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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
게시물ID : panic_1021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1세기인간(가입:2020-04-04 방문:57)
추천 : 3
조회수 : 11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1/14 15: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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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규는 오늘 자살하기로 했다. 컴퓨터의 모든 인터넷 기록을 지웠고, 방을 깨끗이 청소했다. 아빠는 출장을 가 집에 없었고, 그를 특별히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새벽 4시, 모두가 자는 틈을 타 야산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그의 주머니에는 버스비 960원과 단단한 밧줄이 들어있었다.


  “아니 학생, 새벽 4시에 무슨 일이 있길래 버스를 타?”


  버스 기사의 물음에도 그는 침묵을 지켰다. 후줄근한 옷의 주머니에서 버스비를 꺼내 내려고 하는 그때, 청소년 요금은 980원이라는 문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은 960원이 전부, 20원이 부족했다. 그는 탄식했다. 겨우 20원 때문에 그는 자살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아니 학생 안타?”


 그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동네 뒷산에서 그냥 죽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뒷산은 어린이들도 올라가서 노는 곳인데, 그런 애들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면 안 되지.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거 보면 커서 나처럼 돼.’


 하지만 그렇다고 전에 자살하기로 했던 야산까지 걸어가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일부러 집과 먼 거리의 야산을 골랐기에 그랬다.


 ‘20원이 없네, 20원이. 20원이 없어서 오늘 못 죽겠다.’


 반드시 오늘 죽기로 다짐했건만,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자 그는 분했다. 신이라는 놈은 왜 죽을 때도 자기 인생을 방해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동네 뒷산이라도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자고 그는 생각했다.


 동네 뒷산 입구에는 심어진 지 몇백 년이 되었다는 우람한 나무가 서 있었다. 이은규도 어릴 적에, 엄마를 따라 나무에 소원을 빌어본 적 있었다. 엄마는 그가 커서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빌었고, 그 소원은 오늘 일로 미루어봤을 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이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내쉬며 이은규는 그 나무를 바라보았다.


 [이 나무는 중국 명나라 사신이 심고 갔다고 알려졌으며….]


 역시 중국산이어서 효능이 안 좋았구나, 오래전에 세워진 듯 녹이 슨 안내 표지판을 바라보며 이은규는 생각했다. 어느덧 해가 뜨기 시작한다는 걸 발견한 그는 동네 뒷산을 둘러보는 것도 포기하고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 긴 시간 동안 그의 인생사가 스쳐 지나갔다. 엄마와 어릴 적 놀러 다닐 때의 기억, 7살 때 즈음 엄마가 집에 안 돌아와서 펑펑 울었던 기억, 아빠한테 기타 사는 걸 들켰다가 죽도록 맞았던 기억, 학부모참관수업 때 아무도 안 와줘서 속상했던 기억, 사람들한테 대놓고 무시당한 기억.


 20원이 필요했다. 도저히 오늘 죽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누가 동전을 떨어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주변은 훤했다. 새벽하늘의 모호함이 우거진 나무를 감돌고 있을 뿐이었다.


 차라리 소원이라도 빌자고, 그는 생각했다.


 “제발 20원만 주세요. 딱 20원만 있으면 돼요, 나무님. 제발 20원만 주세요.”


 그는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이 나무에 와서 소원을 빌었지만 단 하나의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은 사업 번창이나 수능 만점 같은 소원을 장난식으로 빌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고작 20원이었다. 고작 20원 때문에 그는 어느새 무릎까지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쨍그랑.


 하늘에서 10원짜리 동전 두 개가 떨어졌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 동전을 집었다. 정말 소원이 이루어졌다. 깜짝 놀란 그는 혼잣말했다.


 “진짜 이런 게 있는 거였어?”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나무는 대답했다.


 [그렇다]


 놀라 어리벙벙한 표정의 그를 어디선가 바라보고 있는 듯 나무는 말했다.


