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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
게시물ID : panic_1023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기사
추천 : 5
조회수 : 135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6/21 16: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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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속버스터미널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던 영태의 휴대전화기로 전화 벨소리와 문자가 계속 울려댔다. 하지만 영태는 전화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분명 작년에 급전이 필요하여 돈 오천만 원을 신용대출 했던 을지로 ‘00 해피신용일 것이다. 갚기로 한 날짜가 되자마자 해피신용 사람들이 매일 매일 전화질에, 심지어 어젯밤에는 집 대문 앞에서 돈을 갚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통에 한바탕 난리를 치기도 했다.

 

 

영태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싶어 이른 아침이 되자마자, 옆에 자고 있던 아내를 깨워 일단 친정으로 빨리 피신하라고 신신당부하고선, 본인도 간단한 짐들만 챙겨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일단 지방에 있는 친구네 집에 몇 달 만이라도 숨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두 식구 먹고살 돈도 없는데, 신용회사에서 대출받자마자 그 길로 경마에서 다 날린 돈을, 무슨 수로 다 갚는단 말인가? 내가 경마에 정신이 팔려 잠깐 정신이 어떻게 되었나 보다. 사랑하는 아내를 친정에 보내고, 나또한 지금 몰래 도망이나 치러가는 처지니 참. 내 꼴이 정말 우습구나.’

어느덧 지하철이 플랫폼으로 쏜살같이 들어왔고 자동문이 열리자, 영태는 힘없이 올라탔다. 한 손에 쥠 가방을 들고서 무심히 열차 내 광고판을 바라보는데,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어떤 광고판 글이 눈에 띄었다.

 

 

[A 기업 부설 00 뇌 과학 연구소에서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간단한 수술 동의와 함께 저희가 준비한 소정의 실험에 참가하시게 되며, 참가자분에게는 개인별 기여금 외에, 별도의 교통비와 우리 연구소에서 준비한 각종 복지 혜택들을 드립니다.]

 

 

영태는 잽싸게 아래의 기여금 문구를 확인하였다.

 

 

[기여금 : 1인당 1억 원]

 

 

? 대체 무슨 수술에 참여하기에, 기여금을 한사람 당 1억 원씩이나 줄까? 구미가 좀 당기는데? , 버스표를 아직 예약한 것도 아니니, 한번 문의정도만 해 볼까?’

 

 

영태는 당장 1억이 수중에 있으면 00 해피신용에서 빌린 돈이랑 그동안 이자를 싹 해결하고도, 아내랑 충분하게 쓸 수 있는 생활비까지 되겠다는 계산을 해보고, 광고판 아래에 나와 있는 연구소 직통 전화번호를 휴대전화기에 저장하였다.

 

 

                                                ***

 

 

 

아이고, 김영태 님 반갑습니다. 여기 연구소의 총괄 책임자인 이 실장입니다. 우리나라 뇌 과학의 발전을 위해 큰 결심을 하여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그 노고에 따른 보상은 섭섭지 않게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중간에 지하철에서 내려 저장한 번호로 전화를 걸자, 상담직원 왈, 이 실험은 국가 중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방문을 해야만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통에, 영태는 그 길로 이 연구소를 찾아오게 되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제가 무슨 수술을 받게 되는 겁니까? 설마 제 목숨하고도 관계가 있는 건가요?”

 

 

이 실장은 작은 눈을 크게 뜨며 손사래를 쳤다.

 

 

아유~ 김 선생님. 이래봬도 명색이 저희가 대기업 부설 뇌 과학 연구소입니다. 요즘 그런 잔인한 인체실험은 연구소 이미지 문제도 있고 해서 잘 하지 않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잘 하지 않으니???’

 

 

이 실장이 갑자기 자신의 검지를 이마 왼쪽에 갔다 대었다.

 

 

계속해서 수술에 대한 설명해 드리면, 우리 인간의 윤리의식을 담당하는 뇌 중추가 바로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이라는 부분입니다. 이것의 제거에 대한 수술 동의를 해주시면, 저 연구소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신경 외과적 기술을 바탕으로 선생님의 그 부분을 제거해 드릴 것입니다. , 만일 제거가 된다고 해도 선생님의 일상생활에는 지금과 같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혹시, 이런 수술을 과거에도 하신 적이 있나요? 저 말고 다른 참가자한테요?”

 

 

이 실장이 일부러 헛기침하며, 영태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아직 입니다만, 외국에서 얼마 전에 군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세계 각지에서 내전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 세상에 어린이를 병사로 훈련해서 전쟁에 투입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요?”

