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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기억의 저편에서
게시물ID : panic_1020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이지않는세계(가입:2012-10-25 방문:21)
추천 : 1
조회수 : 8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1/08 18: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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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 똑- 똑- 똑- 똑- ]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물방울 소리에


"으..."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은 온통 깜깜한 어둠뿐이었어.


"여긴 대체... 어디...?"


내가 정말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데


"으윽!"


갑자기 심한 두통이 찾아왔어.


"아악! 악!"


난 극심한 고통에 머리를 움켜쥐면서 비명을 질렀고,

힘겹게 일으켜 세웠던 내 몸은 허무하게 다시 바닥을 향해 무너져내리고 있었어.

그런데 그때,


[ 우왕- 우와왕- ]


알 수 없는 기괴한 울림... 아니,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어.

난 다급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쪽을 바라봤지.


[ 우와왕- 우왕- ]


하얀 점,

그 기괴한 소리는 어둠 속 저 멀리에 아주 작게 박혀있는 하얀 점을 통해 들려오고 있었어.


"저기가 출군가...!?"


난 이끼로 가득한 미끄러운 바닥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지.

그런데 그 순간,


[ 툭- 데구르르르... ]


내 등 뒤에서 돌멩이가 발에 차이는 소리가 들려왔어.

깜짝 놀란 내가 급하게 뒤를 돌아봤는데 그곳엔 아무도... 아니, 아무것도 없었어.


"혹시, 거기 누구 있어요?"


당연하게도 어둠 속에서는 내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지.


'내가 잘... 못 들었나?'


그렇게 생각한 내가 다시 하얀 점을 향해 한 발 두 발 나아가고 있을 때,

딱 한순간 내 발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 척! ]


바닥에 발이 닿을 때 나는 소리가 아주 또렷이 내 귀에 들려왔어.


"누... 누구야?"


놀란 난 다시 한 번 급하게 뒤를 돌아보면서


"나와! 나오라고! 빨리 안나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 달칵- 달칵- ]


어둠 속에서 뭔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어.


"뭐... 뭐야?"


난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쪽을 집중해서 응시했지.


[ 달칵- 달칵- 달칵- 달칵- ]


뭔지 모를 소리에 홀려 내 발이 제멋대로 힘들게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 파앗! ]


밝은 불빛이 내 얼굴을 정면으로 비췄어.


"아앗!"


난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순간,


"도... 와..."


뚝뚝 끊기는 목소리가 아주 작게 들려왔고,


"주... 세... 요..."


그 기분 나쁜 목소리가 내 귀에 조금 더 선명해졌을 때,

난 확신했어.


"이런... 시... 시발..."


나 몰래 내 뒤를 계속해서 쫓고 있었던 어둠 속의 존재가

분명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다는 걸!


난 식은땀을 흘리면서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고개를 돌렸어.

내 얼굴을 비추고 있던 불빛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


"아...!"


처음이었어.

내 몸에 있는 모든 털이 쭈뼛 서는 그 느낌.


"죽... 고... 싶... 지..."


어둠 속의 존재... 그것은 손전등 불빛으로 자신의 불어터진 얼굴을 비추면서

점점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어.


"으... 아윽..."


난 충격과 공포로 굳어버린 다리를 어떻게 해서든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내 다리는 미친 듯이 떨기만 할 뿐 조금도 움직여지질 않았어.


"제발 좀...!"


그것의 퉁퉁 부은 손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면서


"않... 아..."


내 눈 바로 앞에서 쥐었다 폈다를 빠르게 반복하는 순간에는

두려움에 정신이 다 혼미해지더라.


눈물이 쏟아지면서 울음이 막 터져 나오려는 그때,


[ 우왕- 우와왕- ]


그 기괴한 소리가 다시 한 번 내 귀에 들려왔어.

아까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그래, 가야 해!"


난 정신줄을 부여잡고


"어서 여기에서 나가야..."


있는 힘을 다해


"해... 이... 이익..."


이를 악물면서 다리를 뒤로 움직여봤어.

그러자 조금 전까지는 바닥에 박힌 듯 꿈쩍도 하지 않던 내 다리가 아주 살짝 움직여지더라고.


"도... 와... 줘..."


불어터진 얼굴의 그것이 퉁퉁 부은 손으로 내 얼굴을 움켜쥐려는 순간,


"으아아아악―!!!"