 [소박한 소원을 그렇게 절박하게 비는 사람은 처음이구나. 이참에 네 엄마가 이전에 빌었던 소원을 안 들어준 걸 사과하마. 대신 이제부터 그 소원을 들어주겠다.]

                                                                                                                            .

                                                                                                      한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

                                                                                                                            . 

 [나이가 어떻게 되나.]


 갑자기 들이닥친 신비스러운 상황에 그는 말을 더듬었다.


 “고, 고 3이요.”


 [수능이 한 달 남았는데, 생각해낸 게 겨우 죽는 건가.]


 나무가 자기를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는 화를 냈다.


 “엄마가 사라진 이후로 제 인생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는걸요.”


 [그럼 능력을 주겠다. 한 달 만에 세상을 바꿔봐.]


 그는 그 능력이 뭔지 나무에게 물었으나 나무는 더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받았던 불공평한 대우를 이겨내고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아까 받았던 20원이 어딨는지 확인해보았다.


 없어졌다. 나무와 이야기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손바닥에 있던 20원을 놓아버렸다. 주위를 둘러봐도 20원은 찾을 수 없었다. 이럴 바에, 세상을 놀라게 해줘야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

.

.

 도대체 무슨 능력을 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투명, 공간이동, 텔레파시 등의 능력들을 여러 번 시도해봤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어쩌면 나무가 거짓말을 한 걸지도 모른다고, 아니 어쩌면 나무는 그저 자신의 환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수능 대비 개념서와 문제집을 사기 위해 서점에 들른 뒤 집에 오는 길에, 새벽부터 일어나있었던 탓에 피곤했던 그는 한쪽 눈을 깜박였다. 그 순간, 그의 몸이 굳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오직 생각만 할 수 있었다. 한쪽 눈으로 바라보니 그뿐만 아니라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그는 다시 한쪽 눈을 깜박였다. 다시 세상은 시작됐다. 


 ‘인생 일시 정지 버튼을 주셨구나’


 수능이 한 달 남은 관계로 그는 일시 정지 버튼을 이용해 공부에 나섰다. 이왕 영원히 세상을 멈출 수 있다면, 한 달은 한 달이 아니고, 시험시간은 시험시간이 아니게 된다. 그는 단어장을 편 뒤 시간을 멈추고 외운 다음, 다시 시간을 재생시키고 책을 넘기는 방식으로 10분 만에 몇백 단어를 외울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초등학교 수준이었던 그의 실력은 고등학교 수준까지 올라섰다. 또다시 일주일이 지나자, 다른 학생들이 반년 동안 배울 내용을 학습할 수 있었다. 물론 그로서는 일주일이 일 년 같을 정도로 길고 지루했겠지만, 다른 사람 처지에서 그는 이상하게 보였다.


 “왜 쟤는 책을 30분마다 바꾸는 거지?”


 “공부 못하는 애들이 꼭 저래. 있어 보이려고 대충 보고 끝내는 거지.”


 시험장에서 그는 한 문제를 가지고 영원히 고민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 때문에 틀리는 문제를 그는 전부 맞출 수 있었고, 안 풀리는 문제는 풀 때까지 머리를 굴려서 풀어냈다. 그는 20분 만에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었고, 남은 시간 동안은 계속 재검토에 나섰다. 10번 정도 재검토를 했을 때, 시험 시간이 끝났다.


 그런데도 부족한 지식은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는 몇 문제 정도를 틀려버렸다. 전교 꼴찌를 앞다투던 그가 지역 1위 수준으로 올라가자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천재’라는 단어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는 경향이 짙으므로, 그는 ‘재능충’이라 불렸고 머리만 믿고 노력을 안 한다고 비난받았다.