 

 

군인들이 아무리 적군이라지만 총을 들고 있는 어린이와 앞에 마주쳤을 때, 과연 정상적인 방어 및 공격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애초에 이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

 

 

그리하여 이 피질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군인들이 요즘에 서서히 투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는 그것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인 셈이죠. 본격적인 이 연구의 처음 시작을, 바로 김영태 씨께서 몸소 행하여 주시는 것이고요

 

 

영태는 웃고 있는 이 실장의 얼굴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돈도 안 되는 그런 윤리적인 의식 같은 것, 내 머리에서 좀 없어지면 어떤가? 그게 없어도 일상생활은 전혀 문제없다고 동의서에도 분명 쓰여 있지 않는가? 어차피 00 해피신용에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여기 수술에 대한 문제점을 따질 겨를도 없이 내 몸의 장기들이 빌린 돈 대신 팔려나갈 판인데.’

 

 

영태는 결국 수술을 결심하고,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이 실장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그럼 돈 1억 원은 언제쯤 제가 받을 수 있나요? 혹시 가능하면 수술 전에 돈을 먼저 받을 수는 없나요? 사실 제가 돈이 좀 급해서.”

 

 

물론 가능합니다. 계좌번호를 저희에게 미리 알려주시면 김영태 씨가 수술실에 들어감과 동시에, 저희가 입금을 해드릴 겁니다. 원하시면 수술실에서 직접 은행에 전화하셔서 계좌를 확인해 보셔도 되고요!”

 

 

                                                ***

 

 

 

앗 따가. ? 여기가 어디지?’

 

 

영태는 머릿속에서 전기 자극 같은 따가운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갑자기 웬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자동차가 저절로 핸들을 움직이면서, 시속 80km의 속도로 국도 위를 달리고 있었다.

 

 

영태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차량 스피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김영태 씨, 잘 들리세요? , 상담 드렸던 연구소 이 실장입니다. 다행히 영태 씨의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른쪽 머리 옆쪽으로 아마 수술 자국이 나 있을 거라 조금 아프실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영태는 머리의 방금 그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고 있었다. 실밥 같은 것이 툭~ 만져졌고, 손으로 그 부분을 누르자 많은 통증이 밀려왔다.

 

 

, 영태 씨가 본인의 은행 계좌 잔액도 직접 확인하셨고, 수술도 잘 끝났으니 이제 우리 연구소 실험을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눈을 뜨니 갑자기 웬 차 안이라서 좀 놀라셨죠?”

 

 

, . 신기하게도 자동차가 저절로 움직이고 있네요? 마치 영화에서 본 미래의 자동차처럼 말이에요

 

 

이 실장의 웃음소리가 스피커에서 차 안으로 울려 퍼졌다.

 

 

지금 영태 씨가 타고 있는 차는, 제가 지금 원격에서 조종을 하고 있어 그렇습니다. , 이제 실험에 대한 설명해 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시간이 얼마 없으므로, 설명은 딱 한 번만 드리겠습니다. 제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속도는 그대로이지만 차량 핸들은 수동으로 바뀌어 영태 씨가 직접 운전을 하셔야 합니다.”

 

 

영태는 자기가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는 말에,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 운전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만.’

 

 

대략 2km 전방 지점에 양 갈래 길이 나오는데, 그 갈래 길은 단지 1차선 도로로 되어 있습니다.”

 

 

? 지금 이 2차선 국도 길도 이렇게 빡빡한데?‘

 

 

갈래의 왼쪽 길에서는 창문 외부가 모두 검은 천으로 덥혀 있는 큰 버스 한 대가 서 있고, 오른쪽 길에서는 한복판에 빨간 원피스를 입으신 여자 분이 홀로 서 계실 겁니다. 김영태 씨가 그 상황에 직면하시게 되면, 본능에 맞게 차량의 진행 방향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진행코자 하는 실험의 핵심입니다.”

 

 

, 뭐라고? 결국, 나더러 교통사고를 내고 살인자가 되라는 거잖아요? 이건 처음과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당신이 차량의 방향을 어떻게 정 하느냐에 따라 그 여인이 죽지 않을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오로지 판단은 운전자인 당신이 결정하시는 겁니다.”

 

 

이것보라고! 사람 죽이는 이깟 실험을 하려고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 참고로 말씀드리면, 영태 씨가 지금 타고 있는 차는 그 속도에서 저큰 버스와 충동하였을 때, 당신을 보호해 줄 그 어떤 안전장치도 전혀 설치되어있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확실히 보증하죠. 그럼 건투를 빕니다.”

 

 

스피커에서 말소리가 끊기고 저 멀리에서 갈래 길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실장의 말대로 도로가 갑자기 좁아지면서 왼쪽 길에는 검은색 천으로 가려진 버스가 한 대 서있고, 오른쪽 길에는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뒤를 돌아서 서 있었다.

 

 

차량의 내비게이션 경보음이 목표물과 좁혀지는 거리를 점점 알려오고 있었다.

 

 

[1km 전방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운전자께서는.]

 

 

[500m 전방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운전자께서는.]

