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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언덕
게시물ID : panic_1016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8
조회수 : 114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0/07/01 17: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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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노래하는 언덕

깊은 밤

폐허가 된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던 떠돌이 유랑단은

바람 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들리는

아주 기묘한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휘파람소리 같기도 하고

피리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는

구슬픈 음색을 길게 뽑아내며

폐허가 된 마을에 울려 퍼졌습니다.

단조롭기는 하지만

그 소리에는 분명 선율이 있었고

세상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 슬프고 기묘한 선율은

유랑단의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이 정체 모를 기이한 음악에 호기심이 생긴 유랑단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마을 밖으로 향했습니다.

음악은

마을 뒤쪽의 언덕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언덕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던 유랑단은

그 음악만큼이나 이상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한무리의 늑대들이 언덕에 나란히 앉아

구슬픈 음악에 귀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유랑단은

늑대들 때문에 언덕으로 더는 다가가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 진귀한 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폐허가 된 마을로 돌아가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음악의 정체를 알기 위해

유랑단은 다시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언덕 위에 오른 유랑단은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온몸의 털이 쭈뼛 곤두섰습니다.

언덕 위에 쌓인 수많은 해골들…

유랑단이 어젯밤 들었던 그 음악은

요정이나 악마 혹은 누군가의 연주가 아니라

바람이 해골의 구멍들 사이를 통과하며 낸

소리였던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공연을 위해 잠시 머문 마을에서

유랑단은 폐허가 된 마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옛부터 늑대를 신성한 동물이라 여긴

폐허가 된 마을의 옛 주민들은

매년 가축들을 늑대에게 제물로 바쳤습니다.

하지만 어느 해

가축들 사이에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고

제물로 바칠 가축을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그 지방 영주의 가축을 훔쳐 늑대에게 바쳤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안 영주는

격분한 나머지 마을로 병사들을 보냈고

그날 이후

아무도 마을의 주민들을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유랑단은

언덕 위의 해골들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죽어서도 늑대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돌아가는 길

유랑단은 다시 노래하는 언덕을 찾았습니다.

언덕위의 쌓인 해골들을 보며

잠시 감상에 젖어 있던 유랑단은

순간 해골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해골에는 창에 찔리거나

검에 베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오직

곳곳에 난 이빨자국과

강한 악력에 바스러진 흔적들뿐…

순간

무시무시한 생각이 유랑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렇습니다.

해골의 주인은 폐허가 된 마을의 옛 주민이 아니라

영주가 보낸 병사들의 해골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언덕위로 바람이 불자

해골들이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섬뜩한 음색에 머리털이 쭈뼛 곤두선 유랑단은

서둘러 언덕을 내려와 줄행랑쳤습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시야에서 멀어지는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형체들을…

그것은

폐허가 된 마을의 주민들과 늑대들이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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