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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귀 - 13장. 무기
게시물ID : panic_1021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4
조회수 : 64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2/16 14: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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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일반경비대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귀들은 마을 안으로 막 들어서고 있었다. 단단한 나무문을 부수고 들어온 역귀는 넷. 분명 최후의 역귀들일 것이다. 그 한가운데 두억시니가 있었다. 다른 녀석들 역시 역귀 중에선 체구가 상당히 큰 편이었지만 두억시니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큰 덩치를 자랑 하고 있었다. 여러명의 시체가 한데 뭉쳐 있어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에 어울릴만한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네 마리의 괴물들이 한데 모여 주는 중압감은 적지 않았다. 그에 반해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토벌대는 고작 십수명에 불과 했다. 그마저도 피로감과 크고 작은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다. 두억시니는 이런 사실을 알고 정면으로 공격해 들어온 것일까?

 

 

대장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지금 남은 토벌대만으론 절대 불가능 합니다. 아무래도 경비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듯 합니다.”

 

 

보통이라면 일반 경비대원은 모두 물러나서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 명령했을 것이다. 토벌하는 모습을 보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게 뻔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토벌대만으로 역귀 넷을 한번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간접적인 지원을 받아야 했다.

 

 

경비대들은 외곽에서 활로 지원한다. 토벌무기는 가까운 건물안에 배치해서 토벌대들이 쉽게 무기를 조달받도록 하고 일반 경비대 눈에 띄는 일이 없게 해.”

 

 

부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전달했다. 그리고 작은 수레에 실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눈과 입이 봉해진 채 묶여있는 아이는 둘. 그나마 멀쩡한건 한명 뿐이었고 다른 한명은 온몸에 붕대를 감고 꿈틀대지도 못한 채 쓰러져 있었다. 명령에 따라 은밀하게 근처 건물로 옮겨지고 있는 아이들은 역귀 토벌의 성공 여하와는 관계없이 목숨이 끊어질게 분명했다.

 

 

토벌대는 4명씩 짝을 지어서 한놈씩 따로 떨어트려 상대한다. 경비대는 활로 역귀를 견제하면서 토벌대를 엄호한다. 급하게 공격하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상처를 만들어라. 안전하게 조금씩 공격하다보면 역귀는 결국 무너진다.”

 

 

기령은 그렇게 말하며 토벌대와 함께 역귀 앞에 마주 섰다. 그가 들고 있는 검에는 붉은 피가 잔뜩 발라져 있었다. 근처 건물들과 망루 위에서 경비대들이 역귀들에게 화살을 쏘고 있었지만 일반 화살 따위는 역귀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토벌대들에게 시간을 벌어 줄수는 있었다. 네명씩 짝을 이룬 토벌대들은 그덕에 충분히 여유있게 역귀들을 상대 했다. 다들 수많은 역귀를 물리친 베테랑 인지라 뒤틀리고 변칙적인 역귀의 움직임을 차분히 피하며 조금씩 상처를 내고 있었다.

 

 

여유를 가져라. 역귀가 쓰러지기 전에 누구 하나라도 무너지면 순식간에 전멸한다. 첫 번째 역귀가 쓰러질 때 까지 차분하게 상대해라!”

 

 

기령은 심호흡을 하며 눈앞에 있는 두억시니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다른 역귀들처럼 무작정 달려들지 않았다.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지 그저 충분히 거리를 벌리면서 직접적인 부딪힘을 피하고 있었다. 그 덕에 두억시니를 상대하는 토벌대는 여유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녀석에게 치명상을 가하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무기가 얼마나 버틸지...”

 

 

부대장의 말이었다. 아이들의 피가 묻은 칼은 시간이 흐를수록 말라붙고 떨어져 나가 힘을 잃었다. 그러니 늦기 전에 다시 아이를 찔러 피를 보충해야 했다. 보급을 맡고 있는 토벌대 두명이 열심히 움직이며 무기 공급을 해주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모조리 무너져 버릴수도 있었다. 거기다 남은 아이들이 다 죽어버리면 그땐 꼼짝없이 전멸인 것이다.

 

 

걱정마라. 한놈만 무너트리면 된다. 한놈만 잡으면 곧바로 균형이 무너질테니 여유를 가져라.”

 

 

그렇게 대답했지만 기령역시 불안감이 엄습했다. 급하게 공격을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간이 많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기령은 피묻은 칼의 교체를 위해 달려온 보급 담당에게 자신의 자리를 잠시 맡기고는 부대장에게 말했다.

 

 

잠시 토벌무기 상태를 살피고 오겠네. 오래 걸리지 않을거야. 잠시 지휘를 맡아주게.”

 

 

그리고 서둘러 아이들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상처가 있던 한아이는 진작에 숨이 끊어져 거적을 덮고 있었고 다른 한 녀석 역시 출혈이 심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기령은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와 외곽에 있는 경비대 한명을 불러세웠다.

 

 

시간이 그리 많이 않으니 질문은 안받겠다. 지금 당장 마을 사람들이 대피한 곳으로 가서 어린아이를 데려와라. 고아가 있다면 좋고 가난한 가족이라면 돈을 약속해도 좋다. 위험한 일이지만 그만큼의 대우가 있을 테니 능력껏 아이들을 데려 오거라. 시간이 없다. 서둘러!”

 

 

의아한 말이었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에 경비대는 다급히 마을 안으로 뛰어갔다. 기령역시 서둘러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역귀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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