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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길
게시물ID : panic_1020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ng
추천 : 12
조회수 : 11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1/01 2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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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을 죽은 자의 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담임 선생님과 성격이 맞지 않아 문제만 일으키고 있었다.


선생님 역시 무슨 일만 일어나면 내 잘못으로 치부했기 때문에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하지만 부모님은 절대적으로 선생님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나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어째서 너는 선생님 말을 안 듣는거니? 나는 이제 정나미가 떨어져서 죽어 버리고 싶어.]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죽어 버리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입버릇을 그대로 배워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기분 나쁜 내용일수록 다른 이에게 그 말을 하기 위해 더욱 확실하게 기억해 버린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 학교 따위 싫다. 죽어 버리고 싶네.]


[밥이 뭐 이래? 죽어 버리고 싶다.]


어머니와 똑같이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그 말을 입에 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은 어머니가 나에게 말했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말하는 녀석은 그냥 죽어 버리는 편이 나아.]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로 죽어 버리고 싶어지는 말이었다.


나는 맨발로 집을 뛰쳐나갔다.


달리고 달려서 가까운 산길까지 달려나갔다.


[젠장! 죽어버릴테야! 죽을거야, 자, 보라구!]


그렇게 외치면서 달리는데, 갑자기 왼편에 길이 나타났다.


언제나 다녀서 익숙한 길이었지만 이상하게 그 길만은 처음 보는 길이었다.


길 저 편에는 반딧불 같은 작은 빛들이 날아다니고, 낡아서 색이 바랜 교회가 보였다.


그 광경이 어딘지 무섭게 느껴져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도망쳤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엄청나게 얻어 맞고 있었다.


[자기 자식한테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그것도 구별 못 해!]


아버지가 그렇게 화난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나는 다시 자살욕망에 휩싸여 있었다.


이유는 없었다.


단지 현실에 싫증나 있었다.


변화 없는 생활과 점점 닳아만 가는 육체와 정신.


무엇이든 모든 것이 싫증날 뿐이었다.


나는 밤거리를 빈둥거리며 오가면서 죽고 싶다, 죽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그 순간, 숲의 냄새가 났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새를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이전에 보았던 반딧불 같은 작은 빛들이 날아다니고, 낡아서 색이 바랜 교회가 있는 그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 때 나는 그것이 죽은 자의 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죽고 싶어하는 인간을 유혹하는 길이라는 것을.


나는 인파를 밀어헤치고 그 길로부터 도망쳤다.


그 순간만은 죽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사람은 죽음이 다가올 때가 되서야 드디어 살아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십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지금도 때때로 그 길을 본다.


옛날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길 저 편 교회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는 것일까?


언젠가 그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217?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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