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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지식의 소유자들
게시물ID : panic_1019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훗!
추천 : 5
조회수 : 21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10/29 06: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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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절대자들이 있었다. 그들은신성한 지식의 소유자들이라고 불렸다.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절대적 무기는문자였다. 인류 문명 초기,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문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독점했다.

 

그들의 문자는 인생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모두 배울 수 있을만큼 어려웠다. 그것이 문자독점의 비결이었다. 

 

신성한 지식의 소유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또 하나의 절대적 무기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방치 행위가 시작되면 하나의 세대가 생을 다해갈 무렵망각을 발동시켰다. 

 

그래서 문자를 가지고 있지 못했던 다른 종족들은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할 수 없었다. 

 

문자와 시간이라는 두가지 무기를 가지고 신성한 지식의 소유자들은 지구를 빠른 속도로 지배해나갔다. 

 

처음에 인간은 신성한 지식의 소유자들을 정성껏 숭배했다. 그들이 지시하는대로 농업과 사냥, 수리의 기술을 적용하면 조금은 풍요로운 생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숭배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수의 인간에게 넘쳐나는 농업과 사냥, 수리의 축적물들이 목격된 것이다. 

 

신성한 지식의 소유자들 중에서도 일탈자가 나왔다. 알바탄은 소유자들 중에서도 특이한 성격을 가졌는데, 그것은 외로움을 느낄 줄 안다는 것이었다. 

 

어느날 알바탄이 수억 개의 별들을 올려보고 있었다. 이 지구상에서 지금처럼 소유자들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그는 느꼈다. 

 

모든 것이 풍족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아무리 먹어도 맛을 모르거나, 배가 부르지 않는 듯한 허기 같은 것이었다. 

 

소유자들의 문자로 자신의 마음을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의 문자는 매우 체계가 복잡해 글자 한 자를 쓸 때 쯤이면 자신의 마음은 다른 마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알바탄은 깨달았다. 이 허기를 채우지 못한다면 달래주어야 할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마음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소유자들의 문자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문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바탄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바로 즉시 써내려갈 수 있는 새로운 문자가 필요했다. 

 

알바탄은 막대기들을 이용해, 선을 만들었다. 그 선들을 자음과 모음으로 나뉘어진 50개의 기호로정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자가 자신의 마음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지 써보고, 또 써봤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마음을 문자로 조합할 수 있었을 때, 알바탄은 인간을 만났다. 

 

그들에게 문자를 가르쳤고, 한 인간이 그 문자를 배우는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그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알바탄의 문자를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알바탄의 문자는 인간들에게 퍼져나갔다. 알바탄은 자신의 마음을 즉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이용해 마음을 적었다. 

 

그리고, 다른 존재에게 자신의 문자로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자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자라 다른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또 아이를 낳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 지구에 새로운 형태의 종교가 생겨났다. 그것은 문자로 기록된 경전을 보유한 종교였다. 

 

알바탄은 그 종교에서 어느새 유일신이 되어 있었다. 부족단위의 종교 체계를 가졌던 지구의 종교들은 점점 사라졌고, 더 큰 규모의 종교로 통합됐다. 부족의 신들은 사라졌다. 

 

소수의 인간들이 이 종교와 경전을 앞세워 더 많은 인간들을 지배했다. 경전은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내용과 체계로 바뀌어갔다신성한 지식의 소유자들이 문자를 매우 어렵게 만들어 인간을 지배했을 때처럼.

 

이때, 신이 된 알바탄은 다시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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