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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시설의 맨 끝방
게시물ID : panic_102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2
조회수 : 14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12/17 15: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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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울려오는 알람소리에 기계적으로 일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CCTV 화면을 바라보았다.

각각의 화면은 교도소처럼 단단한 쇠문이 주욱 늘어선 복도와

차디찬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각 방에는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명씩 들어있었다.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사람.

어느새 일어나 CCTV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사람.

정신이 나간 듯 밤새 벽에 머리를 찧어 대는 사람.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

몇 개의 화면을 골고루 살펴보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몸을 떨며 일어나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얼굴을 대강 씻어내어 정신을 차렸다.

피부도 푸석푸석하고 머리도 엉망이었지만 이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차피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니 그냥 저냥 지내자 생각하고는 식사 배급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에 식사가 들어오는 건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

억센 인상의 아줌마 한분이 한마디 말도 없이 외부로 통하는 커다란 철문에 난 작은 구멍을 열고 플라스틱용기를 넣어준다.

창문도 없는 이곳에선 그 철문이 유일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내가 들어온 직후에 단단히 잠겨 절대 열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몇 달간은 이 감옥 같은곳에서 적적하게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여 플라스틱 용기에서 음식을 꺼내어 나눠 담으며 처음 이곳에 온 그때를 떠올렸다.

어딘가에서 우연히 본 의심스런 전단지를 보고 찾아간 곳.

돈을 많이 준다는 문구에 홀려 찾아간 그곳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이, 일하러 왔어?”

하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인상 험악한 아저씨가 날 어느 지하 사무실로 안내했다.

“먹고 자고 하면서 3개월.

밖에는 못나가고. 할 일은 끼니때 사람들 밥 챙겨주는거랑 청소, 잡일.

그리고 사람들 감시하는 것 까지.

일이 쉬운 대신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건 안되고 여기서 보고 들은건 죽을때까지 비밀로 해야지.

헛짓거리 안하고 일 끝내면 1,500만원 현금으로 줄거고

일처리 맘에 들면 기분에 따라 보너스. 무슨 얘긴지 알겠지?

문제 생겼을 때만 비상전화로 나한테 연락주고.“

사장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는 듯 무심하게 던진 말로 유추해보면

영화 같은데 나오는 불법 감금 시설인 듯 했다.

이곳에 갇힌 사람들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 갇혀 있다고 한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은 원한 때문에 누군가를 가두거나

어느 조직에서 문제 될 만한 사람을 잡아둘 때 사용하는 듯 했다.

너무도 위험한 일이었지만 돈얘길 듣는 순간 바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그렇게 이곳에 들어와 일을 한지 삼주째.

들은대로 일은 그리 힘들게 없었다.

청소와 잡일이라 봐야 별거 아니었고 감시랍시고 멍하니 티비나 보며 간간히 CCTV를 쳐다보는게 고작이었다.

제일 큰 일은 하루 세 번, 용기에 담긴 음식들을 잘 배분해서 방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

티비에서 보던 교도소 배급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그리 간단치는 않았다.

문에 난 배식구를 열기만 해도 날 죽이겠다며 팔을 뻗어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처음 며칠간은 식판이 엎어진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후에 배식구 밖으로 손이 나올 때 마다 있는 힘껏 밟아주자 더 이상 그런일은 없었다.

다만 문 안에서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욕설을 어쩔수 없이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에 복도 맨 끝방을 바라보았다.

저곳은 내가 올때부터 비어있는 곳이었다.

물론 안에 들어가 볼 수 없게끔 잘 잠겨있었지만

사장의 말에 따르면 내가 오기전 저 방에 갇혀 있던 사람이 죽은 모양이었다.

“드물긴 하지만 가끔씩 있지. 아주 독한 놈들.

왜인지는 모르지만 죽으려고 염병을 하길래 입을 천으로 막아버리고 꽁꽁 묶어뒀는데 그 천을 씹어 삼켰어.

그대로 질식해 죽었지.

지금 있는 놈들은 그럴리 없지만 혹시라도 뭔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사장은 아무 감정 없이 말했지만 난 그방을 볼때마나 뒷덜미가 저릴 정도로 오싹했다.

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여전히 욕설을 내뱉은 사람의 방문을 힘껏 걷어차 준 뒤

내 몫의 식사를 챙겨서 자리로 돌아왔다.



‘쿵쿵쿵쿵’

벽에 기대어 졸고 있던 나는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떳다.

멀쩡하다가도 밤만 되면 발광을 해대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이번에도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내보내 달라고 난리는 치는 모양이었다.

벌써 몇 번씩이나 있던 일이었기에 짜증을 내며 CCTV를 바라보았다.

각 방은 밤에도 작은 등 정도는 켜져 있었기에 안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방 사람들은 별일 없이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하던 그 순간, 다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쿵’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리의 근원지가 어딘지 알게 되었다.

