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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귀 - 5장. 경비대
게시물ID : panic_1021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3
조회수 : 5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2/07 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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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너 일한지 얼마나 되었지? 4년이든가?”

 

경비대장의 말에 기령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5년쯤 되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뭐 힘깨나 쓰고 빠릿빠릿하니 잘할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리 내 꽁무니까지 훅 치고 올지는 몰랐지. 참 물건이란 말이야. 5년만에 부대장을 달았단 말이지?”

 

투덜대는 듯한 말투였지만 기령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대답했다.

 

전 부대장님이 가족을 돌보겠다며 그만두신 덕에 거저 얻은 자리입니다.”

 

가족은 무슨, 결국 그놈도 찜찜한 일 하기 싫었던 게지. 더러운꼴 보며 돈 모을만큼 모았으니 슬쩍 발 빼겠다는거 아냐? 뻔한 이야길...”

 

경비대장은 투덜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늘상 있는 일인 듯 기령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일 이야기를 꺼냈다.

 

이장님께서 몇가지 지시를 하셨습니다. 먼저, 방벽 보수관련한 일인데...”

 

아 됐어 됐어. 이장님 신임을 한몸에 받는 우리 부대장님이 알아서 잘 처리하시겠지. 네가 적당히 정리하고 결과나 알려줘.”

 

경비대장은 귀찮다는 듯 기령의 말을 끊었다. 특별히 비아냥 거린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일을 떠넘기려 한 말인걸 기령도 알고있었지만 이번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 제가 잘 처리하고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다만 오해는 안하셨음 좋겠습니다. 제가 이장님과 가까이 지내며 따로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전 그저 마을을 위해...”

 

알아. 나도 안다고. 그냥 내가 귀찮으니 네놈한테 떠넘기는 거야. 아무도 네가 특혜 받았단 생각 안해. 다들 네놈이 이악물고 열심히 뛰어다니는거 아니까 불만 있는놈도 없고. 됐으니까 가봐.”

 

경비대장의 말에 기령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물러났다.

 

그런데 말이야.”

 

기령이 나가려는 찰나, 등뒤에서 경비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여나 주제 넘어가게 내 자리를 넘본다든가 하는날엔 서로 피곤해 질테니까 적당히 해. 내가 어떤 놈인지는 너도 잘알지? 지금 이 상태가 딱 좋으니 더 욕심부리지 말라고.”

 

잠시 멈춰서있던 기령은 대답 없이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경비대에 있는 5년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경비대장의 제멋대로식 일처리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기령은 기령만의 신념을 지키며 온몸이 부서져라 노력했다. 그 결과 이장이 뒤를 봐주는 무식쟁이놈 이란 이미지를 벗어나 부대장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운도 따라주었지만 기령은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것 같아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경비대장은 성격상 귀찮은 일 대부분을 기령에게 넘기고 자신은 적당히 시간만 떼우기 일수였다. 이장 역시 이 사실을 알기에 어느 순간부터 대부분의 일을 기령과 상담했다. 경비대장은 그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본인 일이 줄었으니 반기는 기색마저 있었다. 얼핏 한심해 보일 수 있으나 기령은 경비대장을 절대 얕잡아 보지 않았다. 이장의 말에 따르면 그가 보는 것처럼 그저 맹하고 게으르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왜 모르겠나? 경비대장이 신념도 없고 게으른데다 욕심까지 많은자란건 잘 알고있네. 그럼에도 경비대장이란 중요한 직책을 준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네.”

 

이장의 말이었다. 처음 동굴에서 보았듯이 이장 역시 경비대장을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묵인해 주고 있지만 이장의 신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기에 당연했다. 그럼에도 이장은 그런자를 경비대장 자리에 올려놓고 유지시키고 있었다. 그건 경비대장이 자신이 가진 단점을 감수할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비대장은 장군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자일세. 지금이야 성질 고약한 한량처럼 보이네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본인 능력을 보여줄게야. 난 모든 상황을 대비할 것이네. 역병의 대비 뿐 아니라 역귀에 대한 대비도 해야지. 지금이야 평화롭지만 언젠가 선혈이 낭자하는 치열한 싸움이 있을지도 모르네. 그때를 대비한 무기가 바로 경비대장이지. 나중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수 있을걸세. 적당한 자리와 적당한 대우만 해주면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테니 때가 될 때까지 자네가 주의 깊게 감시하게. 실질적인 경비대는 기령이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알고 있지 않은가? 자네는 우리 마을에 없어선 중요한 인재야. 이번에도 자네를 믿도록 하겠네.”

 

부대장 자리를 맡게 된 날 이장이 해준 이야기였다. 경비대를 이끌어 마을을 지킨다. 처음 경비대에 들어간 그날부터 이루고자 했던 일이었다. 예전엔 그저 타성에 젖어 영혼 없이 일을 처리하던 경비대였지만 기령은 몸소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신념을 전파했다. 경비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마을의 안전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지. 물론 감화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런 이들은 다 떠나거나 은퇴하였고 남은 이들은 자신처럼 신념과 정의감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특별조는 물론 일반 경비대원 까지 기령과 같은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경비대장만은 예외였다.

 

기령은 경비대장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내 자리 탐내지 말고 주제에 맡게 행동하라는 말. 경비대장 성격과 같이 직설적인 경고였다.

 

게으른 돼지새끼 주제에...’

 

이장의 말도 있고 기령이 이미 실질적으로 경비대를 통솔하고 있으니 크게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현 경비대장의 한심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씩 열불이 올라오곤 했다. 이장의 당부 때문에 우선 지켜보겠지만 기회만 온다면 주저없이 경비 대장을 내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는 그곳에 있을 자격이 없는 자였다.

 

부대장님!!”

 

그때 멀리서 경비대 한명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일이냐?”

 

기령의 말에 경비대가 다급히 외쳤다.

 

역귀입니다! 역귀가 내려와 마을로 들어오려 하고 있습니다!”

 

기령은 더 들을 것 없다는 듯 경비대를 따라 현장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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