난 그것을 향해 기합과 같은 비명을 지르면서 있는 힘껏 뒷걸음을 쳤고,

다행히도 아슬아슬하게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어.


[ 탁! 탁! 탁! 탁! ]


난 달렸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눈앞의 하얀 점을 향해 정신없이 내달렸어.


[ 헉! 헉! 헉! 헉! ]


가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나를 압살할 것만 같았지만


"썅...!"


난 잠시도 멈추지 않고 내 다리와 팔을 앞뒤로 계속 움직였어.


내 뒤에서 어지럽게 춤을 추면서 한참이나 날 쫓고 있던 불빛이

천장의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움직임을 딱 멈춘 순간,


"어?"


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 뒤를 돌아봤어.

그것은 어둠 속에서 손전등 불빛을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만 비추고 있었어.


"뭐야 대체...?"


타다다다닥! ]


갑자기 들려온 소름 끼치는 소리에 놀란 내가 다시 앞을 돌아봤을 때,


타다다다닥! ]


불빛이 비추고 있는 천장에 누더기를 걸친 여자 귀신이 거꾸로 매달린 채로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빠르게 기어오고 있었어.

살벌한 얼굴로 나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어딜..."


그 귀신은 너무 무서워서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던 나를 향해


"가아아악─"


찢어진 입을 크게 벌렸어.


"으악!"


그제야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급하게 고개를 숙였고,

정말 간발의 차로 간신히 그 귀신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피할 수 있었어.


"이야아아아악─"


나를 놓치고 분해서인지 잔뜩 흥분한 귀신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고,

그 소름 끼치는 소리에 정신을 바짝 차린 난 다시 하얀 점을 향해 허겁지겁 발을 옮겼어.


"멈춰어어어어"


고막을 찢어발길 것만 같은 귀신의 비명과


"도... 죽... 와... 고... 주..."


내 발을 자꾸만 붙드는 그것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난...


[ 이러누와! 주우누야아- ]


하얀 점을 향해 손을 뻗었고,

하얀 점에 내 손이 닿은 그 순간에 내 몸이 그 점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가더니


"준우야, 일어나! 야, 제발... 눈 좀 떠봐!"


날 애타게 부르는 니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 2 -


"뭐? 내 목소리!?"


"어!"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를 걸어와 자신이 어젯밤에 꿨던 꿈 얘기를 하고 있는 이 녀석은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만나 20년을 넘게 사귀어온 내 절친 준우다.


"그래, 니가 펑펑 울면서 날 내려보고 있더라니깐."


"뭐? 내가... 널 보면서 울고 있었다고!?"


"어."


"널 보면서... 내가 눈물을 펑펑!?"


"그렇다니깐!"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ㅋㅋㅋㅋ 돌았냐? 아무리 꿈이라도 그렇지. 내가 겨우 너 따위 껏 때문에 내 피 같은 눈물을...!"


"야, 이건 꿈 아닌데."


"응? 뭔 소리야? 이거... 어제 니가 꾼 꿈이라며?! 새끼야, 잠 덜 깼냐?"


"아니, 꿈에서 본 건 맞는데. 니가 울면서 날 내려보고 있었던 거 말이야.

 너, 기억 안 나?"


"뭐? 내가 언제...?"


"우리 수능 끝나고 성심여고 축제에 초청받아서 태권도 시범 시연했던 날 있었잖아.

 그날 너랑 나랑 대련하다가 내가 니 뒤돌려차기 맞고..."


"아!"


기억났다.

19년 전 그날, 여자 애들 앞이라고 잔뜩 힘이 들어간 내가 약속과는 다르게 배가 아닌

준우의 얼굴로 뒤돌려차기를 해서... 그걸 정통으로 맞은 준우가 10분 정도 기절했던 적이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준우의 따귀도 때려보고,

어설프게나마 교련 시간에 배웠던 심폐소생술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난 겁이 났다.

나 때문에... 혹시나 준우가 잘못될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 무대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어나! 준우야- 준우야, 일어나! 제발... 눈 좀 떠봐! ]


준우의 이름을 계속 부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10년 같았던 길고 긴 10분이 지난 후에... 준우는 눈을 떴다.

난 그런 준우를 내려다보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고,

그때, 내가 준우를 안았는지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여하튼! 정말 다행스럽게도 준우는 그때나 지금이나 건강하게 멀쩡히 잘 살고 있다.


