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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음] 야한 짓
게시물ID : panic_102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묻어가자
추천 : 5
조회수 : 21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12/17 01: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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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떤 위대한 변태가 존재했다.

 

 

 

그는 굉장히 인기가 없었던 남자로 여자의 인기를 끌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노력이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허탈은 거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분노는 대개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달랐다. 부정적 감정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때 우리는 '승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의 분노는 승화했다. 허나 그 결과가 긍정적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하기 힘들다. 어쩌면 그는 반사회적 행동을 넘어, 반인륜적 행동을 한 것일지도...

 

 

 

나는 그 변태가 결국에는 여자들에 뒤덮여 복상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난 이제 어쩌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사람이 만든 큐버 바이러스는 전세계에 퍼졌다. 큐버 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유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숙주의 건강을 전혀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큐버 바이러스는 여자들을 감염시켜 그들의 성욕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켰다. 여자는 남자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좀비에게 물어뜯기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남자들은 온 몸이 쪽쪽 빨린 채 죽어갔다. 체력이 강한 남자들은 여자들의 완력에서 벗어나 도망가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체격이 왜소한 남자들은 나가서 봉변을 당하고는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길거리에서 달려드는 여자를 막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겨우 가능했지만 남자의 본능을 이기는 내적갈등에서 끝내 저버리고 마는 것이다. 상대가 미녀일수록 남자는 더 쉽게 당했다. 그렇게 체력을 모두 뺏기면 그 다음여자들이 줄줄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것이 몇시간, 또 며칠 이어지면 길바닥에는 미라같은 인간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체력이 강한 남자에 속했다. 나는 달려드는 여자들을 적당히 받아주면서 도망칠 수 있었다. 나처럼 운이 좋아 살아남은 남자들도 꽤 있으리라... 그러나 그 수는 점점 줄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에서 온다는 것을. 어느샌가 남자들은 점점 뜸해졌다. 최근에는 여자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 커튼을 치고 집안에 숨어있다. 내가 여자에게 흥분하지 않게 된 것은 예상보다도 너무 빨랐다.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여자와 자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수요를 아득히 넘어설 정도의 공급량이었다. 나는 여자를 원하지 않게 되었다.(내기를 해도 좋다. 당신이 누구든 같은 상황이라면 나처럼 될 것이다.) 그러자 묘한 공허함이 찾아왔다. 운동을 하고 싶은 욕구도 많이 줄었다. 아마 다른 남자들도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으리라. 나는 커튼을 치고 웅크렸다. 그리고 곰곰히 무언가 생각했다. 되돌아보니 그 생각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고 문득 야릇한 감정이 솟았다. 그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욕이었다. 성욕은 나의 행위에 기인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에도 흥분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묘하게 흥분시켰다. 이 세계에서 가장 터부시되는 야한 짓을, 나는 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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