멀리 보이는 복도 맨 끝방.

소리는 분명 그곳에서 나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공포가 나를 덮쳐왔다.

이성은 저곳이 빈방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욱더 공포스러웠다.

문은 흔들리는게 눈에 보일 정도로 안에서 힘껏 두들겨 대고 있었다.

그 방의 CCTV는 꺼져있었기에 안을 확인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배식구를 열고 안을 들여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난 계속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한채 자리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갇혀 있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되버린 것일까?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내가 두려움에 떨며 잠이 들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날 이후로 끝방의 철문에서는 주기적으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밤낮의 구분도 없었고 딱히 대중도 없었다.

하루쯤 조용하다 싶으면 얼마안가 여지없이 소리가 울려대었다.

공포심에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이곳은 도망칠 곳도 없었다.

이곳에 갇힌 다른 사람들은 철문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행동했다.

정말 내가 정신이 이상해 진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직접 끝 방을 확인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불안감 때문에 물어뜯은 손끝에서는 피가 베어 나왔고 음식은 먹는대로 다 게워내 버렸다.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했기에 기절하듯 쓰러졌다가 철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기 일쑤였다.

열흘정도 지나자 몸무게가 크게 줄었고 머리마저 하얗게 세기 시작했다.

6시간 동안 철문 소리가 난 날.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상 전화를 들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기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저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한달이 넘게 잘 하고 있었구만 뭐가 문제야?’

사장님이 담담하게 물어왔지만 난 차마 사실을 얘기할 수 없었다.

“가족들도 보고 싶고 여기가 너무 답답해서... 나가고 싶습니다.

절대 어디가서도 얘기 안할테니 제발 내보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사장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3살 때 버려진 놈이 가족이 보고싶긴 뭐가 보고싶어.

내가 네놈 뒷조사도 안해봤을 까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세달 딱 채워.

내가 조금더 챙겨줄테니.‘

뒷조사를 했다는 말에 섬찟함을 느꼈지만 이대로 넘어 갈 수는 없었다.

“제발요. 사장님. 돈 안받아도 괜찮으니까 제발 여기서 내보내 주세요.

예? 저 진짜 죽을 것 같아요.“

‘........너 혹시 그 끝 방 때문에 그래?

너도 그 안에서 소리들었어?’

사장의 말에 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사장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

“네 맞아요. 거기 뭐가 있는 것 같아요.

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이상한게 있어요.

그러니 제발 내보내 주세요. 돈도 필요없어요.“

‘.... 알겠어. 기다려. 내가 그리로 갈테니까.’

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이제 이 빌어먹을 곳을 떠날 수 있다.

여기만 나가면 어디서든 행복하게 잘 살수 있을 것 같았다.

난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두귀를 막은채 웅크리곤 사장님을 기다렸다.




한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들어왔다.

사장님과 처음보는 검은 옷의 사내들이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저 도저히 못하겠......”

내 말은 한 사내가 휘두른 몽둥이에 가로막혔다.

머리를 감싸쥐고 쓰러진 내게 사장이 말했다.

“몇 명 있었거든.

비어있는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는 놈들.

한달쯤 잘 일하다가도 하나같이 뭔 귀신이라느니 소리가 들린다느니 그 지랄을 해대니 아주 돌아버리겠어.

너 바로 전에 일하던 새끼도 발광을 하면서 도망치려고 했다니까?

갇힌 놈들 다 꺼내서 잠긴 문 부수고 빠져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애좀 먹었지.

괘씸해서 그 끝방에다 쳐넣었더니 안에서 또 뭘 봤는지 차라리 죽여 달라고 발광하더라고.

결국엔 천쪼가리 씹어 먹고 뒤졌지.

귀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더 일하긴 글러먹은거 같으니 너도 그 방에 쳐넣어 줄게.

남의 장사 방해 하면 어떤꼴을 당하는지 잘 새겨둬.“

사내들이 날 거칠게 일으켜 세워서는 끝방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흐릿해져 가는 내 시야로 끝방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보이는 듯 했지만 난 분명히 볼수 있었다.

열려진 문 안엔 검은 형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 것들은 밖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휘저으며 그곳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저것들의 정체가 뭔지 알 수 는 없었지만 죽어도 저곳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난 흐릿해져가는 의식을 간신히 잡은 채 힘겹게 혀를 깨물었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내 입에서 피가 배어나오려던 그 순간

어느새 내입엔 단단한 재갈이 물려졌다.

“안되지. 또 사람이 뒤져버리면 골치 아파져.

죽을 생각말고 딱 한달만 거기 있어봐. 그리고 나면 다시 일하고 싶어지겠지.”

난 그대로 검은 형체가 가득 담긴 방에 던져져 버렸다.

내 주변으로 몰려오는 그것들의 모습을 보며 난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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