"야, 진짜 미안하다. 그날은 내가 여자 애들 앞이라고 너무 폼을 잡다가 그만...!"


기억이 다시 떠오르자 자책감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가득 밀려들었다.


"그건 됐고! 필성아, 근데... 아무래도 내가 그때... 거길 다녀왔던 것 같아."


"응? 뭐라고?"


"내가 꿈속에서 봤던 것들이... 기절해있던 동안에 내가 실제로 경험했었던 일 같다고."


"인마, 그게 뭔 개소리야?"


"아니, 이게 진짜 너무나도 생생해서...!"


"야, 기억 안 나?

 너 그때... 넌 니가 기절했던 것조차도 아예 기억을 못했었어."


그랬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준우는 우리 학교에서 성심여고로 가는 버스에서 내린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날 하루를 준우와 함께 보냈던 내가 그 이후의 일들을 하나하나 준우에게 얘기했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준우는 그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기는 한데... 사실은 말이야... 내 이마에..."


"야, 됐고! 나머지는... 우리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자.

 나 이제 출근 준비해야 돼."


"아! 오케이~ 알았어. 그럼, 우리 조만간 만나서... 소주 한잔하자고."


"어, 그래."


그렇게 준우와 통화를 마치고, 난 샤워를 하면서

얼마 전 TV로 시청했던 뇌 과학자의 강연을 떠올렸다.


[ 우리의 뇌는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이건 우리 뇌의 자동 기능이라 부정할 수가 없다.

  기억이 안난다! 기억에 없다! 기억을 지웠다! 라는 건...

  심리적인 영역일 뿐이지 절대로 과학의 영역은 아니다. ]


그 뇌 과학자는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라고 했다.

그리고, '꿈이나 상상도 결국 우리의 기억에 기반한다!' 라고도 했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준우가 꿨던 꿈은... 준우가 생각하는 대로

준우가 기절해있는 10분 동안 그가 다녀왔던 저승에 대한 기억이었을까?

불어터진 얼굴로 준우를 향해 퉁퉁 부은 손을 내밀었던 그것은 이승에 미련이 남은 망자이고,

준우가 하얀 점으로 가려는 걸 막으려 했던 귀신은 저승의 문지기라는 <마누> 였을까?

그리고, 하얀 점을 통해 들려오던 그 목소리는 이승에서 그를 애타게 불렀던 내...


"말도 안돼."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진짜 어이가 없었다.


"필성아, 인마! 정신 차리자!

 너까지 그러면 어쩌자는 거야...?"


난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바쁜 일상을 소화해내느라 이 이야기 자체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봐봐. 내 이마에... 이 흉터 보이지!?"


준우의 이마에 있는 흉터가...


"난 이 흉터가 언제 생긴 건지... 전혀 모르겠다니깐."


날카로운 뭔가에 베인 것 같은 그 흉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가 슬프게도 요즘 이마가 점점 넓어지면서 얼마 전에 발견했는데...!"


내 이마에도 똑같이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에는 없지만…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나를 우리 막내 외삼촌이 구해줬다는 얘기는 수십 번도 넘게 들었다.


"그때 그 귀신이 나를 향해 입을 쫘악─ 벌렸을 때,

 그 귀신한테 진짜 날카롭고 기다란 이빨이 하나 있었는데...

 난 이 상처가... 내가 그걸 피하다가 스치면서 난 상처가 아닐까 싶은데...!?"


준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듣고만 있는 내 눈치를 보면서 말끝을 흐렸어.


"야, 내가 너무 과했지!? 술맛 떨어지게시리...

 어여 잔 들어! 우리 오랜만에 만났으니깐 오늘은 이 엉아가 노래방까지 풀코스로...!"


"어땠어?"


"어? 뭐가?"


"그 꿈 말이야... 그때... 어땠냐고?"


"아...!"


내 물음에 준우는 들고 있던 잔의 술을 한 번에 털어 넣으면서 얘기했어.


"정말 끔찍했어. 그 꿈... 진짜 두 번 다시는 꾸고 싶지 않아."


"아! 그 정도로…!?"


"응."


난 내 손에 들려있던 술을 입에 털어 넣고,

내 이마에 있는 흉터를 만지면서 기도했어.


'제발... 난 아니기를...!'


출처 https://mela0408.posty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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