 

 

영태는 식은땀이 나며 입술이 바짝 말라왔다. 수술 받은 머리 부위에서 계속 통증이 느껴왔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상황을 한번 단순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영태가 만약 길의 왼쪽으로 틀 경우, 버스랑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고 아무런 안전장치가 달렸지 않은 영태의 차량은 순식간에 종이 쪼가리가 될 것이다.

 

 

반면,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면.

 

 

[200m 전방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운전자께서는.]

 

 

[ 50m 전방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운전자께서는.]

 

 

[ 10m 전방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운전자께서는.]

 

 

드디어 갈래 길이 영태의 눈앞에 바로 보였다. 영태는 차마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여인이 서 있는 오른쪽으로 차의 방향을 틀었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오른쪽으로 차량을 틀자, 뒤돌아 있던 빨간 원피스의 여인이 갑자기 영태 쪽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 여인과 영태의 차량이 한 200m 거리 정도로 남아있었다.

 

 

?, 저 여인은 굉장히 낯이 익는데? , 설마?’

 

 

앞에서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서 있는 영태의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다가오는 차량을 바라보고 있었다.

 

 

? ? 아내가 저기 서있는 거지? 혹시... 아내도 이 연구소 실험에 참가한 것인가? 앞에 오는 차량을 보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지?’

 

 

영태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윤리 회로들의 잔상과 인간 본연의 북받치는 감정이 복잡하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내 힘으로는 차량을 멈출 수가 없고, 굉장히 좁은 길이라 방향을 다른 쪽으로 조금만 틀어도 잘못하면 차량이 국도변 아래로 추락 하게 된다.

 

 

지금 상황은 굳이 영태가 이 수술을 받지 않았어도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의 안전에 더 유리한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직진을 하면, 앞에 서 있는 내 아내는.’

 

 

[50m 전방에 고정된 물체가 있습니다. 운전자께서는.]

 

 

이 실장이 아까 내 머릿속에서 무슨 피질 같은 것을 잘라냈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성공적으로? 그 말이 맞다 면 나는 그대로 직진을 해야 해

 

 

영태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영태는 오른쪽 난간으로 핸들을 틀었고, 차량은 흰색 가드레일을 넘어 국도변 아래로 하염없이 추락을 하였다. 떨어지는 차 안에서 영태는 마지막으로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내는 이 차량에 내가 타고 있다는 것을 과연 알았을까? 빌어먹을! 내가 경마로 돈만 날리지 않았어도. 여보, 정말 미안해.’

 

 

                                                 ***

 

 

이 실장이 연구소 모니터로 영태의 차량이 난간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김영태 씨 부인도 나에게 찾아와, 두뇌 피질 제거 수술을 받았었는데... 차라리 저 부인을 운전시킬 걸 그랬나? 그랬으면 실험 결과가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실장은 얼른 다른 쪽의 모니터를 작동시켜, 나타난 화면의 상대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고는 방금 종료된 실험의 결과를 보고하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이번에도... 또 실패인 것 같습니다.”

 

 

심기가 불편해진 회장이 물

었다. 

 

실패인 것 같습니다. 라는 말뜻이 정확히 뭔가요? 이 실장님?”

 

? ... 말 그대로 연구소에서 두뇌 피질을 제거한 실험 대상이 연구소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지가.”

 

 

화면 속의 회장님이 엄청나게 격노했다.

 

 

“야~ 이 실장. 지금 그걸 내 앞에서 보고라고 하는가? 애초에 인정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인간 킬러들을 양성해 내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설립 목적 아니었나? 이래 가지고 내가 어느 세월에 윗분들에게 만족할 만한 보고를 하겠어? 쯧쯧쯧

 

 

화면 속의 회장님이 답변을 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이 실장을 바라보다 참다못해 이 실장 뒤쪽에 서 있는 보안요원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여기 이 실장도 그냥 실험실로 데려가. 아니면 아예 다음 피질 실험 대상으로 참가 시키던지...”

 

이 실장이 개 끌려가 듯 보안요원들에게 둘러쌓여 밖으로 끌려나가고, 화면 속의 회장님이 연구소의 모니터가 계속 켜진 지도 모른채 어디론가로 급히 전화를 걸었다.

 

'띠디디디딩~ 띠디디디딩~ 띠디디디딩~'

 

상대편 누군가가 전화를 천천히 받았다. 

 

"여.  보.  세.  요."

 

회장이 저절로 상체를 숙이고 두손으로 휴대전화기를 부여잡으며 공손히 말했다.

 

"각하. 정말 송구하게도 이번 실험도 또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거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 실험에서 꼭 우수한 킬러들을 양성하여..."

 

"쯧~ 쯧~ 멍청한 놈!"

 

듣고 있던 상대방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회장이 전화를 끊고 무심코 모니터 앞을 바라보자, 연구소 모니터를 통해 수십명의 연구원들이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고 있었다. 

 

방금 회장과 통화를 한 VIP의 목소리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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