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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공방의 도제
게시물ID : panic_1016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18
조회수 : 279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7/26 17: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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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가죽 공방의 도제



가죽 공방에서 도제로 일하는 남자는

공방의 누구보다도 맡은 일에 성실히 임했지만

매번 일 처리가 느리고 서툴렀습니다.

동기들은 벌써 몇 해 전 직인의 자리를 얻었고

남자는 여전히 도제로 남았지만

공방에서 일하는 것 외에 달리 갈 곳이 없는 남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방에서 제조한 물품을

조합에 배달하는 일을 맡은 남자…

이른 아침에 물품을 마차에 싣고 떠난 남자는

늦은 오후가 되자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공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조합으로 가는 길

강도를 만난 것이었습니다.

공방의 물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남자는 강도에게 맞서 싸웠음에도

물품과 마차 모두 잃고 만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방에서 쫓겨날 거란 남자의 우려와는 달리

공방의 장인은 강도에게 끝까지 맞서 싸운 남자를 치켜세웠고

비록 일은 느리고 서툴지만

그의 성실함과 공방에 대한 충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남자는 공방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습니다.

공방 장인의 신임을 얻었기 때문일까…

남자를 하찮게 대하던 동료들의 태도는 바뀌었고

남자는 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전보다 더욱 성실한 자세로 공방 일에 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방의 물품을 약탈한 강도가 잡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말과 마차는 이미 팔리고 사라진 뒤였지만

공방의 직인이 찍힌 물품을 팔던 강도가

직인을 알아본 경비대에게 잡힌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

성 안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불은 감옥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이 화재로 공방의 물품을 약탈한 강도도 포함해

많은 죄수와 경비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화재는 성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고

성 안의 사람들이 불을 끄러 몰려들었습니다.

그 틈을 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가죽 공방의 도제인 남자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감옥에 불을 지른 건 남자였습니다.

남자가 공방의 물품을 싣고 조합으로 떠난 날

잠시 목을 축이기 위해 개울가에 마차를 세운 남자…

남자가 목을 축이는 사이

누군가 마차를 훔쳐 달아난 것이었습니다.

순간의 부주의로 공방의 물품과 마차를 잃고

공방에서 쫓겨날 것이 두려웠던 남자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강도와 맞서 싸웠다고 공방에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방의 물건을 훔친 자가 경비에게 잡히자

자신의 거짓이 드러날 것이 두려웠던 남자는

도둑이 갇힌 감옥에 불을 지른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공방에 도착한 직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공방에 나와 일하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비록 남자는 일처리가 느리고 서툴렀지만

그의 성실함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가 방화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자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남자는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켰습니다.

오래도록…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22204228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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