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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법을 걸어
게시물ID : panic_1016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월향_fullmoon
추천 : 3
조회수 : 8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05 14: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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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마법을 걸어
 
 
월향
 
 
#1
 나는 마법을 쓸 줄 알아.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실 나는 마법사야. 내가 곧 마법이고, 마법이 곧 나지. 우리 엄마가 날 떠나갈 때 나도 모르게 생긴 능력이야. 내가 마법사라는 건 나만의 비밀이야. , 이걸 읽고 있는 너까지 우리 둘의 비밀로 하자.
처음에는 마법을 어떻게 부리는지 몰랐어. 하지만 엄마가 사라지니까 자연스레 알게 되더라고. 나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어. 먼저 냉장고 안에 있는 김치들을 전부 초콜릿으로 바꿨지. 그랬더니 초콜릿이 산더미만큼 쌓여서 밥을 먹는 것도 신이 났어. 난 항상 언니와 둘이 밥을 먹었는데, 언니도 내가 마법으로 바꾼 초콜릿을 좋아해서 더 기뻤어. 그 다음에 나는 차가운 것들을 따듯하게 만들었어. 얼음장 같은 수돗물을 바꿨고, 눈썰매장 같던 방바닥을 여름의 모래사장으로 바꾸고, 따갑기만 하던 아빠의 눈빛을 바꿨어. 근데 아빠의 눈빛을 바꿀 때는 주문이 조금 잘못됐나봐. 분명 따듯하게 바뀌었어야 하는데 마음처럼 되지가 않았어.
  난 매일 매일 마법을 공부했고, 매일 밤마다 실패한 마법들을 떠올리며 훌쩍였어. 그런데 어느 날 신비한 일이 생겼어. 아빠의 눈빛이 바뀌었던 거야. 아빠의 언니를 향한 눈빛이 바뀌었어. 그래서 난 쾌재를 불렀지. 내 마법이 조금은 통했던 거야! 그래서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빠에게 주문을 걸었어. , 아빠를 위해 더러운 그릇들을 마법으로 닦고, 집안을 청소하는 마법을 걸고, 맛있는 음식들도 만들어냈지. 그런데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 아빠의 눈빛은 바뀌지 않았어.
 
#2  
 그날 밤도 역시 훌쩍훌쩍 울고 있었는데 그 때 쯤 깨달았어. 내 바깥에 있는 것들을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꿔야 한다는 걸 말이야.
  그렇다면 내 안에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내 안에는 사랑이 없었어. 마법으로도 사람의 사랑만큼은 만들어낼 수 없었거든. 그래서 난 엄마를 만들어냈어. 엄마는 나에게 자장가도 불러주고, 배가 아프면 배도 문질러주고, 소풍날에는 김밥도 만들어줬어. 엄마가 날 사랑해 줄수록, 난 마법이 필요 없다는 걸 깨달았어. 그리고 이제 내 안에 사랑이 가득 찼다고 느꼈을 때, 그래서 더 이상 마법이 필요 없다고 느꼈을 때, 아빠의 눈빛이 바뀌었어.
  아빠도 느꼈던 걸까? 내가 마법이 필요 없다고 느꼈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아빠가 날 사랑으로 채워주고 있어. 그래서 난 결심했어. 이 마법을 아빠와 언니를 위해 쓰겠다고 말이야.
 
(#3)
 오늘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마법을 걸어. 사랑해. 사랑해. 너는 소중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넌 잘못한 거 없어. 행복하기만 하면 돼. 그건 욕심이 아니야. 네가 내일을 살고 싶어 하는 것도, 1년 뒤, 10년 뒤에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욕심이 아니야. 행복해져도 돼. 아무리 무서워도 난 내가 있잖아. 더 이상 나를 슬프게 하지 말자. 넌 할 수 있어. 마법을 걸자. 아빠는 너를 사랑해. 언니도 너를 사랑해. 엄마는 너를 버린 게 아니야. 마법을 걸자. 계속해서 마법을 걸면 내 안에 있는 나쁜 기억들이 사라질 거야. 행복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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