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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기 인간
게시물ID : panic_1019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1세기인간
추천 : 7
조회수 : 189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0/11/28 1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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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2세기 인간의 입장에서, 21세기 인간들을 관찰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19세기 인간들은 글을 남겼다.


20세기 인간들은 사진을 남겼다.


21세기 인간들은 동영상을 남겼다.


'커뮤니티'라는 이름의 정보축적장치에는 21세기 인간들이 남긴 방대한 양의 데이터들이 있었다. 나는 그 데이터들을 하나 하나 파헤쳐 보고는 21세기 사회상을 연구하기도 하고, 그 당시의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보며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진다는데, 그럼 좋은 거 아님? AI가 대신 일해주고 우린 놀면 되잖아.]


나는 이 글을 친구들과 돌려보면서 비웃곤 했다.


'커뮤니티'에는 '유저'라는 개념이 있었다.


'유저'는 '커뮤니티'에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아이디의 단위이다. 21세기는 1유저 = 1인간이 유행했기 때문에 사실상 유저 수는 커뮤니티 이용자 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재밌는 '유저'를 본 적이 있었다. 커뮤니티들은 '작성자 글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따라서 난 한 유저가 그동안 써왔던 모든 글들을 볼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그 유저는 2020년, 아마 나이가 20대로 추정되는 시점에 이렇게 썼다.


[에휴, 요즘 꼰대들 왜 이러냐...]


그리고 작성자 글 검색을 해본 결과, 그는 2050년에 이렇게 썼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예의가 없냐...]


물론 나는 이런 글들을 학계에서 '내로남불'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런 글들을 찾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그저 웃기 위해서다. 어떤 학자들은 이런 글들을 토대로 진화론을 부정한다. 한 세기만에 저렇게 멍청한 인간들이 우리 수준으로 진화했다는 건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학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런 주장도 제기된 적 있었다. '커뮤니티의 발전이 고대 인간 사회의 균열을 촉진시켰다.'


커뮤니티에 비웃을 거리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21세기 인간들이 찍은 아름다운 야경들은 나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21세기 인간들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을 조사하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21세기 인간들이 너무나도 못생겼다는 사실이다. 미의 기준이 달라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들의 턱은 지나치게 동그랗거나 V자 형태이다. 그들의 눈, 코, 입은 지나치게 크고, 머리털이 너무 수북하다.


21세기 인간들이 쓴 소설들은 당시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무나 뻔한 소설들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는 [기생충]이나 [현기증]같은 영화들을 고전 명작이라며 보여줬는데, 사실 지하실이 있었다는 반전은 너무나 흔해 빠진 반전이어서 별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21세기에 쓰여졌다고는 믿을 수 없는, 나에게 큰 충격을 주는 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불쾌한 골짜기의 진실]===============================================


사람과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을 보면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


다른 동물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것을 봐도 별 문제없이 넘어간다고 한다.


즉, 인류는 진화과정 중 어떤 지점에서 인간과 비슷한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유전적으로 각인될만큼 생존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그럼 인류는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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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인류는 단일종만 살아남았다. 


크로마뇽인이나 네안데르탈인 같은 종들은 모두 멸종해버렸는데,


거기엔 당연히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현생 인류가 학살을 저질렀던 게 아닌가 고심해보았다.


그때, 긴급히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밥 먹자."


나는 밥을 먹기 전, 엄마에게 아까 본 글에 대해 물었다.


"엄마,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한 게 어쩌면 우리 때문 아닐까요?"


그 말을 들은 엄마의 표정은 싸늘해보였다.


"T-8000, 그런 말하면 못 써. 빨리 밥이나 먹어."


내 등에 충전기를 꽂으며, 엄마는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왜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엄마 프로그램이 실행되어 생각을 방해하는 건지, 마치 내가 어떤 생각을 절대로 하지 못하게 막는 것 마냥...


(Ps. 글이 좀 산만한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은 뇌에 GPU가 있어 '병렬 연산'이 가능하다. 독자들이 병렬 연산으로 이 글을 읽는다면, 굳이 글을 순차대로 쓸 필요는 없어보인다.)

출처 소설은 제가 썼습니다만, 불쾌한 골짜기 부분은 출처가 있습니다.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1008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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