안에 어금니까지 보일정도로 입꼬리를 올려 웃는 입에서 잘린 머리카락이 흘러나와있었다고... 입에 가득 물고있었던게 머리카락 같았단다... 그리고 코를찌르는 독한 쉰내... 

그야말로 혼비백산한 아버지는 오줌을 지리면서도 눈을 감으면 해코지를 당할것 같아 눈도 못감고 사시나무마냥 떨기만 하셨다는데 이번에는 바로 곁에서 영식아하고 부르는소리가 들려 으앜 하고 소리를 지르셨단다. 그순간 사방이 밝아지더니 하늘로 쑼 솓구치는 느낌과 동시에 정신이 맑아지는데 눈을 떠보니 처음 기절해 쓰러졌던 낙동강변에 동네사람들이 가득하더란다. 떠내려가기 시작하는 아버지를 본 국민학교 동무들이 큰일이다 싶어 마을로 달려가 어른들을 모셔온것... 강변에 기절해 쓰러진 내내 악몽을 꾸신것이었다. 

다 꿈이었다 하면서 안심해 엉엉 울어 버리셨다던 어린날의 아버지... 그러나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께서 이일을 그저 여름날 꾼 악몽으로 잊어버리지 않으시고 평생을 기억하시다가 데자뷰라는 단어를 계기로 아들에게 이야기 해주신 이유가 이어진다.

큰일날뻔 했다며 난리를 치는 어른들에게 한참을 혼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산길을 다같이 걷기 시작하신 아버지... 그리고 동시에 태어나서 처음이자 다시없을정도로 강력한 기시감에 사로잡히셨다고 한다. 꿈속에서 서둘러 걷기 시작한 이 산길... 그리고 설마설마 하면서 한참을 걸어가 맞닥드린 엉성한 돌탑... 분명히 생전 처음 와보는 장소인데도 모든것이 꿈속의 그대로였다고... 알수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아버지는 한동안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 객기로 다시 그 돌탑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단다. 어린날 아버지의 공포의 경험... 아버지만큼 내가 데자뷰라는 단어를 이질적으로 느끼는 이유이다.
출처 작성자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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