 무난하게 상위권 대학에 지원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면접관의 곤란한 질문을 일시 정지 버튼을 이용하여 손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물론 한 달 만에 세상을 바꾼 찬란한 이야기에 모두 속아 넘어간 탓이겠지만, 대기업을 들어가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여자친구의 곤란한 질문 또한 손쉽게 대답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사회생활은 편했다. 뭔가 화나는 일이 생기면 그저 시간을 멈추고 화를 참으면 해결되었다. 일시 정지를 한 뒤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인생을 재생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다혈질임에도 불구하고 남들 보기에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저런 사람은 이길 수가 없다니까?”


 “자기가 좋은 유전자 물려받았다고는 생각 안 했겠지?”


 남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회사 업무를 끝마치는 그에게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이어졌다. 그들은 남몰래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천재’였기에 절대 실패하지 말아야 했다. 남들도 못하는 일을 그가 못해선 안 됐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시간을 일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에게 가진 이미지가 깨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최대리, 이번엔 11분이나 걸려서 이 일을 해냈군. 저번엔 10분이었는데 말이야. 아주 점점 나태해지는구먼!”


 이제 사람들은 그가 조금만 부족해도 그를 욕하기 시작했다. 보통사람들은 1시간 걸려서 할 일을 11분 만에 해도, 이은규가 하면 그건 ‘나태’로 치부되었다.


 “이은규 대리, 요즘따라 까칠해지지 않았어? 예전에는 화내면 그냥 예, 예 하더니 요즘엔 한숨도 쉬더라. 요즘따라 머리를 자꾸 긁어대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은 그가 조금만 화를 내도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이 변해버렸다며 그를 욕했다.


 “이은규 대리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하네. 저런 사람이 나보다 좋은 대우 받는다는 게 말이 돼? 난 평생을 노력해서 이 직장 왔는데….”


 그는 누구보다 노력했지만, 아무도 그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화 잘 내는 사람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착한 사람이라 정의했다. 겉과 속이 다른 그의 모습, 그렇게 그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그 주위에는 그에게 기생하려는 사람들만 득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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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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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고민이 생긴 그는 나무에게 찾아갔다.


 [대기업 들어갔다며? 한 달 동안 엄청난 노력을 했더라. 내가 세봤는데 시험공부 할 때 일시 정지한 시간이 일 년이 넘어.]


 그에게 친밀감을 느꼈는지, 나무의 근엄한 말투가 사라졌다.


 [뭐, 네 엄마 소원 이 정도면 들어준 거지?]


 “글쎄요, 전 행복한 것 같지 않은데요.”


 [좋은 직장에, 좋은 여자에, 좋은 능력까지 있는데 그게 왜 성공한 게 아니야?]


 “전 예수가 돼버렸어요. 이제 제가 조금만 못해도 다들 한물갔다고 하고, 조금만 화내도 속물이 되어버렸다고 해요. 타부서 업무까지 제가 도맡아서 일하는데, 사람들은 나태하다고 손가락질하고 아무도 제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르죠.”


 나무는 오랫동안 고민하더니 말했다.


 [좋은 대우를 원하는구나. 많은 돈을 갖게 해줄 테니 일은 쉬는 거 어때?]


 “제 아내는 일 잘하는 모습에 반했데요. 제가 일을 그만두면 주위 사람들은 머리만 믿고 게으르게 산다고 욕하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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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간 그가 다음날 일어났을 때, 놀란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옛날에 이 주식 산 적 있어?”


 “응?”


 [약 10년 전 저희 회사를 투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가가 급상승한 지금, 저희 회사에선 대주주들에게 자율주행 차를 선물로 드리고자 합니다.]


 그의 앞에 놓여있는 것은 고급스러운 편지와 자율주행 자동차였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많이 일하다 보니 평소에 너무 피곤했었다. 그는 자율자동차 안에서 편히 쉬며 회사로 향했다. 머리가 간지러운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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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리, 지금 장난해? 이 대리가 회장님 대접할 때, 중화 음식 준비하라고 해서 했다가 탈탈 털렸잖아.”


 그가 도착했을 때, 회사 분위기는 차가웠다. 애당초 타부서 대리에게 일을 맡겨놓고 책임을 떠미는 옆 부서 김 과장이 이해 가진 않았지만, 그는 침착하게 물었다.


