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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화장실 들의 파업(remaster)
게시물ID : panic_1021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가입:2020-11-12 방문:49)
추천 : 0
조회수 : 6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1/23 21: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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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일빌딩 4층, A 회사 총무팀.


A 회사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총무팀의 김 과장이, 비품창고 추가 신설에 관한 내용을 회사 사장에게 간략히 보고했다.


A 회사 내에서 보관해야 할 중요한 물품들이 많아지면서 현재의 총무팀 공간만으로는 모자라, 4층 통로 구석에 있는 남성 화장실을 비품 창고로 개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회사 3층에 많은 사람이 용무를 볼 수 있는 큰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총무팀 말고는 솔직히 직원들이 별로 이용하지도 않는 구석의 작은 화장실을 차라리 비품창고로 개조하자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평소에 굵직한 사업 내용 이외 소소한 회사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김 과장에게 모두 일임해 온 터라, 사장이 과장에게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는 것으로 보고가 깔끔히 마무리되었다.


그리하여 회사 직원들에게 4층 남성 화장실의 폐쇄에 대한 전체 회람을 먼저 돌리고, 이번 달 말 비품창고로 사용하기 위한 개조 공사를 진행키로 총무팀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마무리지었다.



*


김 과장이 주말을 이용하여 회사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었던 개인 짐들을 집에 옮기기 위해 9살 아들과 같이 회사 사무실에 방문하였다. 짐들을 옮기는 것과 더불어 비품창고로 옮길 짐들도 어느 정도 파악을 해두기 위함이라,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을 예상하여 토요일 아침부터 아들과 같이 사무실에 나온 것이었다.


한 3시간 정도 정리를 다 마치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기 위해 4층 코너의 남성 화장실로 먼저 들어갔다. 오전이라 어둡기도 하고 하여 화장실 안의 전등 스위치를 ‘온’ 하였는데, 문 앞쪽으로 2개, 뒤쪽으로 2개가 달린 화장실 천장 등이 전부 안 켜지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갑자기 정전인가?’


김 과장은 다시 화장실 문을 나가서 총무팀 사무실 쪽을 바라보았다.


‘사무실은 지금도 불이 켜져 있는데? 그럼 천장 등의 전구들이 동시에 수명을 다했단 말인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찰나, 김 과장이 아들이 뒤늦게 들어와 전등 스위치를 다시 ‘온‘ 하자 화장실 천장 등이 환하게 들어왔다.


‘허, 참…. 내가 아침을 안 먹고 나와서 잠시 착각을 했나?’


김 과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하고 짐 작업으로 지저분해진 손을 씻기 위해 세면대에 달린 수도꼭지 손잡이를 위로 올렸다.


‘엥?’


물이 콸콸 나와야 할 수도꼭지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옆에서 멀끔히 보고 있던 그의 아들이 김 과장 쪽으로 와서 수도꼭지 손잡이를 다시 내렸다. 위로 올리니, 이번에는 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이었다.


김 과장이 그걸 보고는 수도꼭지 손잡이를 바로 다시 내렸다. 위로 올리니 이번에는 또 물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으악, 환장하겠다.’


김 과장이 순간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9살 초등학생인 아들이 깔깔 웃으며 김 과장을 한바탕 놀려댔다.


“아빠? 여기 화장실한테 뭐 크게 잘못한 거 있어? 있으면 빨리 사과하는 게 아빠 신상에 좋을 거야. 히히히”


아들놈 말하는 것이 꼭 스릴러 영화에 나오는 영화배우 같다고 생각하며, 김 과장은 손을 대충 씻고 물기를 말리기 위해 화장실 벽에 붙어있는 손 드라이기에 손을 갔다 대었다.


‘음~’


아니나 다를까? 손 드라이기 역시 감감무소식 이었다.


김 과장은 이번에도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자신은 뒤로 물러나고 아들이 씻은 두 손을 손 드라이기에 갖다 대자, 윙~ 소리를 내며 뜨거운 바람이 아들 손으로 불어오기 시작했다.


김 과장은 너무 놀라서 그만 화장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아까 김 과장에게 '깔깔' 웃으며 놀린 꼬마 영화배우의 말은 정확했다. 회사 창립 이래로 4층 통로 구석에서 그동안 자기 맡은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온 회장실에게, 하루아침에 갑자기 없애버리겠다고 통보를 하니 분명 나에게 화가 단단히 나고, 남모를 배신감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김 과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 화장실 출입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쳤다.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화장실 출입문은 아예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장실 안의 모든 집기류들이 제발 다시 일하게해달라고 김 과장에게 계속 소리치는 것 같아 마음이 제법 좋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뒤에 보고 서 있던 꼬마 영화배우가 나서서, ‘미안해’ 라고 한마디 외친 후에야 비로소 화장실 출입문을 열어 재낄 수 있었다.


*


김 과장이 주말에 회사에 나왔다가 4층 남자화장실에서 혼쭐이 난 이후, 총무팀에서는 내부 논의를 통해 4층 화장실 대신 직원 조합사무실이 설치된 7층의 남자 화장실을 비품창고로 사용키로 방침을 급히 바꾸었다.


사실 내부 논의라기보다는 주말 사이에 갑자기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김 과장이 갑자기 비품 창고를 4층 대신, 7층 화장실 자리에 설치 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기 시작했다. 이번 기회에 직원들이  노, 사 협의회 때나 간간히 사용하는 7층 화장실을 창고로 변경하는 것이 공간 활용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였다.


김과장이 왜 갑자기 저러는 지 부하 직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사장에게 비품 창고를 7층 화장실로 다시 변경하겠다는 보고서를 부랴부랴 작성하였다.


그리하여 A 기업의 비품창고는 최종, 7층 남성 화장실로 낙점되어 공사를 하게 되었고,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7층 남성 화장실을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전체 회람이 직원들에게 다시 공지되었다.


*


다음날.


사장이 7층의 조합사무실에서 분기마다 개최되는 노, 사 직원 직장간담회에 위원장으로 참가하였다가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 회의 중간에 사무실을 나와 통로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날씨가 많이 흐려 화장실 내부가 어둡기도 하여 화장실 안의 전등 스위치를 ‘온’하였는데, 문 앞쪽으로 2개, 뒤쪽으로 2개가 달린 화장실 천장 등이 전부 안 켜지는 것이었다.


‘이상하네? 갑자기 정전인가?’


사장은 그 이유를 차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픈 배를 움켜잡고 첫 번째 좌변기 칸막이 문을 잡아당겼다. 안에는 분명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데, 칸막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차례대로 3개의 칸막이 문이 모두 그랬다.


얼굴이 새빨개진 사장은 자신의 큰 용무에서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마침, 직장간담회가 종료되자 사무실에서 흩어져 나온 몇몇 직원들이 사장이 있을지도 모르는

7층 화장실로 용무를 보러 들어갔다. 

 

그러고 나서는...


[찰칵]


화장실 문이 안에서 저절로 잠겼다.

주꾸려 앉아 있는 사장과, 들어온 직원들의 얼굴이 동시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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