 “중화 음식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회장분이 중국 출생이신데 중화 음식을 준비하면 어떡해. 중국 출생이라는 거, 회장님한테 엄청난 콤플렉스인데 몰랐어?”


 김 과장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하여튼 능력만 믿고 나대다가 이럴 줄 알았어. 회장님 노발대발하시고 차후 약속 캔슬되고 난리 났어. 곧 좌천될 텐데 차라리 퇴직하든가 해라.”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회사 사람 중 그를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건 계약직 직원밖에 없었다. 그가 갖춘 엄청난 능력은, 회사 사람들에겐 승진에 대한 강한 부담을 주었다. 그가 떠난다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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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주식 가치를 계산해보았다. 적어도 몇억은 되는 금액이었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대기업에서 좌천당해 작은 회사로 오게 된 그는 적은 월급과 많은 업무에도 꿋꿋이 버텨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자율주행차가 있어서 편했다. 기술은 역시 인간을 위한 거라고, 기술이 없었을 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운전하면서 


 어느 날 그에게 상사가 물었다.


 “대기업에서 왔다 했지? 역시 은규 씨 일을 잘해.”


 “근데 자율주행차 타고 다니더라?” 


 “네, 어디서 선물을 받아서….”


 “은규 씨 언제 어떻게 출근하지?”


 “7시에 차 타서 9시까지 출근합니다. 집에서 회사까지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럼 앞으론 5시에 차 타고 7시까지 출근하게.”


 “예?”


 "은규 씨 언제 어떻게 퇴근하나?"


 "보통 6시에 퇴근해서 8시에 집에 도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8시에 퇴근해서 10시에 집에 도착하게."


 "아니 그럼 잠은 어떻게 잡니까?"


 “잠은 차에서 자면 되잖아. 자율주행이라며. 안 그래도 7시에 출근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8시까지 회사에 남을 사람도 필요했는데, 은규 씨가 하면 되겠다, 그렇지?”


 그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의 걱정스러운 연락은 뿌리치고, 그는 마음 내키는 대로 달렸다.


 양화대교였다. 그는 어느새 양화대교 위에 올라서 있었다. 차가운 강물이 흘러가는 걸 지켜보며 그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내가 행복한 인생인가? 돈도 많고 좋은 아내가 있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데, 왜 행복하지 않지?’


 그는 뛰어내렸다. 그러나 뛰어내리자마자 죽음에 대한 공포만이 그를 에워쌌다. 그는 아까와는 다르게 시간이 멈추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시간이 멈춰지지 않았다. 그의 능력은 희미해졌다. 강물로부터 몇십 cm 위 지점에서, 드디어 시간이 멈췄다.


 그의 몸이 굳었고, 시간과 밤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멈췄다. 잠시의 침묵 뒤, 탄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난 돈도 주고 능력도 줬는데, 왜 이렇게 불행해 하지?]


 “돈도 기술도 능력도, 인간을 위한 게 아니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소원은 들어줄게. 환생했을 때 넌 정말 행복하게 살게 될 거야.]


 바람이 다시 세차게 불었다. 풍덩. 그리고 한 젊은이가 차가운 강물에 빠져 죽었다. 그의 아내를 제외하고 그 죽음에 슬퍼하는 사람은 딱히 없었으며, 그의 재산은 죽기 전 그의 말-20원만 남기고 모두 기부해달라-에 따라 상속되었다. 그의 나이는 겨우 32세였다.


 그리고 32년 전, 그가 태어남과 동시에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났다. 나무가 이은규를 정말로 환생시켜준 것이다. 그는 32년 전 머릿니로 환생했다. 그는 열심히 일만 하는 이은규의 머리에 기생해 살았다. 항상 일만 하는 이은규의 땀 묻은 피는 맛있었다. 그는 자손을 낳았고 나이 들어 편안히 눈을 감았다. 그는, 행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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